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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1일 충북 청주시 분평동 한 식당. 밝은 표정과 왁자지껄한 분위기. 음식을 차려놓은 식탁에 둘러앉은 이들은 '일터 괴롭힘' 피해 노동자들이다. 이른바 '퇴출 프로그램' 파문으로 조직 내 괴롭힘 등으로 고통을 받았던 KT 노동자들과 최근 같은 이유로 고통을 호소하고 나선 LG하우시스 노동자들이 만남의 자리를 가진 것.

LG하우시스 피해 노동자들은 보름 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자신들이 받은 고통을 떨리는 목소리로, 눈물을 머금고 읽어 내려갔지만 지금은 밝은 얼굴로 KT 직장내 괴롭힘 피해 노동자들과 마주앉았다. 

이날 자리에 함께한 KT 피해 노동자들의 사건은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KT가 반인권적인 퇴출프로그램을 운영했다는 주장이 퇴직자들의 입을 통해 제기됐고 당시 관리자로 일했던 직원이 양심선언과 함께 자신이 수행했던 퇴출프로그램을 공개해 전국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관련기사: KT는 왜 114 안내원을 전봇대에 올려보냈나)

퇴출프로그램 문서가 공개되자 당시 노동계에서는 지금까지 밝혀졌던 어떤 사례보다도 반인권적이고, 반인륜적인 관리방식이라며 경악을 금치 못했었다.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지르자"

당시 거대 기업의 퇴출프로그램에 맞서 싸웠던 투쟁가이자 피해자였던 노동자들이 LG하우시스 피해 노동자들을 응원하고 나섰다. 114 안내 업무를 하다 퇴출프로그램 대상자로 분류돼 여성의 몸으로 전신주를 올라야 했던 육춘임씨.

이것도 모자라 회사로부터 집단 따돌림과 폭언을 당했다는 육씨는 지금 고통을 겪고있는 LG하우시스 피해 노동자들에게 격려의 말을 건넸다.  

 "왕따는 일상이었다. 직원들도 우리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따로 모르는 걸 나한테 물어봤다. 고마워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보이는 곳에서는 나를 모르는척했다. 왜냐하면 나를 아는 척 하면 그들에게 돌아오는 압력이 너무 강해기 때문이다. 그걸 생각하면 지금 나온 여러분들은 너무 용기 있고 진짜 이 시대에 필요하신 분이다. 

여러분을 도와줄 사람은 많다.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자. 참으면 모른다. 부끄러워 할 필요 전혀 없다. 그런 생각 말고 당한 만큼 아프다고 해라. 처음 나는 KT 이미지가 나빠질까봐 참았다. 그러나 그들은 내가 괜찮은 줄 알고 더 심하게 하더라. 아프면 내부적 외부적으로 계속 아프다고 말해라. 희망을 가져라."


KT민주동지회 소속 송기정씨도 "LG하우시스 이야기를 들으면서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래도 우리는 그렇게 대놓고 하지는 못했는데, LG하우시스의 경우 앞에서 욕하고 때리고 한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노동자들은 힘이 없으니 버틸 수밖에 없다. 사람들을 모으고 함께 싸우는 것이 답이다. 그렇지 않으면 끊임없이 당한다. 머리를 내밀면 처음에는 때릴지 모르지만 다시 또 내밀면 결국은 때릴 수 없다. 싸울수록 힘이 생긴다. 지금은 힘들겠지만 열심히 싸워서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한다. 우리도 힘은 없지만 응원한다. 함께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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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LG하우시스 노동자들이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강형석씨는 "이 아픔을 말하는 것이 부끄럽다고 생각했다"라면서 "하지만 우리가 얼굴을 내민 이유는 작게는 우리들, 아래로는 후배들, 더 많게는 LG하우시스와 LG화학, 더 크게는 전체 노동자들이 우리와 같은 아픔을 겪지 않고 혹여 겪더라고 이겨나가길 원했다. 한편으로는 스스로 자랑스럽다. 이런 용기를 주셔서 감사하다"라며 한 달 전과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설명했다.

홍희진씨도 "회사생활이 올해 10년째다. 육아휴직이 끝나고 복직한지도 1년 6개월 정도 됐다. 복귀해보니 여전히 괴롭힘을 심했다"라면서 "그래서 용기를 냈다. 회사생활 10년 중 최근 4달이 가장 긴 시간이다. 함께해주셔서 도움을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보름 전 기자회견장에서 고개를 숙이며 한 글자 한 글자 눌러쓴 글을 눈물로 읽어 내려가던 LG하우시스 집단 괴롭힘·따돌림 피해자들. 고통을 받으면서도 스스로가 부끄러웠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던 이들은 보름이 지난 지금 자신들의 고통을 다른 사람들이 다시는 겪지 않기 하기 위해 용기를 내고 있다. KT 왕따 선배(?)들에게 큰 힘을 얻었다며 힘차게 싸우겠다며 웃어 보이는 여유까지 보인다.

회사가 답해야 한다. 이번 집단 따돌림·괴롭힘 피해 주장과 관련해 개인 간의 갈등일 뿐이라는 공식입장을 낸 LG하우시스. 이제 제대로 된 '응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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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제휴사인 충북인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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