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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참여연대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관련으로 검찰에 고발하기 전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7월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참여연대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관련으로 검찰에 고발하기 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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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아래 삼성바이오)에서 삼성 미래전략실과 분식회계를 모의한 정황이 담긴 문건을 보고도 징계 판단을 미뤘다는 주장이 나왔다. 

2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회계사)은 "(증선위가) 결정적인 증거 앞에서도 눈을 감고, 또 추가적인 논의를 해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증선위는 지난달 31일 회의를 열고 삼성바이오의 2012~2015년 회계처리가 합당했는지를 재심의했다. 증선위는 금융감독원의 회계감리 결과를 놓고 논의하는 금융위원회 산하 기구인데 금감원이 2015년 회계만 감리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다며 지난 7월 재감리를 요청했었다. 이후 3개월여 만에 금감원이 재감리 결과를 내놨고, 증선위가 다시 심의에 나선 것.   

그런데 증선위는 이번 회의에서 13시간 넘게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혐의를 심의하고도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오는 14일 2차 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에 앞서 금감원은 삼성바이오와 삼성그룹 미전실이 주고 받은 전자우편을 증선위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우편에는 삼성바이오가 미전실에 자회사 회계처리 방안을 몇 가지 제시한 뒤 승인을 얻어 회계변경을 진행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진행자 김어준씨는 "증선위가 어떻게든 이 문제를 덮어 주려고 하는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증거가 나왔는데도 넘어가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증선위가 분식회계라는 결론을 안 내면 안 된다"고 지적했고, 김 소장도 "그렇다"고 밝혔다. 

"삼바, 전자우편서 이재용 일가에 유리하도록 제일모직 고평가 언급"

더불어 김 소장은 삼성바이오와 미전실의 전자우편이 분식회계 의혹을 풀 증거가 되는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지난 1일과 2일 <한겨레>는 금감원이 증선위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삼성 내부문건 내용을 보도했다. 

김 소장은 "보도에 따르면 (전자우편은) 2015년 5월부터 11월까지의 문서인데, 일종의 범행일기와 비슷한 것"이라며 "한 주 단위로 촘촘하게 작성됐고, 작성자의 소회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거 어떤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적은 뒤, '그래서 우리(삼성바이오) 앞에 지금 커다란 난관이 봉착해 있다'(는 내용이 있다)"고  부연했다. 

김 소장은 삼성바이오가 미전실에 보내는 전자우편에서 '통합 삼성물산은 합병 때 제일모직 주가의 적정성 확보를 위해 바이오사업 가치를 6조9000억 원으로 평가해버렸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재용 일가에게 유리하도록 하기 위해 제일모직을 고평가 하다 보니 바이오사업 가치를 이렇게 (높게) 해버렸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5년 7월 제일모직-삼성물산은 1대 0.35 비율로 합병했다. 삼성물산 주식 3주를 합쳐야 제일모직 주식 1주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는 얘기다. 삼성 입장에선 제일모직 대주주였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유리하도록 제일모직 가치를 높여야 했고, 이 때문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부풀렸다는 것을 삼성바이오가 인정한 것이다. 

"콜옵션 반영하면 삼성바이오 완전자본잠식, 끊임없이 미전실에 보고"

김 소장은 "이 다음 (삼성바이오가 전자우편에서) 난감한 상황을 그대로 적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우편에 '콜옵션 행사 가능성 확대로 1조8000억 원 부채 등을 반영해야 한다, 이에 따라 자본잠식이 예상되는데 이때 기존 차입금 상환불가로 상장불가 상황에 처한다'고 적혀있다는 얘기다.

앞서 삼성바이오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를 미국 바이오젠과 함께 설립한 뒤, 바이오젠에서 삼성에피스 지분 절반 가량을 가질 수 있는 콜옵션 계약을 맺었다. 바이오젠에서 지분을 가져가면 삼성바이오는 회계상 빚을 지게 되는데, 이 경우 적자가 커져 잉여금이 바닥나게 되고 빚을 갚지 못해 주식시장에 상장하지 못한다고 미전실에 보고했다는 것. 

이에 김어준씨는 "초반에는 삼성바이오를 상장하고, (이를 삼성 경영권) 승계의 중요한 수단으로 삼아야 하는데 콜옵션 문제가 떠오르게 되면 (삼성바이오 재무가)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정리했다. 김 소장도 "그렇다, (콜옵션을 반영하면) 완전자본잠식이 돼버린다"고 설명했다. 설립 이후부터 2015년 회계처리 변경까지 삼성바이오는 적자 상태를 지속하고 있었다. 

김 소장은 "자본잠식이 되면 은행에서 (대출) 만기연장을 안 해 준다"며 "(해당 전자우편은 삼성바이오가) 이런 위급한 상황을 주 단위로 끊임없이 미전실에 보고하는 그런 문건"이라고 부연했다. 

"'이랬다가 욕 먹는다' 실제 전자우편에 이런 표현 나와"

이어 그는 "그러다 어느 날 삼성바이오는 3가지 대안을 모색했다"며 콜옵션 반영에 따른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 삼성바이오가 미전실에 전자우편으로 보고한 회계처리 변경 방안들을 소개했다. 첫 번째 안은 바이오젠과 합작계약서를 소급해 수정하는 것이고, 두 번째 안은 삼성에피스를 종속사에서 관계사로 바꾸는 것이라고 김 소장은 설명했다. 세 번째는 삼성에피스를 연결자회사로 유지하되 콜옵션 평가손실을 최소화하는 안이라는 것. 

김 소장은 첫 번째 안인 바이오젠 합작계약서 수정 건에 대해 "과거 계약서들을 바꿔보자, 조작해보자는 것"이라며 "상대방 회사인 바이오젠이 들어줄 리 없다 (회사가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는 세 번째 방안과 관련해 "모직-물산 합병 때 삼성바이오 가치를 6조9000억 원으로 평가해버렸는데, (이를 선택하면) '이랬다가 욕먹는다' 실제 이런 표현이 (전자우편에) 나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소장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찌어찌 하면 사회적 비난, 또 감리 과정에서 문제될 게 있다고 해서 (세 번째 안은) 탈락했다"고 부연했다. 

김 소장은 "(다른 방안들이) 탈락하니까 (삼성바이오가) 두 번째 안을 과감하게 결행하게 된 것"이라며 "지금 문제의 회계처리가 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는 실제 2015년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삼성에피스를 회계상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꿨다. 이에 따라 회사는 삼성에피스를 지분매입 당시의 장부가액이 아닌 공정가치(시장가격)로 평가했고, 장부상 약 4조5000억 원의 이익을 올려 흑자 전환한 뒤 주식시장 상장에 성공했다. 

김어준씨는 "문건 작성자가 (삼성) 내부자가 맞다면 이건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고, 김 소장은 "그렇다,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확고한 증거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삼성바이오로직스,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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