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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8일 화염을 뚫고 3살 어린아이를 구한 강원도 홍천소방서 소방관들의 이야기가 전해졌습니다. 특히 구조 과정에서 화재현장의 뜨거운 열기로 소방대원들의 보호장비인 안전모까지 녹아내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국민들로부터 찬사를 받았습니다. 또한 모 기업은 헌신한 소방대원에게 의인상을 수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움(?) 혹은 의구심이 남습니다. 화재현장에서 소방대원이 착용하는 보호장비가 저렇게 열에 약해도 되는 것일까? 더구나 가장 마지막까지 그 성능을 발휘해야 할 머리부위 보호장비가 열에 의해 먼저 녹아내린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분명 관련법령과 규정에 따라서 성능검사를 통과한 제품일 것인데 그 성능이 저 정도밖에 안될까?

한편 많은 희생자를 낸 충청북도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의 진압과 구조 과정에도 의문이 있습니다. 다른 부분은 차차하더라도 당시 구조작업에 영향을 미친 요인 중 하나인 구조용 사다리차에 관한 부분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해당지역에는 관련규정에 따라 사다리차가 배치되지 않았고 다른 지역에 배치됐던 장비가 지원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참사가 발생한 이유 중 하나로 소방 사다리차가 언급되기도 했습니다.

이후에 소방당국에서는 소방용 소형 사다리차를 개발해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개선의지를 보였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현행 소방용 대형 사다리차의 효용에 의구심이 제기 된 것은 하루이틀이 아닙니다. 뉴스에 반복적으로 화재현장을 지나가던 시민이 포크레인 등으로 사람을 구했다는 내용이 보도되어 왔습니다. 소방당국에서 이러한 사례들을 접하고 대형 사다리차 운용의 효용성을 생각하지 않았을리 없습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소방대원의 개인 보호장비나 차량 등 소방장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개선/발전시켜 나가는 업무를 해야 할 소방청의 조직은 너무나도 열악합니다. 현 소방청 조직에서 관련 업무를 하는 곳은 "소방장비항공과"로 이중 소방항공과 관련된 인원과 여러 시스템 담당직원, 법령이나 일반 서무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을 제외하면 실제로 소방장비 개선과 발전을 위해 근무하는 인원은 3~4명 정도입니다.

때문에 소방청은 작년 개청때부터 "장비관리국" 신설을 추진했지만 행정안전부 등 관련부처와의 협의에서 번번이 무산되어 왔습니다.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소방청 인원규모가 국을 새로 설치할 만큼 크지 않다는 것이 중요 이유로 알려졌는데, 해당 업무가 갖는 무게를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논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한편 지난 10월 2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종합감사에서는 경기도 고양시 저유소 화재를 놓고도 소방청의 관련조직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소방청이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라 11만 2008개소의 관련 시설을 담당하고 있는데 해당 업무 인력이 위업물안전계 3명(소방령 1명, 소방경 1명, 공업주사 1명)에 불과해 타 부처와 비교해서도 현저히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담당하는 관련시설의 화학물질 분류, 화학물질 사고 대응, 위험물유통량 조사, 유해위험물 국가기준데이터 관리, 위험물 사고 조사 등의 업무를 담당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서도 해당 업무 인력 증원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미 "장비관리국" 설치를 놓고 행정안전부 등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실정인데다 과거부터 중앙 소방조직의 비효율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입니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설치된 각 지역의 특수구조대의 효율과 효용에 대해서는 소방 내에서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기에 이러한 문제들을 해소하지 않고 중앙 소방의 인력을 순수 증원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을까? 가장 쉬운 방법은 현 중앙소방 조직을 개편해서 효율과 효용을 극대화 하는 것입니다. 특히 현 중앙소방 조직에서 가장 많은 인원이 배치된 "소방청-119종합상황실" 인력과 "중앙119구조본부-119구조상황실" 기능을 통합하고 중복 인력을 재배치하는 것으로 상당부분 인력문제를 해결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개편이 현행 소방법 등을 개선하여 중앙119구조본부장에게 중앙긴급구조통제단에 대한 실질적인 통솔기능을 부여하는 것과 연계된다면 보다 효과적인 재난대응이 가능할 것입니다.(이와 같은 업무분장은 현재 국방부-합참과 같이 정책기능과 현장지휘 기능을 분리하여 효율과 효용을 극대화 하는 것으로 소방에서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세종시에 위치한 해양경찰청의 인천 이전 이후 중앙119구조본부의 본부기능을 세종시로 이전한다면 금상첨화 일 것입니다.

외부 민간전문가를 채용하여 배치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꼭 소방공무원이 아니어도 되는 경우, 민간전문가가 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직위에 적극적으로 관련 민간 경력자를 채용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들어 현 소방청 조직에서 대변인나 소방정책, 소방산업 등과 관련된 분야는 충분히 민간전문가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소방조직보다 더 위계질서가 엄격하고 폐쇄적이라고 평가받는 군 조직에서도 국방부에 여러 민간전문가를 두는 것을 생각하면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민간전문가 채용은 중앙소방 조직의 규모를 이유로 신설 부서 설치에 부정적인 관련부처의 동의를 얻어내는 데에도 효과적일 것입니다.

타 부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중앙소방 인력, 지방과 중앙으로 이원화된 조직 등 소방청이 필요한 조직을 만들고 인력을 배치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소방청이 기존 조직을 재설계/재배치하고 외부의 민간전문인력에 문을 개방한다면 지금 소방청이 고민하고 있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국가직 소방공무원을 확대하여 문제를 해결하려 시간을 보낸다면 그 피해는 온전히 국민들에게 미치고 그 화살은 다시 소방조직을 향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존 조직의 효율과 효용을 극대화하고 민간에 등용문을 개방하는 등 소방청이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통해 국가와 국민의 신뢰를 얻어가길 기대합니다.

태그:#소방, #소방청, #소방공무원, #119, #중앙소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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