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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조곡동 철도문화마을 입구에 있는 기적소리 게스트하우스.
 순천 조곡동 철도문화마을 입구에 있는 기적소리 게스트하우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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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를 위한 게스트하우스가 전국에 많이 생겨나고 있다. 숙박비용이 저렴하고 투숙객끼리 여행 이야기나 정보도 나눌 수 있는 데다 간단한 아침식사도 제공한다. 호텔이나 모텔에 비해 가성비가 좋지만, 무엇보다 가심비(가격대비 마음의 만족도)가 좋아 자주 애용하게 된다. 일상의 번잡함에서 잠시 벗어나 혼자만의 여행을 즐기는 '혼행족'에게도 잘 맞는 곳이다.

게스트하우스 가운덴 개성 있고 재밌는 곳들도 있어 여행을 더 즐겁고 풍성하게 해준다. 전남 순천역 앞 관광안내소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알아보다가 기차를 테마로 아기자기하게 꾸민 '기적소리 게스트하우스'를 알게 됐다. 순천시와 철도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곳이다.
 
기적소리 게스트하우스가 자리한 순천시 조곡동 철도문화마을.
 기적소리 게스트하우스가 자리한 순천시 조곡동 철도문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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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책방이 들어 있는 기차 도서관.
 작은 책방이 들어 있는 기차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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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규모인 이 게스트하우스는 전라선과 경전선이 교차하는 순천역 옆 특별한 마을에 있다. 철도의 역사와 옛 철도관사의 흔적이 밴 마을, 조곡동 철도문화마을이다. 예전엔 관사마을이라고 불렀단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철도 사무소 직원들의 거주를 위해 마을을 조성하면서 152세대의 관사를 지었다. 

게스트하우스의 마당과 건너편에 자리한 쉼터 카페는 물론 게스트하우스 내부도 기차와 기차역을 테마로 꾸몄다. 숙소 방은 호수가 아니라 기차역 이름이 붙어있다. 출입문도 미닫이문으로 되어 있어 기차 객실 칸으로 들어서는 기분이 들게 해놓는 등 곳곳에 소소한 정성이 느껴졌다. 

기차 여행을 좋아하는 '철덕'(기차 마니아) 손님들이 제일 좋아하겠다. 1층엔 철도박물관과 작은 책방이 들어있는 기차도서관이 있고 2층에 도미토리와 샤워실 등 편의시설이 있다. 방은 7개가 있어 총 14명까지 숙박할 수 있다.
 
게스트하우스 마당 기차 모형안에 있는 작은 책방.
 게스트하우스 마당 기차 모형안에 있는 작은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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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닫이 문에 방 호수 대신 역명이 붙어있는 객실.
 미닫이 문에 방 호수 대신 역명이 붙어있는 객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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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게스트하우스처럼 도미토리형 객실이지만 이곳은 모두 2인용이다. 6인용이나 8인용 등 다인용 도미토리 룸보다 크기는 작지만 아늑하고 편안하다. 침대에 커튼이 달려 있어 편안함을 더했고, 전자제품 충전용 콘센트와 머리맡에 작은 등 같이 여행자의 편의를 생각한 세심함이 돋보이는 방이다. 게스트하우스 건너편엔 옛 관사를 개조해 만든 기적소리 카페가 있어 오며 가며 여유롭게 쉬어가기 좋다. 

순천 여행을 하다 해가 저물면 귀가하는 기분으로 기적소리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와 이틀간 숙박을 하며 지냈다. 숙소가 순천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로 가까워서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건 늦은 밤잠을 들 무렵이었다. 인근 순천역을 지나는 열차소리가 작게 들려오는데, 왜인지 아련한 향수가 느껴지고 마음이 절로 편안해졌다. 

저녁밥을 먹은 후엔 침대에 들어가 머리맡 작은 등을 켜고 게스트하우스에서 비치해놓은 책을 읽으며 늦은 밤까지 시간을 보냈다. 여행 삼아 스마트폰이나 TV를 보지 않았다.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지만, 불안하기는커녕 예상치 못하게 행복한 기분이었다.
 
옛 철도관사를 개조해 만든 기적소리 펜션.
 옛 철도관사를 개조해 만든 기적소리 펜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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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미가 깔린 이국적인 방이 있는 기적소리 펜션.
 다다미가 깔린 이국적인 방이 있는 기적소리 펜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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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철도문화마을에는 가족 여행객이 묵을 수 있는 기적소리 펜션도 있다. 기적소리 게스트하우스와 달리 일본 관사건물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이채롭다. 일본식 다다미방에서 숙박을 할 수 있는 특별한 숙소다. 

일본 주택에서 사용하고 있는 다다미가 깔려 있고 도코노마라고 불리는 벽장 등 세세한 부분까지 1930년대 일본식 가옥 분위기를 최대한 재현했다. 이국적인 공간에서 하룻밤 묵어보는 것도 좋겠다. 일반 펜션처럼 마당이 있어서 야외에서 차를 마시거나 음식을 해먹을 수도 있다.   

철도문화마을의 편안한 쉼터 기적소리 카페 건물은 작은 음악회·전시·문화강좌가 열리는 복합문화공간이면서 마을을 찾아온 손님들을 안내하는 방문객 안내공간이기도 하다. 과거엔 철도배급소가 있던 곳이다.

당시 철도 관사에 거주하는 철도직원들은 자신들이 신청한 식료품, 생활필수품 등 배급품을 직접 와서 받아갔다고 한다. 해방 이후에는 경제가 매우 어려워 공무원이었던 철도직원들은 월급 대신 가족 수를 계산해 쌀을 지급받았단다.
 
게스트하우스 건너편에 있는 기적소리 카페.
 게스트하우스 건너편에 있는 기적소리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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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문화마을 달빛마실 기행

기적소리 게스트하우스에 묵게 되면 추억에 남을 만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매월 마지막주 토요일에 열리는 '달빛마실' 걷기 행사다. 행사의 시작은 게스트하우스 1층에 있는 철도박물관에서 열리는 작은 인형극이다. 철도문화마을의 유래가 된 관사마을과 죽도봉의 역사를 품고 있는 '대숲골' 이야기가 흥미롭다. 옛날에 이 동네에 대나무가 많이 살아 대숲골이라고 했단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출발해 기적소리 카페를 지나 철도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며 일제 강점기에 조성된 관사마을에 담겨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는다. 철도마을의 명소랄 수 있는 죽도봉까지 산책하듯 올라가면 순천시내와 순천만으로 흘러가는 동천 풍경이 발아래로 펼쳐진다. 80m 높이의 죽도봉은 멋진 전망대이자 2012년 산림청에서 주최한 '대한민국 아름다운 숲'에 선정될 정도로 숲이 우거진 봉우리다.
 
조곡동 마을과 죽도봉의 유래가 담긴 대숲골 이야기 인형극.
 조곡동 마을과 죽도봉의 유래가 담긴 대숲골 이야기 인형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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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내와 동천 물줄기가 한 눈에 보이는 죽도봉.
 순천시내와 동천 물줄기가 한 눈에 보이는 죽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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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대나무가 많이 살았고 녹음이 우거진 동산은 흡사 둥둥 떠 있는 섬같이 생겼다 하여 죽도봉(竹島峰)이란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정상에 있는 팔각정으로 가는 숲길엔 동백나무 군락이 길 양편에 빽빽하게 서 있어 붉은 동백잎이 피어날 때 또 오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죽도봉엔 정상 정자에 아담한 카페가 자리하고 있어 더욱 좋다. 

죽도봉은 바로 옆 봉화산과 둘레길로 이어져 있고 차도가 이어져 있어 차를 타고 올라갈 수도 있어 순천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오래된 공원이기도 하다. 밤이면 오솔길처럼 걷기 좋게 조성된 '청춘 데크 길'을 따라 야간 조명이 켜지면서 공원 곳곳에 하얀 불빛이 구불구불 이어진다.  
 
죽도봉 정상에 있는 소담한 카페.
 죽도봉 정상에 있는 소담한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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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태그:#순천여행, #기적소리게스트하우스, #순천게스트하우스, #죽도봉, #순천철도문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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