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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사법부 70주년 행사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문 대통령, 김명수 대법원장.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사법부 70주년 행사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문 대통령, 김명수 대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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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을 향한 고위법관들의 반발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자신들의 행태를 비판한 것에도 강하게 반발했다. 또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측은 검찰의 수사를 '문재인 정권의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위법관들이 청와대와 검찰에 반발하면서 지속적으로 논란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다.

이 같은 고위법관들의 행동을 놓고 단순히 수사에 불만을 넘어 향후 진행될 재판에 영향을 끼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뿐 아니라 법조계 안팎에서는 청와대와 검찰, 김명수 대법원장 등을 상대로 한 '사법파동'을 일으킬 구실을 찾기 위한 의도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검찰 수사가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명분을 쌓아 김 대법원장 퇴진 등을 요구하는 집단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고위법관들의 반발에 대해 법원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법조계 관계자는 최근 <오마이뉴스>와 만나 "강민구 부장판사, 윤종구 부장판사 등 검찰 수사와 청와대를 문제 삼는 고위법관들은 대부분 양 전 대법원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소위 '양승태 키즈(kids, 아이들)'"라며 "법원 내부 게시판에 쓴다고 하지만 내부용이라고 볼 수 없다, 법원 안팎에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을 만들려는 의도로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고위법관들이 검찰 수사 절차를 문제 삼자 보수 언론에서는 그들이 '인권'을 옹호하기 위해 고언에 나선 것처럼 보도한다, 아니면 청와대나 검찰이 사법부의 독립을 해치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한다"라며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 등 최고위급 전현직 법관을 수사하게 되면 아마 이런 저항은 더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정부의 사법부 독립 침해를 구실로 고위법관들이 집단행동(사법파동)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판사들의 집단행동을 의미하는 '사법파동'은 한국 현대사에서 그동안 다섯 차례 발생했다. 1차 사법파동은 지난 1971년 검찰이 두 명의 법관을 구속하자 이를 대법원이 국가배상법을 위헌으로 결정한 것에 보복조치로 판단한 판사들이 집단 반발하면서 발생했다. 특히 1987년 6월항쟁 이후 사법부 개혁을 촉구하며 판사 400여 명이 성명을 발표한 2차 사법파동 사례가 대표적이다.  

수사 반대하던 고위법관들, 임종헌 구속되자 수사절차 비판
 
구속 심판대 오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건 '키맨'으로 불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6일 오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 구속 심판대 오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건 "키맨"으로 불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 10월 26일 오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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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지방고등법원 부장판사와 지방법원장 등 고위법관들은 이번 사법농단 사건을 '부적절하지만 죄가 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해석하며 법원의 자체적인 조치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해왔다.

대표적으로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들은 지난 6월 5일 "대법원장이 형사고발, 수사의뢰, 수사촉구 등을 할 경우, 앞으로 관련 재판을 담당하게 될 법관에게 압박을 주거나 영향을 미침으로써 법관과 재판의 독립이 침해될 수 있음을 깊이 우려한다"라며 사법농단에 대한 고발이나 수사의뢰에 반대했다.

또 전국 법원장들도 지난 6월 7일 '전국 법원장 간담회'에서 "재판 거래 의혹은 합리적인 근거가 없고 사법부가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해선 안된다"라고 주장했다. 전국법관회의나 일선 지방법원의 판사들이 형사고발을 촉구하는 것과는 상반된 태도였다. 이후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소환조사를 받을 때나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때도 일부 법원 내부에서는 '죄가 되지 않는다'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같이 '죄가 되지 않는다'며 사법농단 수사에 반대하는 고위법관들의 태도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 되면서 방향이 달라졌다. 수사 절차를 문제 삼기 시작한 것이다. 검찰 수사가 일선 판사들을 넘어 임 전 차장을 징검다리 삼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전현직 대법관들에게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자 수사의 '정당성'을 문제삼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먼저 강민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10월 16일 법원 내부 게시판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중범죄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 수사 관행을 보면 수시로 통밤을 넘겨 새벽이나 그 다음날 동이 트고 나서 수사기관에서 나오는 피의자 모습을 흔히 본다"면서 "이제는 이런 관행이 비록 당사자나 변호인의 자발적 동의가 있다 해도 위법이라고 외칠 때가 지났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1월 비슷한 취지의 글을 이미 올렸었고, 이를 다듬어 다시 제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신과 가까운 임 전 차장의 검찰의 밤샘 조사를 받은 직후라는 점에서 법원 안팎의 비판이 이어졌다. 강 부장판사는 또 "이런 조서의 증거능력 배척하면 단박에 고칠 수 있고 형사재판 법관 한 명의 결단만 남았다"라며 "검사 욕할 게 아니라 판사가 불승인하면 하라 해도 안할 터, 즉 법원이 변하면 다 변합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강 부장판사의 주장은 향후 임 전 차장의 재판을 맡게 될 재판부에 '밤샘 조사에서 나온 내용은 증거를 배척하라'는 메시지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웠다. 법원 안팎에서도 "명백한 재판개입", "수사 통제 주문",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러자 강 부장판사는 다음날 "댓글을 보면 가관이다, 우리 사회에 일정한 비율의 화병 대중이 상존함을 느낀다"라고 불쾌감을 드러내고 계정을 닫았다.

최근 자신이 받은 검찰의 압수수색을 비판한 김시철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달 30일과 지난 1일 연달아 법원 내부 게시판에 장문의 글을 올려 지난달 11일과 29일 자신을 상대로 한 검찰 압수수색의 위법성을 주장했다. 또 재판거래 의혹 가운데 하나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파기환송심을 1년 6개월 동안 선고를 하지 않았던 과정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강변했다.

또 최인석 울산지방법원장은 지난달 29일 법원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법원은 검사에게 영장을 발부해 주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아니다, 장삼이사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압수수색 영장청구는 20년 동안 10배 이상 늘었다, 검찰을 무소불위의 빅 브라더로 만들어준 것은 다름 아닌 우리 법원"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하며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이 번번이 기각되는 것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를 반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재인 정치보복' 주장, 조국 수석 때리는 이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사진)이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검토 문건'을, 최근 논란이 되기 전엔 보고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3월 대통령 개헌안을 설명하는 조국 수석의 모습.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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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수사절차를 문제 삼는 고위법관들은 또 청와대와도 대립각을 세웠다. 이는 임종헌 전 차장이 지난달 27일 구속된 후 검찰의 수사에 대해 "정권교체에 따른 사법부 발 전형적인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고위법관들 사이의 '갈등'이나 '설전'으로 보도했지만, 그 내면에는 사법농단 사건을 '정치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임 전 차장의 변호인 황정근 변호사는 지난달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법리보다 정치적 고려가 우선된 부당한 구속"이라고 주장했다. 또 앞서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법의 날' 행사에 와서 사법농단을 언급한 것은 잘못됐다, 사법농단 사건은 정치보복'이라는 취지의 변론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지난 9월 사법부 70주년 행사에 참석해 "지난 정부 시절의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의혹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라고 말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조국 민정수석을 향한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조 수석은 지난달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강민구 부장판사를 비판하는 기사를 링크했다. 앞서 강 부장판사가 임 전 차장의 조사 시점에 맞춰 밤샘조사를 비판한 것을 지적한 기사였다. 이후 이를 두고 '사법독립을 해친다'는 보수 언론의 보도가 이어지자 "법관이 재판 외에 스스로 행한 문제 있는 행위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 예컨대 재벌 최고위 인사에게 문자 보내기, 사법농단 수사에 대한 조직 옹호형 비판 등"이라고 반박했다.

여기에 강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조 수석을 향해 "더 이상 지위를 남용해 법관을 치사한 방법으로 겁박하지 말라"라고 밝혔다. 또 언론과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특정 판사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검찰의 밤샘수사를 종용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조 수석은 재차 "재벌 최고위 인사에게 문자를 보낸 것이나 사법농단 수사에 조직 옹위형 비판하는 행위에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반박했다.

이후 윤종구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지난달 21일 판사 197명에게 이메일을 보내 "대통령은 헌법기관으로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으나 비서실은 다르다"라며 조 수석을 비판했다. 조 수석에게는 사법부를 비판할 '헌법적 근거가 없다'는 취지다. 그는 22일 관련 내용을 코트넷에 다시 게재하며 "대통령의 위임 없이 의견을 기재한 경우는 헌법 규정에 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법부 독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양승태 키즈들 단합하라는 메시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6월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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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고위법관들의 행태에 판사 출신 서기호 변호사는 "고위법관들의 글을 보면 마치 사법부가 탄압을 받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작성됐다"라며 "사법부의 독립이라는 건 결국 재판의 독립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마치 사법부에서 어떤 잘못을 하더라도 국회나 검찰이 개입할 수 없는 것처럼 인식하게 만든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마치 모든 판사가, 사법부 전체가 수사를 받는 것처럼 표현하는 것에는 자신들을 피해자로 보이게 만드려는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세력과 사회 보수 세력이 연합하는 과정으로 보인다"라며 "사법농단이라는 것 자체, 이를 수사하고 특별재판부를 만들고 관련 판사를 탄핵하려는 게 모두 문재인 정권이 보수를 탄압하는 과정이라는 프레임을 짜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들이 가해자이면서 '피해자 코스프레(흉내)'를 하며 '양승태 키즈'들의 단합을 메시지로 내놓고 있다"라며 "사법농단을 비리 사건이 아닌 법원 내부의 세대갈등 정도로 축소시키고 외부, 즉 청와대와 검찰이 사법부를 탄압하고 있다는 프레임으로 가는 걸 본격화 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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