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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 2018. 10. 24(수) 14:10 ~ 16:20
작성자 : 핵재처리실험저지30km연대 집행위원 권인아

하나로는 대전 안에 있는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 원자로'를 말하는 것이고, 방재란 폭풍·홍수·화재 따위의 재해를 막는 일을 의미한다. 이번 훈련은 하나로 원자로에서 방사선이 누출됐을 때를 가정하여,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내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비롯한 학생과 주민 400여명이 실제 대피하는 훈련이다.
 
방사선비상계획은 "방사선비상" 상황부터 적용되며, 방사선비상은 비상발령기준을 초과한 방사선 사고를 말한다. 방사선비상은 그 심각도에 따라 백색, 청색 및 적색비상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번 훈련은 가장 심각한 '적색비상'을 전제로 진행되었다.

https://www.kaeri.re.kr/sub/sub03/sub03_05_03.jsp
▲ 방사선 비상 및 비상 분류 방사선비상계획은 "방사선비상" 상황부터 적용되며, 방사선비상은 비상발령기준을 초과한 방사선 사고를 말한다. 방사선비상은 그 심각도에 따라 백색, 청색 및 적색비상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번 훈련은 가장 심각한 "적색비상"을 전제로 진행되었다. https://www.kaeri.re.kr/sub/sub03/sub03_05_03.jsp
ⓒ 한국원자력연구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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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2일에 유성구청에 전화했다. 훈련하는 모습을 촬영해서 일반 시민들도 보여주고자 한다고 했다. 영상의 용도는 훈련에 참여하지 못한 시민들도 보고 실재 사고가 일어났을 때 참고할 수 있는 참고용이라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구청측에서는 사전에 협의된 촬영이 아니라서 주민들의 초상권 등이 문제가 될 수 있어 여러모로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다만 개인적으로 훈련에 참여는 할 수 있다고 했다. 당일 가서 부딪쳐 보기로 했다.

당일 10월 24일. 훈련 한 시간 전인 오후 1시에 도착해서 구즉동 주민센터에 훈련 모습을 촬영해도 되냐고 여쭤보았다. 그러나 역시 곤란해 하셨고, 유성구청에 전화해서 허가를 받아 달라고 했다. 담당 주무관님께 전화하니 지금 통화를 하기 어렵다고 하셨다. 바쁘셔서 그런지 전화가 그냥 끊어지다시피 해서 좀 난감했다.

안 된다고 하면 확실하게 안 된다고 말씀하실 텐데, 그렇게는 말씀하지 않으셨다. 왠지 내가 눈치껏 알아서 하란 의미 같았다.

다름이 아니라 가까운 송강중학교에 가니 다행스럽게도 유성구청에서 시민단체나 미디어 쪽에서 올 수 있다고 미리 전화를 해주셨다고 했다. 그래서 촬영에 협조를 받았다. 하지만 정식 허가를 받은 건 아니었다. 아무튼 송강중학교에서 훈련 모습을 촬영하기로 했다.

이렇게 중요한 훈련을 대대적으로 홍보하지 않은 것에 대해 좀 아쉬움이 남았다. 이번 방사능 방재 훈련을 다룬 매체는 <대전일보> 정도 밖에 없었던 거 같다. 오히려 <주간현대>나 <파인뉴스>와 같은 지역지가 아닌 매체에서 홍보가 되기도 했다. 또한 현장에서도 카메라를 든 기자는 한 분 이외에는 보지 못했다.

그리하여 훈련에 참여할 1학년들은 미술실로 모였다. 학생들은 모두 신발을 챙겨서 미술실로 모인 후 다함께 주민대피 방송을 시청했다.

주민대피방송에 대한 아쉬움 또한 남았다. 방재 방송이라면 재해를 무섭게 표현하고, 조심할 부분을 교육해야 되는데 원자력의 안전성을 더욱 강조하는 느낌이었다. 이미지가 밝고 평화로워서 경각심이 느껴지지 않았다. 또한 후쿠시마 원전 누출 사고로 인한 먹거리의 불안과 라돈 침대 등 생활 속에서의 피폭의 위험이 늘어났는데, 이에 대한 생활 속 행동강령도 추가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자연 방사능을 설명하며 등장하는 모습. 자연 방사능이 안전하다고는 해도 이렇게까지 자연 속에서 호흡하는 모습을 넣는 게 방사능에 대한 경각심을 반감시키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 학생들과 시청한 주민대피 방송의 초입부 자연 방사능을 설명하며 등장하는 모습. 자연 방사능이 안전하다고는 해도 이렇게까지 자연 속에서 호흡하는 모습을 넣는 게 방사능에 대한 경각심을 반감시키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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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방사선과 함께 식사 장면을 등장시키는 것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본다면 위험성이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로 우리는 더욱 먹거리의 방사능 오염에 대해 철저히 규제를 해야 한다. 자연 방사선이라고 안심하고 섭취할 문제가 아니다.
▲ 자연 방사선과 먹는 모습의 연결 자연 방사선과 함께 식사 장면을 등장시키는 것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본다면 위험성이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로 우리는 더욱 먹거리의 방사능 오염에 대해 철저히 규제를 해야 한다. 자연 방사선이라고 안심하고 섭취할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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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소로 대피할 준비를 설명할 때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는 모습보다는, 물에 젖은 수건이나 옷으로 얼굴을 감싸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욱 교육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 구호소로 대피할 준비 구호소로 대피할 준비를 설명할 때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는 모습보다는, 물에 젖은 수건이나 옷으로 얼굴을 감싸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욱 교육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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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결지 이동에 대해 피크닉과 흡사한 이미지를 넣은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방사능 재해 때 외출시 행동강령은 이와 같다. 코와 입, 상처가 난 부위는 내부 피폭에 위험이 있으니 젖은 수건으로 코와 입을 덮는다. 옷은 피부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복장으로 입으며 가급적 바람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한다. 외부에서 실내로 들어갈 때는 오염이 걱정될 옷이라면 밖에서 벗어 비닐 봉지에 넣어 바람이 나오지 않게 봉한다. 이 장면은 그런 행동강령에 적합하지 않다.
▲ 집결지로 이동하는 것에 대한 설명 집결지 이동에 대해 피크닉과 흡사한 이미지를 넣은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방사능 재해 때 외출시 행동강령은 이와 같다. 코와 입, 상처가 난 부위는 내부 피폭에 위험이 있으니 젖은 수건으로 코와 입을 덮는다. 옷은 피부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복장으로 입으며 가급적 바람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한다. 외부에서 실내로 들어갈 때는 오염이 걱정될 옷이라면 밖에서 벗어 비닐 봉지에 넣어 바람이 나오지 않게 봉한다. 이 장면은 그런 행동강령에 적합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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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이 끝나고 모두 선생님들의 지도에 따라 교문 앞에 일렬로 버스로 이동했다. 방호복을 입은 분들이 교통안내봉을 들고 안내했고 나는 맨 앞에 있는 1호차에 탑승했다(송강중학교에서는 총 다섯대로 이동했다). 경찰차 한대가 출발해 우리가 대피할 지족중학교로 길을 안내했다.

곧 경찰차가 어떤 터널에 이르자 멈춰섰다. 따라서 버스도 멈춰섰다. 경찰차에서 경찰관이 내려 기사에게 길을 잘못 들어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경찰차의 뒤를 따라 돌아서 갔다.
 
미리 길이 파악되지 않았던 듯하다. 만약 실재 상황이었다면 정말 아찔하지 않을 수가 없다.
▲ 지족 중학교로 향하는 길을 잘못 들었다는 걸 설명하기 위해 경찰차에서 내리는 경찰관의 모습 미리 길이 파악되지 않았던 듯하다. 만약 실재 상황이었다면 정말 아찔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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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 탑승한 민방위 조끼를 입은 직원 분께서 일어나 안내를 시작했다. 지금부터 30분 가량 지족중학교로 이동해서 안내 요원의 안내를 받게 될 것이라 했다. 그리고 갑상샘방호약재를 나누어 줬는데 진짜 약은 아니고 크기와 모양이 유사한 비타민이라고 했다. 미리 갑상선으로 들어가 갑상선을 보호해주는 약이라 설명해 주셨다.

민방위 방송 등을 통해 복용 시기를 알려줄 것이니 미리 복용하지 말고 그 때 복용하면 된다고 하셨으나, 이번 훈련에서 복용 시기가 따로 안내되지는 않았다. 결국 비타민은 주머니에 들어있다가 집까지 왔다.
 
갑상샘방호약재라는 개념은 좋지만, 복용 방법과 시기를 좀 더 자세히 알려주었으면 좋았을 거 같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 갑상샘방호약재를 요원이 나눠주는 모습 갑상샘방호약재라는 개념은 좋지만, 복용 방법과 시기를 좀 더 자세히 알려주었으면 좋았을 거 같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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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대화 톨게이트를 지나는데 경찰차는 지나갔지만 버스는 요금을 내야 했다. 실재 상황이라면 요금을 내야 하는 문제도 고려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지족역 쪽을 지날 때 다른 차가 끼어들면서 경찰차와 버스 거리가 멀어졌다. 물론 경찰차가 비상등을 켜고 바로 대처해 다시 따라잡았다.

그렇게 지족중학교에 3시 10분에 도착했다. 제염 작업이 끝날 때까지 버스에서 내리면 안 된다고 했다. 방독면과 방호복을 입은 군인들이 차례 차례 물을 뿌리며 제염 작업을 했다. 방수포가 깔려있지 않아 오염된 물이 하수도로 흘러 들어갈 것이 염려가 되었다. 제염작업 후 방사능 측정기를 가진 또 다른 군인이 버스를 측정했다. 측정까지 마친 후 학교로 진입해 내릴 수 있었다.
 
물을 분사해 버스에 있을 방사선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것은 좋으나, 이 물이 그대로 하수구에 흘러나가면 수질 오염이 되는 것이 아닌가 염려가 되었다. 물질과 함께 하나가 된 물 역시 오염물질로 취급하여 따로 저장해야 할 것이다.
▲ 군인들의 버스 제염작업 물을 분사해 버스에 있을 방사선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것은 좋으나, 이 물이 그대로 하수구에 흘러나가면 수질 오염이 되는 것이 아닌가 염려가 되었다. 물질과 함께 하나가 된 물 역시 오염물질로 취급하여 따로 저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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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염 작업에 사용되는 물탱크로 여겨진다.
▲ 버스에서 내다 본 제염 모습 제염 작업에 사용되는 물탱크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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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입구에서 방사능 측정기가 수치를 알려주었다. 이층으로 올라가니 체육관에 구호소 체험장이 설치되어 있었다. '입소등록' 부스에서 먼저 입소를 한 후 돌면서 체험을 쭉 할 수 있었다. 
 
(주)에스에프테크놀로지에서 나온 모델로 방사능 오염의 정상수치를 판별해 주는 듯하다.
http://www.sftechnology.co.kr/dev01
▲ 입구의 방사능 측정기 (주)에스에프테크놀로지에서 나온 모델로 방사능 오염의 정상수치를 판별해 주는 듯하다. http://www.sftechnology.co.kr/dev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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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모든 요원들과 관계자들이 친절했다. 구호소 안에는 여러가지 체험 부스들이 있었다. 가족찾기, 구호텐트설치, 원자력안전체험, 간식배급, 방사능 퀴즈 풀이, 방사선 영향상담, 방사능 측장장비 체험, 갑상선 방호약 체험, 구호물품 체험 등이 있었다. '주민행동요령실습' 부스에서는 조끼를 입은 요원들이 손가락이 달린 지시봉으로 이곳 저곳을 가리키거나 "박수 한 번 쳐 주세요" 등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며 친절하고 재미있게 안내해 주셨다.
 
평상시 건강정보와 이번 훈련에 대한 활동 내용을 기입하도록 되어 있다. 실재 방사능 누출 사건이 터졌을 때에는 이런 조사지가 주민들의 건강 역학조사에 유용한 참고가 될 것이다.
▲ 주민들에게 나눠진 방사능영향상담소 건강정보 조사지 평상시 건강정보와 이번 훈련에 대한 활동 내용을 기입하도록 되어 있다. 실재 방사능 누출 사건이 터졌을 때에는 이런 조사지가 주민들의 건강 역학조사에 유용한 참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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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재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적힌 카드를 직접 장소별로 붙여보는 게임의 형식을 통해 교육을 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방식 또한 직관적이며 쉽고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었다.
▲ 집안에서 할 수 있는 행동강령을 배워보는 코너 실재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적힌 카드를 직접 장소별로 붙여보는 게임의 형식을 통해 교육을 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방식 또한 직관적이며 쉽고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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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 원자로를 장난감처럼 조립해 보는 코너도 있었다. 어떤 학생이 "이거 우리 집에 많다"고 얘기했다. 구호소에 온 모든 사람들은 빵과 우유와 수첩을 나눠 받았다. 또 얼굴을 넣고 사진을 찍는 설치물이 있었는데 "방사능 오염은 옷을 벗거나 씻기만 해도 90% 이상 없앨 수 있어!" 라고 쓰여져 있었고, 인스타그램처럼 디자인되어 하트가 999,999,999개가 찍혀있었다.
 
조립식으로 흥미를 유도한 것은 좋은 시도로 여겨진다. 교육 효과가 뛰어날 듯 하며 청소년들의 적성탐색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하나로 원자로 모델 조립 키트 조립식으로 흥미를 유도한 것은 좋은 시도로 여겨진다. 교육 효과가 뛰어날 듯 하며 청소년들의 적성탐색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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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과 같은 친근한 모습으로의 표현은 주민친화적이고 그날 훈련에 참여한 청소년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으로 다가올 것 같다.
▲ 인스타그램 형태로 연출하여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한 벽 인스타그램과 같은 친근한 모습으로의 표현은 주민친화적이고 그날 훈련에 참여한 청소년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으로 다가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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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의 수와 해시태그 등이 재미있게 연출되어 있다.
▲ 인스타그램 촬영용 벽의 아래 모습 좋아요의 수와 해시태그 등이 재미있게 연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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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한 유성 구민 분들 모두 즐거워했고 전반적으로 축제와 같은 분위기였다. 개개인도 계셨던 거 같고 주민단위들이 오셨는데 어떻게 하셔서 참여하셨는지는 물어보지 못했다. 

훈련을 마친 후 개인적으로 드는 생각은 세월호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원자력 재해에 관해서도 국가의 안전계획을 신뢰할 수 있냐는 것이었다. 신발을 닦고, 물티슈로 닦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 더욱 근본적인 안전의 시스템과 안전계획을 제시해 주길 원했다.

그리고 또한 이 훈련의 목적이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훈련의 목적에 맞게 설계되었다면, 그것은 시민들의 머리에 경각심을 심어주고 사건이 터졌을 때 바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훈련 자체가 시민들에게 오락거리로 소비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 사전 홍보나 참가자들에 대한 설명, 지역과 언론에 대한 고려, 실제 상황에 대한 면밀한 시물레이션을 거쳤는지와 실행 주기에 대한 검토 등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다음 번 훈련에서는 이러한 아쉬움들이 더욱 개선된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다음은 훈련의 실재 촬영된 영상으로, '핵재처리실험저지30km연대'의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 되어 있다. 훈련에 참여하지 못한 유성구 주민들도 참고할 수 있는 용도로써 많이 시청되길 바란다.
 

태그:#대전, #하나로 방사능 방재합동훈련, #유성구, #적색비상, #방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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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전 녹색당 현 운영위원장이자, 핵재처리실험저지30km연대 집행위원인 권인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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