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1.06 16:12최종 업데이트 18.11.06 16:12
 

의거 전날 기념촬영사진. 최천택(오른쪽) 선생과 부산경찰서 폭탄 투척 의거 하루 전날 찍은 사진이다. ⓒ 개성고등학교 역사관 제공

 

박재혁은 국내에서 3ㆍ1혁명을 겪고 상하이에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의기가 충천하여 독립운동에 전념하고자 망명을 결심하였다. 


어머니에게 전후 사정을 설명 드리고 동생 명진에게 어머니를 잘 모시도록 가정사를 맡겼다. 최천택 등 친구들에게도 "이제 조국 해방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결심을 밝히면서 기약없는 재회를 약속하고 떠났다. 

1920년 봄 박재혁이 망명할 때 베이징이나 상하이에서 김원봉과 만나기로 비밀 연락이 되었을지 모른다. 김원봉이 중국 길림에서 의열단을 창단하고 상하이로 내려와 있을 때 박재혁이 의열단에 가입한 정황으로 보아 이런 추론이 가능하다. 

박재혁은 그동안 상하이와 홍콩ㆍ싱가포르를 오가면서 활동하였으나, 어디까지나 사업이 주목적이었다. 그런데 이제 어머니와 여동생 그리고 오랜 친구들을 떠나 중국으로 간 것은 사업보다 독립운동에 뛰어들기 위한 망명길이었다. 

박재혁이 상하이에 도착했을 즈음 의열단은 베이징을 거쳐 상하이에 본부를 두고 모종의 의거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 해 8월 의열단에 가입한 박재혁은 김원봉과 더불어 국내 정세를 논의하고 기회를 노렸다. 그리고 싱가포르로 건너가 하던 사업을 마무리하였다. 일제 정보망을 피하기에는 상업처럼 안전한 것도 쉽지 않았다. 

의열단은 일제의 잔혹한 학살과 탄압으로 국내에서 3ㆍ1혁명의 열기가 시들어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모종의 거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일제의 정보망은 아직 의열단의 실체를 정확히 꿰뚫고 있지 못하였다. 아직 이렇다 할 활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의열단의 폭렬투쟁 계획을 김원봉으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들은 박재혁은 망설이지 않고 의열단에 가담하였다. 그리고 조국광복에 한 몸을 바칠 것을 다짐하고 약조하였다. 의열단이 폭렬투쟁을 준비한 데는 그럴만한 까닭이 있었다. 조지훈은 이를 네 가지로 분석한 바 있다. 

 첫째, 일제의 간담을 서늘케 하여 민족의 의기를 보이고,
 둘째, 민족의식을 경각시키며,
 셋째, 일본의 통치에 불복함을 세계에 밝히고,
 넷째, 투쟁의 강화로 일제의 식민통치를 불가능하게 할 것, 즉 그들이 식민통치를 포기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주석 1)

박재혁이 김원봉을 만났을 때 의열단은 상하이에서 무기구입과 폭탄제조를 준비하고 있었다. 의열단이나 독립운동가들이 가장 어려웠던 일은 무기의 구입이었다. '7가살'과 5가지를 '파괴'하기 위해서는 무기와 폭탄이 있어야 했다. 

김원봉은 의열단 창단에 앞서 몇몇 청년들과 1919년 6월경에 길림에서 상하이로 내려와 폭탄제조법 및 사용법을 학습하였다. 신흥무관학교에서도 중국인 폭탄제조기술자 주황(周況)을 초빙하여 폭탄제조법과 사용법을 가르쳤다. 이같은 연고로 하여 김원봉과 의열단 간부들은 거사를 위해 폭탄과 무기 구입에 공역을 드렸다. 어느 정도 루트를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자금이 문제였다.

활동비와 거사자금은 몇몇 단원의 기부(이종암ㆍ윤치형 등)나 다른 운동조직(고려공산당 등)으로부터의 지원에 의해 조달된 사례가 확인될 뿐, 그 이상의 자금원은 잘 파악되지 않는다. 

국내 부호의 집을 찾아가 기부를 요구한 적도 있으나 징수 실적은 미미했던 것으로 보이며, 갈수록 자금난에 부딪혀 거사 계획을 포기하거나 거사 규모를 축소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일제 관헌당국조차도 의열단은 "다른 운동단체들과 달리 인민의 금전을 강취한 사실이 없고 추호도 인민에게 미혹을 끼친 사실이 없음"을 인정하고…. (주석 2)

주석
1> 조지훈, <한국민족운동사>, <한국문화사대계1>, 674쪽, 고려대학교민족문화연구소 편, 1964.
2>김영범, <혁명과 의열>, 379쪽, 경인문화사, 2010.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의열지사 박재혁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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