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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0일 탐사보도전문매체 '셜록'과 '뉴스타파'가 공개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전 직원 폭행 영상.
 지난 10월 30일 탐사보도전문매체 "셜록"과 "뉴스타파"가 공개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전 직원 폭행 영상.
ⓒ 셜록/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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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보강 : 1일 오후 6시 30분]

"자유한국당은 지난 9월에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하고 지금 법제사법위원회의 이완영 의원께서 잡으셔서 계류돼 있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9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반드시 협조해주시기 바란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오전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한 말이다. 최근 탐사보도전문매체 <셜록>과 <뉴스타파>에 의해 직원 폭행·갑질 행각이 드러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을 비판하는 와중이었다.

한 의원은 "엽기적인 방식으로 직원을 괴롭힌 양진호 회장은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노동법을 위반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라면서 "노동부는 즉각 양진호 회장과 관련된, 소속돼 있는 회사에 대한 특별감독을 실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완영 자유한국당(아래 한국당) 의원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법사위에 계류시켰다는 한정애 의원의 발언은 사실일까?

[관련 사건 정리] 간호사 태움·대한항공 일가 갑질 등으로 필요성 부각
   
지난 8월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대한항공, 아시아나 직원들과 시민들 참석해 항공재벌 갑질격파 시민행동 집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8월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대한항공, 아시아나 직원들과 시민들 참석해 항공재벌 갑질격파 시민행동 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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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처리를 강조한 이는 한정애 의원뿐만이 아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같은 회의에서 양 회장 사건을 '직장 내 갑질 폭력 사건'으로 규정하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기반도 필요하다, 이미 국회 환경노동위를 통과해서 법사위에 계류 중인 우리 당 강병원·한정애 의원이 제출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직장갑질 119'의 조혜진 변호사도 전날(10월 31일) YTN라디오 <생생경제>와 한 인터뷰에서 "양진호 회장이 강제적으로 직원들에게 뭔가를 시킨다거나 하는 것도 처벌이 가능하냐"라는 질문에 "소위 말하는 갑질,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것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현재는 마련돼 있지 않다"라면서 "국회에 계류 중인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등) 입법안들이 빨리 처리돼야만 실질적으로 문제행위가 발생했을 때 법리적으로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가 된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19대 국회 당시 한정애 의원이 최초 발의한 법이다. 당시 한 의원은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 금지행위와 처벌조항 등을 담아냈다. 그러나 이 법은 기간 만료로 폐기됐다. 20대 국회 때도 여러 차례 발의됐다. 특히 민주당 강병원, 정의당 이정미 의원 등은 각각 '직장 내 괴롭힘 방지 및 피해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다행히 20대 국회 땐 관심이 모였다. 같은 해 '태움(직장 내 괴롭힘) 논란'으로 불거진 간호사의 근무환경과 처우개선 문제나 사회적으로 논란을 일으킨 대한항공 오너일가 갑질 행태 등이 사회적 문제로 크게 부각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 법안들은 지난 9월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아래 환노위)에서 논의돼 다른 의원들이 비슷한 취지로 발의했던 12건의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과 함께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 대안'(위원회)으로 조정·통합,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규정을 근로기준법 내 도입하고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사업주의 조치의무를 규정함으로써 직장 내 약자들의 협박, 따돌림 등 부당한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또한 환노위는 민주당 한정애·서형수 의원 등이 발의했던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도 이때 상임위 대안 형태로 정리해 통과시켰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조치기준 마련 및 지도·지원을 정부의 책무로 규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 검증] 9월 20일 국회 회의록에 적힌 이완영의 발언들
  
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0월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최완주 서울고등법원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 질의하는 이완영 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0월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최완주 서울고등법원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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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는 지난 9월 20일 이를 상정해 논의했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이때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 대해 가장 먼저 이견을 제시한 이는 이완영 의원이 맞다(관련 회의록은 기사 하단에 첨부). 당시 이완영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가 매우 불명확하다. 아무리 법적으로 처벌규정이 없다 하더라도 사업체 지도하고 시행돼야 되는 점으로 봐서 이것은 다시 한번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정의를 바로 잡고 법을 시행해야 한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이 법안을 제2법안심사소위원회(아래 2소위)로 회부할 것을 주장했다. 같은 당 김도읍 의원도 해당 법안 등을 포함한 다수 법안에 대한 2소위 회부를 주장했다.

2소위는 다른 상임위의 법안을 심사하는 곳으로, 법률 체계·자구를 검토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즉 해당 법안의 위헌 여부나 관련 법률과의 체계성 등을 다루는 곳이다. 그러나 2소위는 이를 넘어서 법안의 본질적 내용까지 심사하는 등 타 상임위에서 통과한 법안을 뭉개는 경우가 잦아 '법사위=상원의회' 논란을 자초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있었다. 여상규 법제사법위원장은 2소위가 아닌 법사위 전체회의에 계류시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사실상 2소위로 회부했을 때 불거질 법사위의 '월권' 논란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송기헌 민주당 의원도 "사실 2소위에 가는 위험성을 잘 알고 있지 않느냐, 아무 쟁점이 없는 법안도 시간이 오래 경과되니까 그런 것을 피해보자는 취지로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여 위원장에게 힘을 실었다. 같은 당 백혜련 의원도 "차라리 (2소위가 아닌) 다음 전체회의에 계류하자"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한국당 의원들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장제원 의원은 "입법 취지라든지 사회적 요구를 다 이해하지만,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휩쓸려 가지고 애매한 문구나 애매한 자구 규정을 정확히 안 한다는 것은 법사위가 해야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완영 의원도 재차 같은 주장을 폈다.
 
"도대체 어떤 괴롭힘이냐? 정서적인 것이냐? 신체적인 것이냐, 정신적인 것이냐? 이거 매우 주관적인 얘기 아니에요? 그러니까 내가 괴롭힘을 당했다고 하면 다 괴롭힘이에요. 성희롱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불쾌했다면 성희롱으로 인정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게 최초로 이 법에 들어오는데 어떻게 명확하게, 사업장 내에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바른 정의 규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좀 더 논의를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이걸 안 하겠다는 취지가 아니고."
 
이에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해당 법에) 처벌규정이 없고, 고용노동위원회도 직장 내 괴롭힘을 어디까지 둘 것이냐를 앞으로 노사 간에 취업규칙을 통해 구체적으로 정하도록 했다"라며 "해당 상임위에서 충분히 논의가 됐는데 '직장 내 괴롭힘' 정의 규정 때문에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건 법사위가 지나치게 월권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의원의 주장은 통하지 않았다. 여 위원장은 이춘석 의원의 발언을 끝으로 "3당 간사들과 협의한 결과, 2소위에 회부해서 심도 있는 논의와 검토를 하는 것이 옳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라며 더 이상의 논의 없이 2소위 회부를 결정했다.

[검증 결과] 대체로 사실

이러한 회의록 내용을 보면, 이완영 한국당 의원이 지난 9월 환노위에서 통과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법사위에 붙잡아 계류시켰다는 한정애 의원의 발언은 대체로 사실이다.

참고로 한국당 의원들이 문제 삼았던 '직장 내 괴롭힘'은 해당 법안에서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정서적 고통을 주거나 업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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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양진호, #직장 내 괴롭힘, #이완영, #법사위,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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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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