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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봉태 변호사
 최봉태 변호사
ⓒ 최봉태 변호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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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최종 승소 판결이 내려졌다. 소송을 제기한 지 무려 13년 8개월 만이다. 대법원 전원 합의체는 지난달 30일 이춘식씨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날 재판부는 "일본 법원의 판결이 우리나라의 선량한 풍속에 비춰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고,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신일본제철에 대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 원심은 관련 법리에 비춰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또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 식민지배 및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한 청구권"이라며 "강제동원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은 한일청구권협정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판단했다.

판결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해 온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 일제 피해자 인권 특별위원장인 최봉태 변호사를 지난달 31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최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상식이 결국 이긴다는 것을 확인"

- 30일 일본 전범 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1억 원씩 배상하라는 대법원판결이 나왔어요. 소회가 있을 것 같은데.
"이 사건은 저가 직접 담당한 것은 아니고 장완익 변호사와 김세은 변호사가 수고하셨죠. 저는 대한변협 일제 피해자 인권특위 위원장으로 관련 사건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승소 판결이 나올 것으로 당연히 예상하였고 상식이 결국 이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대법원판결을 들었을 때 느낌이 어떠셨어요?
"우선 일본에서 이 승소의 씨앗을 뿌린 양심적 시민들과 변호인들에게 축하하여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2010년 12월 양국 변호사회가 공동선언을 통해 밝힌 해법이 우리 대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졌으므로 한일 양국 법률가의 승리라고 생각했습니다."

- 이번 대법원판결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동아시아에 있는 일제 피해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준 것이며 동아시아 법치주의를 한 단계 고양시킨 판결이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일제 피해자들 문제가 해결되고 있지 않은 근본 원인은 일본 정부가 사법부 판단을 경시하는 것인데 한국 법원에 의해 그 태도를 시정할 계기가 되었기 때문에 한일 간 법치주의가 한 단계 승격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강제 징용 피해자 네 분이 소송한 것인데 지금은 한 분만 살아계시잖아요. 한 분만 살아계셔서 안타까운 마음도 있지만 그나마 한 분이라도 살아계실 때 판결이 나와 다행이라는 느낌도 있어요. 어떠세요?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법언도 있습니다. 늦게 나온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한 분이라도 살아 있을 동안에 한을 풀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 대법원판결이 5년 동안 지연되었잖아요. 최근 드러난 게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 농단 때문이라는 건데 어느 정도 예상하셨어요?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죠. 피해자들의 권리를 보호하여야 할 피해 국가의 사법부가 그 사명을 다하지 못한 것은 역사적 과오라고 보고 있고 촛불혁명에 의해 이런 과오가 시정된 것은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국회 계류 중인 법률안 통과시켜 일괄 구제 해법 취해야"

- 신일본제철 소송대리인으로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이 했잖아요. 물론 누구든 변호를 받을 권리가 있죠. 그럼에도 일본 전법 기업을 한국 로펌이 변호했다는 게 용납 안 되는 면이 있어요. 더욱이 판결을 지연시키는 데 김앤장도 역할 한 것 같은데.
"그래서 극히 유감이라 생각합니다. 신일본제철은 일본에서도 재판 도중 한국 피해자와 화해를 한 적이 있는데 피해국가 법정에서 화해를 유도하지 못하고 판결을 지연시켜 결국 패소되게 한 것은 문제라 생각합니다."

- 대법원판결에 대해 일본 정부는 식민지 시기의 피해에 대한 청구권 문제는 이미 끝난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국제 재판소에 제소하겠다고 했고 당사자인 신일본제철은 수용 불가 입장을 나타냈는데.
"일본 정부는 부당한 간섭을 하여서는 아니 됩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유골 조사에 대해 협조하라고 하면 기업이 한 행위여서 정부는 개입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신일본제철이 한국 판결에 응하지 못하게 개입을 하는 것은 모순입니다."

- 신일본제철이 수용 불가 입장을 나타냈을뿐더러 국내 재산이 없어서 피해자들이 1억 원씩 받을 가능성은 없다는 주장도 있던데.
"신일본제철은 일본에서도 피해구제를 한 적이 있는 회사인데 한국에서 피해구제를 못 하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고 일본 외무성의 부당한 개입에 압박을 받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 정부는 이번 판결을 난감해하는 것 같아요. 일본에 대한 개인 청구권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어야 하고 한일 외교 문제가 있잖아요.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세요?
"삼권분립이 된 법치주의 국가에서 행정부가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여야 하는 것은 법적 의무입니다. 난감하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면 탄핵 사유가 됩니다."

- 이번 판결로 유사 소송이 이어질 거라는 주장도 있던데 어떻게 전망하세요?
"새로운 소송을 통해 장기간 법정 투쟁이 이어지는 것보다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자 인권재단 설립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켜 일괄 구제의 해법을 취하여야 할 것입니다."

태그:#최봉태, #강제징용, #이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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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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