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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도로 주변에 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행사를 알리는 축하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지난 9월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도로 주변에 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행사를 알리는 축하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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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김시철 서울고법 부장판사(사법연수원 19기)가 자신을 변호하고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글을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재차 게시했다. 잇따라 올라온 김 부장판사의 '자기 변호글'에 "직무윤리 위반"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김 부장판사는 1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사법농단 의혹 수사에 관하여 법원 가족들게 드리는 글(2)'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언론 보도를 보면 (법원행정처) 문건의 작성자가 해당 사건에 관한 제 업무에 영향을 미쳤다고 당연히 전제하고 있는데 이러한 전제사실 자체가 잘못됐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 당시 저는 통상적인 업무처리 방식에 따라 업무를 처리했다"라며 "관련자의 직권남용행위 등과 같은 불법적 행위가 제가 담당한 해당 사건의 재판에 영향을 미친 적도 없다"라고 덧붙였다. 김 부장판사가 작성한 글은 A4용지 48쪽, 3만5000자에 달할 만큼 매우 길었다.

3만5천자 '자기변호글'... "재판에 영향 미친 적 없다"

김 부장판사는 2015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 '댓글조작' 사건(선거법 위반 혐의)의 파기환송심을 맡았다. 최근 발견된 법원행정처 문건(6건)에는 양승태 대법원이 이 재판에 개입한 정황이 담겨 있다. 당시 재판 지연 논란을 일으켰던 김 부장판사는 선고도 내리지 않은 채 지난해 2월 서울고법 민사부로 이동했다. 이 재판은 대선 후인 지난해 8월에야 원 전 원장에게 유죄가 선고되며 마무리됐다.

이 때문에 검찰은 최근 두 차례에 걸쳐 김 부장판사의 이메일을 상대로 압수수색(지난달 11일, 29일)을 진행했다. 이미 지난달 30일 검찰의 압수수색에 반발하는 글을 올렸던 김 부장판사는 이날 올린 글에서도 검찰의 수사 방식을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하나의 영장에 의한 여러 차례의 압수수색 집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자명한 것"이라며 "유효기간이 남아 있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의 집행을 허용한다면 그로 인하여 사생활의 평온을 침해당하는 상대방의 불이익이 너무 커질 우려가 있다"라고 말했다. 즉 지난달 11일 첫 번째 압수수색 후, 같은 영장으로 29일 다시 압수수색을 진행한 점이 문제라는 주장이다.

앞서 비슷한 내용이 담긴 김 부장판사의 첫 번째 글이 올라온 후, 검찰은 "영장 유효기간은 이달 말까지고 피의사실과의 관련성은 1차적으로 수사기관이 판단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같은 시기 박노수 전주지법 남원지원장(부장판사)도 코트넷에 글을 올려 "11일 발부된 영장의 '수색의 대상'이 김 부장판사의 이메일 계정에 국한된 것인지, 아니면 김 부장판사를 포함한 법원 전체 직원의 이메일 계정이었는지 명확히 해달라"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박 부장판사의 의문에 답이 될 만한 내용은 이날 김 부장판사가 올린 두 번째 글에 담겨 있다. 김 부장판사의 두 번째 글을 보면, "11일자 압수수색은 (중략) 김시철 명의의 이메일 계정에 저장된 이메일 자료', 29일자 압수수색은 법원 소속 전체 직원의 이메일 계정에 저장된 이메일 자료'"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박 부장판사도 김 부장판사의 두 번째 글이 올라온 후 재차 코트넷에 글을 올렸는데, 이를 통해 "사실관계가 그렇다면 11일자, 29일자 영장집행은 동일한 장소에 대한 수색이 아니기 때문에 '이미 집행을 종료해 효력을 상실한 영장에 의한 위법한 재집행'이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된다"라고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의 두 번째 글에 댓글을 단 익명의 판사도 비슷한 지적을 내놨다. 그는 "영장에 '김시철 명의의 이메일 계정 이메일 자료', '법원전산망에 저장된 법원 전직원의 코트넷 이메일 자료'라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라며 "하나는 개인 계정 이메일이고 다른 하나는 백업 데이터다, 서로 다른 절차를 거쳐 보관된 것들에 대해 각각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건데 이게 왜 위법한다는 건지 모르겠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부장판사의 행위가 직무윤리 위반에 해당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참고인인 김 부장판사가)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이렇게 장외에서 판사들을 상대로 죄가 아니라고 토로하는 것은 직무윤리 위반 아닌지 심각하게 의문이 든다"라며 "영장 절차만 갖고 다투시는 것도 그 재판을 맡을 불특정 다수 판사에게 주장하는 것이라 직무윤리 위반 같은데, 하물며 실체에 대해 이러시다니"라고 덧붙였다.

박 부장판사도 "수사 중인 사안의 관련자(김 부장판사)가 수사절차 외에 있는 법원 구성원들을 상대로 해당 사안의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일방의 주장을 미리 전달하고 있다"라며 "그 자체로 매우 부적절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부디 이러한 점을 충분히 숙고해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태그:#사법농단, #양승태, #대법원, #김시철, #박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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