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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근처 마포에는 점심시간을 활용해 내가 단골로 이용하는 미용실이 있다. 사장님의 이름을 딴, "성희 미용실"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다소 복잡한 찻길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있는 작은 미용실이다.

두 평 남짓한 공간에, 사장님 혼자 손님을 맞는 상당히 프라이빗(private)한 미용실이다. 동시에 두 명 이상의 손님을 못 받기에 무척이나 귀한 손님 대접을 받는 기분으로 이발을 할 수 있다. 요즘엔 예약제로 운영하는 고품격의 미용실이 속속 생기는 듯 한데, 아마 그런 1인 미용실의 원조격이 아닐까 싶다.

차이가 있다면, 이곳은 전혀 고급스럽지 않다. 슬레이트 지붕 밑에 걸터 앉을 의자 몇 개, 낡은 브라운관TV와 덜덜거리는 전열기/에어컨 등 꼭 필요한 것만 있는, 허름하기 짝이 없는 가게다.

뽁뽁이(에어캡)으로 유리를 온통 가려, 창 밖에서는 가게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도 없다. 그런데도 동네 상인들의 만남의 장으로 수년 간 제 역할을 해오며, 동네 아주머니들의 수다로 온기를 채워 온, 말 그대로 동네 사랑방 같은 곳이다.

남성 컷트를 단돈 6천 원만 받을 정도로 가격 또한 매우 저렴한 것도 이 집의 장점이다. 하지만 그보다 작은 엄마처럼, 때론 업어 키웠줬음직한 큰누나처럼, 오는 손님마다 포근히 감싸주고 따듯하게 말을 건네는 친절은 이 "성희 미용실"만의 트레이드 마크가 아닐까 싶다. 돈을 벌기 위한 장사가 아닌, 사람을 만나고 싶고 사회에 나도 뭔가 나누고 싶다는 마음으로 미용실을 운영한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요즘 말 그대로 "착한 가게"다.

그런데 그 성희 미용실이 10월 30일로 문을 닫았다. 가파르게 오른 임대료로 가게를 비워야 하는데, 주머니 사정에 맞는 대체 가게를 못 찾아서이다. 말로만 들어 온 젠트리피케이션이 나에게 피부로 다가오는 날이다.

성희미용실만의 폐업식
 
 성희 미용실이 10월 30일자로 문을 닫았다. 가파르게 오른 임대료로 가게를 비워야 하는데, 주머니 사정에 맞는 대체 가게를 못 찾아서이다.
 성희 미용실이 10월 30일자로 문을 닫았다. 가파르게 오른 임대료로 가게를 비워야 하는데, 주머니 사정에 맞는 대체 가게를 못 찾아서이다.
ⓒ 고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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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던 미용실을 바꾸는 것은 참으로 사사롭게 흔한 일이다. "이젠 안 올랍니다!" 선포하며 다니던 미용실에 절교 선언을 하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는가. 자연스럽게 안 가면 그만인 게 미용실이지 않을까 싶다.

다반사로 여기 저기 문을 닫는 자영업자 중 하나로 여기면 나도 참 속이 편할 텐데, 이 "착한 미용실"은 폐점하는 날까지도 착하다. 주인은 그동안 감사했다며 찾아오는 손님들 한 명 한 명에게 악수와 포옹을 하고 비용 또한 받지 않는 '그분만의 폐업식'을 했다.

울먹이는 60세 넘은 아주머니 미용사의 손길이 세월의 흔적으로 거칠고도 차가울 법 한데, 나만의 착각인지 때 이른 스산함을 녹일 정도로 포근하고 따뜻했다.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달라며, 미용료를 한사코 마다하고 아주머니가 해주는 마지막 이발을 했다.
 
 유리에 붙은 폐점 안내문의 뒷면을 보니 수년 전 이 가게를 개점할 때 인사말이 쓰여 있었다.
 유리에 붙은 폐점 안내문의 뒷면을 보니 수년 전 이 가게를 개점할 때 인사말이 쓰여 있었다.
ⓒ 고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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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맞는 장소를 찾으면 재오픈 하시라 당부를 하며 가게를 나오다, 유리에 붙은 폐점 안내문의 뒷면을 보니 수년 전 이 가게를 개점할 때 인사말이 쓰여 있음을 알게 되었다. 개점할 때 그 종이를 버리지 않으셨던 모양이다. 개점과 폐점이 그 가벼운 A4 종이 한 장에 다 담겨 있다. 그 종이 한 장이 오늘 하루도 어렵게 어렵게 살아가고 있을 수많은 자영업자들을 대변하는 듯하다.

건물주가 꿈이라 말하는 시대다. 시장 원리에 맞춰 임대료가 오르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나, 부자가 많아져서 세상이 좋아졌다는 느낌보다는 힘든 사람이 많아져 세상이 더욱 각박하게 다가오는 것은 모순처럼 느껴진다.

사회의 발전 및 부의 성장과 더불어 우리가 갖고 있던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들을 지켜낼 수 있는 각종 사회 제도들이 수반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성희 미용실'을 다시 볼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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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을 연재하며,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