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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록밴드 '퀸'을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입소문을 타고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데요. 그 시절 추억을 소환해 봤습니다.[편집자말]
음악의 꿈을 키우던 아웃사이더에서 전설의 록 밴드가 되기까지 우리가 미처 몰랐던 숨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그 영화. 바로 <보헤미안 랩소디>다.  지난달 31일 국내에 개봉한 이 영화는 개봉 일주일 만에 관객 70만 명을 돌파했단다.

이 영화는 한마디로 록 그룹 '퀸'의 메인 보컬리스트 '프레디 머큐리'의 전기 영화다. 제목은 '퀸'의 명곡인 'Bohemian Rhapsody'(아래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따왔다. 영화는 1970년 팀의 결성부터 1985년의 라이브 에이드 공연까지 15년의 여정을 모두 담았다.

불후의 명곡 '보헤미안 랩소디'는 물론 세계 팬들의 '떼창'까지 불러일으킨 'We Are The Champion'(위 아더 챔피언)에 이르기까지 20여 곡의 명곡을 스크린에 담았다. '프레디 머큐리'의 극적인 스토리와 감동은 '덤'이다.

아마도 국내에서 이 영화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데는 이들의 전설적인 대표곡인 '보헤미안 랩소디'에 열광하는 중장년들의 힘이 작용했으리라. 나도 포스터를 보자마자 어릴 적 '보헤미안 랩소디'에 얽히고설킨 추억까지도 오롯이 소환됐으니까. 

영화 포스터 보자마자 떠올린 옛기억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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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안 랩소디'는 사춘기 시절 삶의 무게에 지쳐가던 나에게 다시 주먹을 불끈 쥐게 한 노래였고, 세상의 순리를 따르게 된 청년 시절에는 나를 위로해 준 노래였다. 이 노래와 함께 청춘을 보냈으니 열광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중년에 접어든 지금도 '퀸'이라는 말만 들어도 지난날의 추억이 하나둘 떠올라 마음을 들뜨게 한다. 영화관을 찾은 70만 명의 관객들이 느낀 감동을 내가 학창 시절에 맛보았던 그 감동에 비할 수 있을까? 인도에서 자란 동아프리카 출신, 게다가 성소수자였던 프레디는 내 인생의 절반을 휘어잡은 경이로운 인물 그 자체였다.

1983년, 그러니까 중학교 3학년 때였다. 드디어 우리 집에 최신형 전축이 들어왔다. 진공관 라디오가 아닌 카세트 데크와 라디오 기능까지 갖춘 최신형 전축이었다. 이때부터 세상을 다 가진 듯, 나에게는 밤낮이 따로 없었다. 주야장천 신이 나서 음악만 들었으니까. 그리고 이듬해 고등학교에 올라갔다.

이때 새로운 문화의 움직임은 바로 FM 라디오였다. FM과 DJ는 나를 새로운 음악 세계로 인도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내가 엘피판 수집에 푹 빠지게 되었는데, 그렇게 된 계기의 대부분은 당시 최고 인기를 누리던 DJ 김기덕씨와 김광한씨 영향이 컸다.

특히 1973년부터 1994년까지 MBC FM을 통해 오후 2시부터 우렁찬 목소리로 팝송을 소개하던 <두시의 데이트 김기덕입니다>는 내가 들어야 할 곡이 무엇인지 인도하는 바이블이었다. 기껏해야 카세트에 공테이프를 넣고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곡을 잽싸게 녹음 버튼을 누르며 만족했던 나에게 영국의 대중적인 팝이나 록 음악은 신세계 바로 그 자체였으니까.

그런데 어느 날 김기덕씨는 전설로 내려온다는 곡을 한 곡 소개했다. 그 곡이 바로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였다.

"Mama, just killed a man. Put a gun against his head. Pulled my trigger, now he's dead…"(엄마, 내가 방금 사람을 죽였어요. 총구를 그의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어요, 이제 그 사람은 죽었어요)

충격적인 가사가 조금 문제지만, 곡의 완성도만큼은 상상을 초월하는 명곡이라며 예찬했다. 그런데 금지곡이라 노래까지는 들려주지는 못하겠다는 거다. 아, 어떤 노래인지 한 번만 들어봤으면 죽어도 소원이 없을 것 같았다. 반드시 이 곡이 담긴 엘피판을 내 손에 넣고야 말겠다는 전의를 불타오르게 했다.

1989년까지 금지곡으로 지정됐던 이 곡은 시작부터 '내가 방금 사람을 죽였다'며 엄마에게 고백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내용의 흐름을 보면 죽은 사람은 폭력을 행사하던 아버지로 추측된다. 이것이 금지곡이 된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어디 '보헤미안 랩소디'뿐이었을까. 박정희 정권이 유신헌법을 만들고 본격적인 독재의 칼날을 휘두르던 그 시절은 유난히도 금지곡이 많았던 암흑의 시대였다. 이런저런 이유로 국내에 발매되지 못한 외국의 음악은 차고도 넘쳤다.

돌이켜보면 금지의 대상이 대부분 '퇴폐'로 출발하여 '불온'으로 이어졌다. 1968년 혁명을 비판한 비틀스의 'Revolution'과 러시아인들을 비판한 스팅의 'Russians'는 제목만 보고도 금지곡이 된 케이스다. 어디 그뿐인가. 러시아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과 협주곡도 사회주의 국가 출신이라는 이유로 모조리 금지한 전설의 나라가 바로 그 시절 대한민국이었다. 

'어둠의 경로'로 팔려나간 퀸의 음악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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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보헤미안 랩소디'도 곡의 제목에 나오는 '보헤미안'이 당시 사회주의 국가였던 체코슬로바키아를 언급했기에 금지곡으로 무리가 없을 만도 했다. 그러나 해외 금지곡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곡은 단연 '보헤미안 랩소디'였다.

이런 명곡을 방송에서 들을 수 없으니 음악다방이 성행할 수밖에. 록 음악에 심취한 이들에겐 음악다방은 음료수 하나 시켜놓고 온종일 죽 때리며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일종의 해방구였다.

당시 나 같은 고등학생에게 음악다방은 갈 수도 없는 곳이었으니, 유일한 방법은 소위 '빽 판'이라 불리던 해적판 레코드뿐이었다. 암흑의 경로를 통하면 충분히 가능했다. 그러나 용돈을 탈탈 털어 사 모았던 그 빽 판은 그야말로 조악했다. 유통과정이 불분명하고 제작과정은 더 불투명하니 정상적인 LP보다 음질이 떨어질 수밖에.

하지만 '빽 판' 말고는 금지곡을 손에 넣을 방법은 결코 없었다. 모르긴 해도 물밑거래를 통해 빽 판으로 팔려나간 '보헤미안 랩소디'는 아마 수십만 장도 넘을 거다. 덕분에 세운상가 어둠의 어르신들은 톡톡히 재미를 봤으리라.

1975년 앨범 < A Night at the Opera >에 수록된 '보헤미안 랩소디'는 아카펠라, 오페라, 발라드, 하드록 등이라는 전혀 다른 형식의 장르들을 섞어 5가지 부분으로 만들어진 독특한 구성을 취했다.

27세에 이 노래를 만든 '프레디 머큐리'의 음악 성향과 천재성은 모두 이 곡에 녹아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곡 하나에 독특한 가사와 합창, 아카펠라 형식의 도입부, 발라드와 하드록 부분의 절묘한 조화는, 바로 '퀸'이 추구하는 음악 세계의 축소판이었다.

퀸을 이야기하다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지난 10월 7일 미국 뉴욕. 7명의 청년이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국, 지민, 진, 뷔, 제이홉, 슈가 그리고 RM이었다. 맞다. 방탄소년단이다. 이날 수많은 청중은 한글로 이들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이들은 한글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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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랬다. 가사의 의미는 전혀 몰랐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가사의 의미가 무슨 대수랴. 나의 영원한 우상 '프레디 머큐리'의 환상적인 목소리로 불후의 명곡을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가사에서 내포하는 의미는 여전히 미스터리하고 난해하다. 아직까지는 가정폭력범 친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에게 남긴 편지라는 추측이 우세하다. 정말일까? 프레디는 가사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각자에게 해석을 맡긴다면서 끝내 밝히지 않았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퀸'을 이 시대 최고의 승리자로 만들었듯이, 프레디의 염원을 담아 외친 'We are the champions'가 '보헤미안'과 차별받는 소수자들에게 영원한 승리자가 되는 꿈을 심었으면 한다.

자유롭고 때로는 공상적이나 현실적인, 때로는 암울한 존재를 의미하는 '보헤미안', 어쩜 이리도 나와 똑같은지. 어쩌면 이 노래는 나를 위한 노래일지도 모르겠다. 다시 한번 내 뇌리를 스친다. '마마, 우우후~' 

덧붙이는 글 | 프레디, 당신은 그대를 향한 내 마음이 보이시나요? (Love of my life, Can’t you see.)


태그:#보헤미안 랩소디, #퀸, #프레디 머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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