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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군 특수단의 '기무사 세월호 사찰' 수사결과 발표를 보면서, 세월호 유가족의 한 사람으로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어쩌면 저만큼이라도 밝혀진 건 매우 다행이지만, 전부가 아닌 일부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루빨리 숨겨진 부분도 밝혀질 것을 기도 해봅니다. - 기자말
 
 국군기무사령부 계엄령 문건 작성과 세월호 유가족 사찰 의혹 등의 수사임무를 맡은 전익수 특별수사단장이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특수단의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국군기무사령부 계엄령 문건 작성과 세월호 유가족 사찰 의혹 등의 수사임무를 맡은 전익수 특별수사단장이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특수단의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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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긴 '박근혜 망령'이 또다시 나의 아픈 과거 기억을 소환했다. 지난 6일 '세월호 참사' 관련 기무사 수사 결과 뉴스를 접하면서, 잊고 있던 과거 아픔이 현실의 고통으로 다가왔다. 되돌아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그날 이전의 삶을, 박근혜는 '기무사'를 앞세워 아직도 공격하고 있었음을 느꼈던 것이다.

나 또한 가족협의회에서 진상규명분과장의 역할을 했고, <오마이뉴스> 등에 많은 글을 기고했으며, 참사와 관련해 매우 많은 언론들과 접촉을 했다. 이들이 쳐놨던 그물망에 걸려있었을 것이 분명하기에, 매우 복잡한 심경이 드는 건 틀림 없는 사실이다.

참으로 무시무시했던 그날, 4월 16일

세월호 참사는 정말 우연하게 발생한 교통사고였을까? 그 당시 청와대와 대한민국 상공에는 '북한 무인기'가 날아다닌다는 뉴스가 언론을 도배하고 있었다. 국정원 불법대선 댓글과 개표부정 문제로 "박근혜 퇴진"이라는 구호가 여기저기에서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었고, 6.4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던 시점이기도 했다. 

이런 혼란한 시점에 나는 아들이 탔다던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무작정 단원고등학교와 진도를 향해 죽음의 질주를 했다. 텔레비전에서는 "선장이 퇴선명령을 내렸다"는 보도가 흘러 나왔고, 곧이어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와 탑승객 전원구조' 소식이 전달됐다. 하지만 이 방송은 '명백히 의도된 가짜뉴스'였다.

"2학년 4반 수현이 아빠 박종대"... 유가족의 자기소개법, 왜 생겼냐면
 
살아 오길 바라며 꼭 붙잡은 손  '세월호 침몰사건' 4일째인 19일 오전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서 구조의 소식을 기다리다 쓰러진 부부가 손을 꼭 잡고 있다.
▲ 살아 오길 바라며 꼭 붙잡은 손  2014년 4월 19일 오전 전남 진도실내체육관. 구조의 소식을 기다리다 쓰러진 부부가 손을 꼭 잡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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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체육관의 밤이 훤하게 밝아오기 시작했다. 해양경찰청장과 국무총리, 교육부장관 등 고위 관료들이 이곳을 방문했고, 수많은 경찰과 정체 모를 남자들이 꾸역꾸역 모여들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목사'(나는 이곳에서 너무 많은 목사들을 봤고, 이들의 진위를 검증하기 위해 '주기도문과 십계명'을 외워보라고 요청했던 적도 있다)라고 소개했고, 또 어떤 사람들은 '단원고 희생자 OOO의 가족(삼촌, 외삼촌, 고모부, 이모부 등등)'이라고 소개했다.

도대체 이 친구들은 이곳에 왜 왔을까?

이들은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켰다.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진행되는 생존자 구조 목적의 건전한 토론을 방해했고, 2층 관중석에서 비겁하게 삿대질과 쌍욕을 하면서 노골적으로 토론을 방해하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때 진도 체육관에는 새로운 풍습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단원고 2학년 4반 수현이 아빠 박종대입니다"라는 자기 소개법이 생기기 시작했던 것이다.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반별로 모여서 회의하기 시작했고, 가짜 유가족을 식별하기 위해 명찰을 달고 유니폼을 입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비슷한 명찰과 유니폼을 입고 유가족 옆에서 대화를 엿들었다.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며, 가슴이 오싹하기까지 하다.

이후에도 우리는 참으로 많은 경험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부모님들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던 통화기록과 영상기록이 날아갔다는 제보가 있었고, 항상 누군가가 뒤를 밟고 있다는 압박감에 시달려야 했다.

도·감청을 의심해 밀폐된 공간에서는 회의를 자제했으며, 비오는 날 남의 가게 처마 밑에서, 맑은 날은 잔디밭에서 회의를 했던 기억도 있다. 심지어 내 집 안에서도 박근혜 욕은 큰 소리로 하지 않았고, 숨죽여 소곤소곤 했다. 스마트TV 카메라에 테이프를 붙이기도 하고, 휴대전화 배터리를 뺀 뒤 회의를 진행하고, CC-TV를 설치하고... 이것이 내가 경험한 대한민국이라는 지옥의 참 모습이었다.

설마 이것이 전부는 아니겠지?
 
 국군기무사령부 계엄령 문건 작성과 세월호 유가족 사찰 의혹 등의 수사임무를 맡은 전익수 특별수사단장이 6일 오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기무사는 당시 6·4 지방선거 등 주요 정치일정을 앞두고 이른바 '세월호 정국'이 박근혜 정권에 불리하게 전개되자 정국 조기 전환 출구 마련과 박 전 대통령 지지율 확보 등을 위해 세월호 TF를 구성해 운영했다.
 국군기무사령부 계엄령 문건 작성과 세월호 유가족 사찰 의혹 등의 수사임무를 맡은 전익수 특별수사단장이 6일 오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기무사는 당시 6·4 지방선거 등 주요 정치일정을 앞두고 이른바 "세월호 정국"이 박근혜 정권에 불리하게 전개되자 정국 조기 전환 출구 마련과 박 전 대통령 지지율 확보 등을 위해 세월호 TF를 구성해 운영했다.
ⓒ 군특수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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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군기무사령부 계엄령 문건 작성과 세월호 유가족 사찰 의혹 등의 수사임무를 맡은 전익수 특별수사단장이 6일 오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기무사령부 내 사이버 활동부대인 모부대 정보OO반은 구글 검색 등을 통해 유가족 개인별 인터넷 기사, 전화번호, 학적사항, 중고거래 내역, 인터넷 카페활동 등을 수집했다.
 국군기무사령부 계엄령 문건 작성과 세월호 유가족 사찰 의혹 등의 수사임무를 맡은 전익수 특별수사단장이 6일 오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기무사령부 내 사이버 활동부대인 모부대 정보OO반은 구글 검색 등을 통해 유가족 개인별 인터넷 기사, 전화번호, 학적사항, 중고거래 내역, 인터넷 카페활동 등을 수집했다.
ⓒ 군특수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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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6.4 지방선거 이전 국면전환을 위한 출구전략 마련", "향후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대정부 신뢰 제고 및 VIP 지지율 회복"을 위해 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했다고 한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의 입장에서 이것이 전부라는 수사결과를 도저히 믿을 수는 없다. 나는 박근혜가 세월호 침몰과 관련해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데, 특별한 이유도 없이 정권의 운명을 걸고 유가족을 탄압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방해했다고 믿지 않는다.

당시 많은 국민들과 피해자 가족들이 외쳤던 구호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안전사회 건설"이 전부였다.

만약 박근혜가 이 요구를 받아들이고 안전한 나라만 만들었다면 지지율 상승은 물론, '불법 선거에 의해 탄생한 대통령'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되레 역사에 길이 남는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의 운명을 걸고 불법행위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또 다른 뭔가가 있음이 분명하다고 나는 확신한다. 결국 이번에 발표된 수사결과는 세월호 침몰 이후 기무사 범죄행위를 일정 수준 밝혔지만, 침몰 이전의 그 무엇은 진상규명 과제로, 그리고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사고 상황에 대해 보고 받고 있다.
 더 밝혀야 할 것이 많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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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참사 초기부터 국정원이 계속 우리를 사찰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렇기에 최근 밝혀진 기무사의 악행이 새삼 놀랍지는 않다. 하지만 나라를 지키라고 냈던 세금으로 '기무사 요원'들을 앞세워 우리를 사찰했다는 것과, 아직도 그들을 감싸는 세력들이 정치권과 곳곳에 남아 있다는 현실에 실망감만은 감출 수가 없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나쁜짓을 했던 곳이 오직 '기무사' 한 곳뿐이겠는가. 이제는 이것을 기회로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본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을 2기 특조위에 위임할 것이 아니라, 현 정권이 곳곳에 퍼져있는 썩은 환부를 확실하게 도려내야만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못된 직전 정부의 부채를 촛불의 힘으로 청산하고, 나라를 나라다운 나라로 만들어야만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박종대씨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단원고 박수현 학생의 아버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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