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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의 '삼국축제 띄우기'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황선봉 예산군수가 지난해 제안한 신생축제에 6억 원을 육박하는 막대한 혈세를 쏟아 붓고 공무원들을 총동원한 뒤, 오히려 매출이 줄었는데도 자화자찬을 하며 '지역 대표축제'로 밀어붙이는 분위기다.

그런데 삼국축제는 1회 때부터 그 취지를 온전히 살리지 못해 목적과 정체성, 추진방식, 효과 등을 둘러싼 많은 논란이 빚어졌다. 하지만 행정은 전체적인 사업계획과 사후평가, 지속여부 등에 대한 축제심의위원회 심의와 같은 공론화 없이 은근슬쩍 이를 대표축제로 만들기 위해 군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예산규모만 보면 삼국축제도 대표축제급이다. 예산군은 2014년까지 7년 동안 대표축제로 육성한 예산옛이야기축제에 6억 2000만 원을 지원했다.

지난 10월 19일부터 25일까지는 '제2회 예산장터 삼국축제'가 예산읍내시장 백종원국밥거리에서 열렸다.

예산군은 다음날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축제기간 방문객을 1회때 7만 7000여 명보다 늘어난 10만 5000여 명으로 집계한 뒤 "유동인구 증가와 관광객 유입으로 국밥·국수와 함께 주변상가 매출도 같이 증가했다"며 "다양한 체험프로그램과 공연으로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를 모두 갖춘 균형 잡힌 축제"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침체돼 있던 전통시장을 활성화시켰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커 원도심 활성화 롤모델이 될 것"이라고 삼국축제를 치켜세웠다.

정말 전통시장이 살아났을까? 축제기간인 10월 25일 오일장에서 만난 채소전과 과일전 상인 10여 명은 "지난 토요일(20일)에는 그나마 나았는데, 오늘은 오후까지 개시도 못했다. 축제장만 한바퀴 돌고, 거기서 국밥이나 국수만 먹고 가지 오일장에는 잘 오지 않는다"며 "소용없다"고 입을 모았다.

7일 동안 무려 5억 5000여만 원을 투입했지만 매출은 국밥 7818만 원, 국수 4861만 원, 국화 203만 3000원, 농특산물 2324만 원 등 1억 5206만 3000원에 불과했다.

전년대비 예산은 3억 6000여만 원에서 1억 9000여만 원 증가한 반면, 매출은 1억 4000여만 원에서 1200여만 원이 느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올해 국수식당 2850만 원과 농특산물 판매액이 추가된 점을 감안하면 매출은 오히려 1년 전 보다 4000여만 원이 감소한 셈이다.

파급효과가 제한적이고 확장성은 떨어진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백종원국밥거리 일원 국밥집 9곳과 국수가공업소 7곳, 주변지역 일부상권만 수혜를 받고 있는 구조기 때문이다.

행정이 인위적으로 축제종사자들에게 축제장에 있는 국밥·국숫집이 아닌, 100여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식당 10곳만 이용할 수 있는 식권을 배부하는 웃어넘길 수 없는 촌극이 발생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 공무원은 "지난해 축제장 주변만 장사가 되고 조금 떨어진 곳은 별로여서, 그 식당들을 이용하라고 식권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거의 대부분 국숫집"이라며 "조삼모사"라고 꼬집었다.

이뿐만 아니다. 삼국축제의 빨대효과로 역전과 산성리 등지에서 '손님이 없었다'는 항의가 잇따르자, 읍면 공무원들에게까지 '삼국축제는 방문객 대다수가 외지인이었다. 삼국축제가 원인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주민들에게 홍보하라는 '지시사항'이 하달됐다.

이웃한 홍주읍성 일원에서 열리는 '제17회 홍성사랑 국화축제&농업축전'과도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홍성군농업기술센터가 주최하고 국화축제추진위원회가 주관한 이 축제는 방문객들에게 농특산물을 알리고, 이를 구입할 수 있도록 농업인단체 행사와 연계해 홍보·판매 코너를 마련했다.

예산군의원들은 "예산군은 삼국축제가 끝나고 이틀이 지난 10월 27일 같은 장소에서 '농특산물 홍보 및 제3회 아로니아축제'를 열었다. 왜 이렇게 일을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다가오는 행정사무감사에서 따지겠다고 별렀다.

추진방식은 여전히 '행정주도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예산군은 지난해 한 차례 문제가 되면서 올해는 민관추진위원회를 구성할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러나 변함없이 주무부서인 문화관광과와 농업기술센터를 포함해 기획담당관, 경제과, 교육체육과 5개 부서가 예산을 투입하는 등 가장 큰 혜택을 받는 국밥·국숫집 등이 아닌 '관'이 주체가 돼 축제를 치렀다. 축제·행사 등은 민간에 이양하라는 정부의 방침과도 배치된다.

그렇다보니 국수제조업소 관계자들을 대신해 비전문가인 공무원들이 업무시간에 교대로 여성단체협의회 회원들과 국수체험부스를 운영하는 상황이 연출됐고, 날마다 팀장급들까지 수십명씩 주차관리와 교통정리에 동원됐다.

예산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내년부터 민관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삼국축제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삼국축제를 가까이서 지켜본 지역인사는 "실패하면 이상한 일"이라며 "황선봉 군수가 제안하자마자 모든 조직이 열의와 의지를 갖고 예산과 행정력을 총동원한 삼국축제처럼, 그동안 다른 지역축제에 집중했다면 일찌감치 전국적인 대표축제가 탄생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밥·국수·국화가 집단화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장사나 홍보가 되지 않은 것도 아닌데, 매년 수억원씩 들여 축제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벌써 두 번째다. 삼국축제를 군수 치적사업이자 보여주기식으로 추진하는 것은 아닌지, 행정이 돌아봐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태그:#삼국축제, #예산대표축제, #예산군축제, #축제 예산낭비,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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