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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일을 마치고 오후 늦게 엄마와 함께 근교로 드라이브를 갔다. 우리는 국도를 따라 달리던 중 길가에 피어난 코스모스를 발견하고 차에서 내려 곧장 그 길을 따라 느리게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질녘 저물어가는 노을에 물든 주황 빛 낭만을 만끽하며 집에서 우려 온 따뜻한 메밀차 한모금을 서로 나눠 마셨다.

10월은 해가 짧은 관계로 금방 날이 어두워져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차가 있는 곳을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그때 마침 반대방향 도로 한복판에서 사시나무처럼 부들부들 떨고 있는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길가는 인적이 드물고 한적한 편이라고 하지만 늦은 밤에도 달리는 차가 분명 있기 때문에 도로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고양이는 누가봐도 위태롭고 안쓰러워 보였다. 순간 바람이 쌩하고 불자 새끼 고양이를 뒤덮은 복실한 밤색 털들이 요란스럽게 흔들렸다. 동시에 유리구슬 같이 맑은 고양이의 눈동자가 두려움에 출렁거렸다. 나는 새끼 고양이 곁으로 살며시 다가가 상처난 곳이 없는지 눈으로 구석구석 확인했다.

다행히 그런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왜 새끼고양이가 도로 한복판에 오갈 데 없이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채 가시기도 전에 멀리서 '그르릉' 거리는 소리가 희미하지만 날카롭게 내 귓가로 스쳤다.

그리고 내가 새끼고양이에게 바짝 다가갈수록 그 소리는 더 선명하게 울부짖기 시작했다. 순간 이 주변 어딘가 어미 고양이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고양이를 품에 안고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미터 못 가 우거진 갈대 숲 사이로 어미 고양이와 또 다른 새끼 고양이들을 발견했다.

어미 고양이는 내 품에 안긴 새끼 고양이를 보자마자 반가움이 밴 그득한 울음소리를 냈다. 다행히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아 나는 조심스럽게 어미 고양이 옆으로 새끼 고양이를 놓아주었다.

자식을 제 품에 안은 어미 고양이는 그제서야 마음이 놓인 듯 새끼 고양이 얼굴을 마구 핥아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 품 사이로 나머지 다른 새끼 고양이들이 파고들며 서로 엉키면서 둥근 원을 만들었다. 무사히 가족 상봉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해가 뉘엿뉘엿지고 어둠이 내려앉았다. 차로 돌아오는 길에 엄마는 내 손을 꼭 잡으며 "자식을 향한 사랑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다르지 않다. 그치?"라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때마침 핸드폰으로 "언제 집에 오노? 같이 밥먹으려고 기다리고 있다"며 우리를 애타게 찾는 남동생의 호출이 왔다.

문자를 확인하자 엄마와 나는 서로 마주보며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산너머 마을에선 밥 짓는 연기가 몽글몽글 피어오르고 있었고 아늑한 보금자리로 향하는 우리의 발걸음은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태그:#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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