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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갈 사람 있겠나."
"지금 군복무하는 애들은 이걸보면서 무슨생각하겠냐."


대법원의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에 대한 대표적 반응이다. 이래서는 누가 군대 가겠느냐. 전방에 끌려가 고생하고 있는데 대체복무제가 웬 말이냐. 나는 이런 목소리에 주목한다. 룰을 지키며 살아가는 데 뭔가 속고 있다는 느낌, 잘못된 것 같다는 느낌 말이다. 병역의무가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아닌 이상 거부와 저항을 통해 당신의 의사를 관철시킬 수 있는 자유가 있음은 당연지사다. 

징역 살까봐 걱정이 된다면 앞으로 만들어질 대체복무제 신청을 통해 현역복무를 거부하는 것도 생각해 봄 직 하다. 당신이 대한민국 군대에 어떤 불만을 갖고 있다면 그것을 사유로 내걸 수 있다.

아마 '얌체 같은' 병역거부자들에게 분노한다면, 당신이 원하지도 않은 복무를 인간 이하의 대우를 감내하면서 수행했거나 수행할 운명이라는 게 배경일 텐데, 이 모든 열악한 사정이 사유가 될 수 있다. 동성애자라서 불안할 수도 있고 최저임금의 절반도 못 받는 게 말이 안 된다 생각할 수 있다. 여성이 병역 의무를 지지 않는 것이 정당하지 않다고 여길 수도 있으며 유별나게 기피율이 높은 상류층 자제의 도덕적 해이를 문제삼을 수도 있다.

거국적인 병역거부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엄청나게 많다. 지금까지 희생자만 4만 명에 달하는 군대 내 전투 외 600건에 이르는 의문의 죽음의 행렬이 멈추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

똥별들이 군수비리로 잇속을 챙기게끔 방관하는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도 있다. 정권의 생명연장을 위해 친위쿠데타를 모의하는 뻔뻔함에 철퇴를 가할 수 있다. 나아가 휴전선 앞에 사람을 줄지워 놓고 대치하는 비이성적인 대결정책을 끝장낼 수도 있다. 보편적 사회복무건, 모병제건 단축된 징병제건 간에 합리적인 형태의 군복무 형태를 요구할 수도 있다. 순한 양처럼 국방의 의무를 일단 따라야 한다고 믿는다면 결코 찾아올 수 없는 변화들을 거국적인 병역거부를 통해 순식간에 잡아챌 수 있다. 왜, 꼭 가줘야 하나?


이런 문제가 해결되거나 진지하게 논의될 수 있다면 다시 감방에 가는 결론이 나더라도 감수할 수 있다. 내가 병역을 거부하고 감옥을 택한 이유는 평화를 향한 나의 신념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군대가 정치와 영합하며 군피아의 주머니를 챙겨주면서도 평범한 청년들의 인권을 형편없이 방치하고, 국익이라는 이유로 침략전쟁에 동원되고, 전투경찰을 활용해 민주주의와 생존을 요구하는 시민들에게 폭력을 거리낌없이 행사하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누군가가 죽어야, 사고가 터져야, 그리고 어렵사리 보도가 되어야 그나마 미봉책이라도 나오는 게 현실이다. 나는 이런 현실이 시민들의 광범위한 거부행동 없이는 쉽사리 바뀔 수 없다고 믿는다. 권력의 근본을 흔들지 않으면 위정자들은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덥지 않은 판결'과 '희생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에 항의하고 싶으면 수많은 댓글이 언급하듯 총을 내려놓고 세금을 내지 말라. 나는 비록 그 항의의 이유에는 동의하지 못하지만 바로 그 뜨거운 울분이 당신의 양심이라는 점을 인정하며, 그 양심에 따른 선택은 병역거부자들의 양심만큼이나 존중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생각보다 병역은 신성하지 않으며, 우리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기 위한 하나의 제도일 뿐이지 그 위에 군림하지 않는다. 노동자들은 권리를 위해 파업을 하고 시민들은 주권을 위해 거리를 점거한다. 어떤 방향으로든 대한민국 군대가 바뀌어야 한다고 믿는다면 더 많은 병역거부가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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