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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시간, 치료사 우시은과 동료들은 '금천수병원=해고병원'이라는 대형 피켓을 들고 선전전을 한다.
▲ 선전전하는 치료사들 점심 시간, 치료사 우시은과 동료들은 "금천수병원=해고병원"이라는 대형 피켓을 들고 선전전을 한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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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시은 치료사는 2016년 여름, 서울 금천수요양병원이 올린 정규직 공고문을 보고 이직했다.
▲ 정규직 입사 공고문 우시은 치료사는 2016년 여름, 서울 금천수요양병원이 올린 정규직 공고문을 보고 이직했다.
ⓒ 우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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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으로 입사한 치료사에게 사측인 병원이 '계약기간이 명시돼 있다'는 이유로 계약직이라며 해고해 직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서울 금천수요양병원는 지난 8월 작업치료사 한 명을 해고했다. 병원 측은 연봉 조정 당시에 작성한 계약서에 명시된 계약기간을 들어 '8월 15일부로 근로 계약이 종료됐다'고 통보했다. 병원측은 통보 다음날 해당 치료사의 어머니에게 딸이 해고됐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해고된 사람은 2016년 6월 말 '정직 구인' 공고를 보고 8월 16일자로 서울 금천수요양병원에 입사한 작업치료사 우시은씨. 우시은 치료사는 "입사 전 공고를 확인했을 때부터 해고당할 때까지 단 한 번도 내가 정규직인 사실을 의심한 적 없다"면서 "지금도 계약해지로 해고된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병원은 왜 치료사를 해고했나

서울 금천수요양병원은 지난해 12월 노무사 출신의 인사팀장을 임명했다. 이후 지난 1월, '계약서 양식을 바꾼다'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새로운 계약서를 제시했다. 새 계약서에는 '갱신기대권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들어 있었다. 갱신기대권 없음, 다른 말로 '사용자인 병원 측이 원하지 않으면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우시은 치료사는 병원측이 제시한 수정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그는 "정규직으로 입사한 내가 먼저 근무 형태를 기간제로 전환할 이유가 없고 무엇보다 2017년 8월 이미 연봉계약을 한 상황에서 4개월 뒤에 다시 계약서를 작성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우 치료사 뿐 아니라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소속 금천수요양병원 작업치료사와 물리치료사도 수정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서울 금천수요양병원에서 근무하다 해고당안 치료사 우시은과 그를 응원하는 동료.
▲ 해고당한 치료사 우시은 서울 금천수요양병원에서 근무하다 해고당안 치료사 우시은과 그를 응원하는 동료.
ⓒ 민주노총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금천수요양병원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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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은 지난 8월 13일 우시은 치료사에게 계약해지 종료를 알렸다. 병원측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일반적으로 정규직이라 하면 종기(법률 행위의 효력이 소멸하는 기간)가 없는 계약을 의미한다"면서 "우시은 치료사는 처음부터 종기가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병원측은 "근무태도라든지, 환자와의 관계를 고려해 우시은 치료사와의 연장 계약 여부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금천수요양병원 치료사 노조는 우시은 치료사의 해고에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특히​ "금천수요양병원이 생긴 이래 정규직 공고를 보고 입사한 치료사들에 대해 입사 후 계약기간이 2년이 되었다는 이유로 계약 갱신을 거절한 사례가 없었다"며 "전국 최초로 생긴 치료사 노조를 병원이 부당하게 압박하기 위해서 우시은 조합원을 해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천수요양병원은 지난 2012년 개원 이래 수년 동안 노조 없는 병원으로 운영돼 왔다. 2015년 4월 전국에서 최초로 치료사들이 중심이 돼 민주노총 보건의료산업 소속 노조가 설립됐고, 1주일 뒤 한국노총 한국철도사회산업노조 소속의 제2노조도 설립됐다. 병원은 이후 민주노총 노조의 절반을 차지했던 영양부를 외주로 바꿨다. 조합원이 줄어든 민주노총 노조는 교섭권을 잃었다. 

이 과정에서 병원과 치료사 노조는 갈등했다. 노조측은 "병원 내에서 생리대 갈 시간도 없을 정도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다"며 "성희롱과 부당한 업무 지시가 만연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병원측은 노조 간부들을 향해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9,0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조합원 집에 경고장을 보내기도 했다. 이 와중에 2018년 1월 모든 계약서가 변경된 뒤 우시은 치료사가 지난 8월 계약해지로 해고됐다

현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우시은 치료사의 해고와 관련해 조사 중이다. 이런 가운데 금천수요양병원은 지난달 29일 우시은 치료사와 같은 방식으로 두 번째 해고를 했다. 노조는 2일 오후 금천수요양병원 앞에서 '해고자 복직과 병원 갑질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태그:#금천수요양병원, #정규직, #계약직,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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