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메이저리그는 29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열렸던 월드 시리즈 5차전을 끝으로 모든 시즌이 마무리됐다. 소속 팀의 경기가 끝난 모든 선수들은 이제 스프링 캠프 소집일까지 고향을 방문하거나 자선 활동을 하는 등 개인의 시간을 보낸다.

선수단은 휴식을 취하지만, 구단 관계자들은 쉬지 않고 움직인다. 메이저리그 월드 시리즈가 끝나고 나면 FA 시장을 비롯한 선수들의 이적 시장이 다시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적 시장 자체는 1년 내내 움직이지만 9월과 10월에 이적한 선수는 포스트 시즌 로스터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이적 시장은 잠시 조용해졌다가 월드 시리즈가 끝나면 다시 활발해진다.

월드 시리즈가 끝난 바로 다음 날인 30일부터 선수들의 계약과 관련한 소식들이 이어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매디슨 범가너와 파블로 산도발의 옵션을 실행한다는 소식을 발표하면서 신호탄이 터졌다.

류현진은 FA 신청 예정, 커쇼는 옵트 아웃 고심
 
류현진, 한국인 첫 MLB 포스트시즌 '1선발' 등판 류현진(31·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4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1차전에 출격, 1회 선발 투구하고 있다.
한국 선수가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 1차전에 선발 등판하는 건 류현진이 최초.

▲ 류현진, 한국인 첫 MLB 포스트시즌 '1선발' 등판 류현진(31·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4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1차전에 출격, 1회 선발 투구하고 있다. 한국 선수가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 1차전에 선발 등판하는 건 류현진이 최초. ⓒ EPA/연합뉴스

 
내셔널리그 우승 및 월드 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는 올 겨울 선발진의 재구성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다저스 선발진의 중심이자 투수들의 정신적 지주인 클레이튼 커쇼와 건강했을 때 좋은 역할을 맡았던 류현진이 동시에 FA 시장에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화 이글스에서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다저스와 계약했던 류현진은 2018년 시즌을 끝으로 다저스와의 6년 계약이 끝났다. 별도의 옵션 조항이 없었기 때문에 류현진은 당장 다저스와 재계약을 발표하지 않는 한 FA 시장에 나오게 된다.

커쇼는 2014년을 앞두고 7년 2억 15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했으며 2020년까지 이 계약이 발효된다. 그런데 이 계약 조항에는 5번째 시즌인 2018년 시즌이 끝나면 옵트 아웃을 실행할 수 있다는 조항이 삽입되어 있어서 올 겨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커쇼는 남은 2년 동안 다저스로부터 65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1988년생인 커쇼가 만 30세에 옵트 아웃 조항을 삽입한 데는 야구선수로서 기량이 절정에 달하는 평균 시점이 30대 초반이기 때문이다(개인 차이 존재함).

현재 시점에서 커쇼는 옵트 아웃을 행사할 경우 FA 시장에서 새로운 계약을 맺을 수 있다. 이럴 경우 2년 6500만 달러보다 더 큰 금액이나 긴 기간으로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가능성이 높다고 하기는 어렵다. 커쇼가 7년 계약을 체결한 시점부터 종종 부상에 시달렸다는 점을 이유로 들 수 있다. 커쇼는 계약이 발효된 첫 시즌인 2014년부터 호주에서 열린 개막전에 선발로 등판한 뒤 등 근육 부상으로 인해 4월을 결장했고, 그 해에 200이닝을 넘기지 못했음에도 사이 영 상(만장일치)과 MVP를 독식했다.

커쇼의 새 계약이 발효된 이후 건강하게 풀 타임을 보낸 시즌은 2015년 뿐이다. 그 해 커쇼는 단일 시즌 300탈삼진을 넘겼다. 2016년에는 추간판 탈출증으로 여름에 자리를 비웠으며, 2017년에도 허리 근육 문제로 인해 여름 동안 경기에 나오지 못했다.

2018년에도 팔 이두근 건염과 허리 부상 재발로 부상자 명단에 2번 올랐다. 이렇듯 5년 중 4년 동안 매번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만큼 옵트 아웃을 마냥 쉽게 결정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커쇼는 이미 사이 영 상도 3번이나 수상했고 MVP도 땄다. 개인적인 최고의 영예 명예의 전당 입성만 제외하면 모두 다 누린 커쇼가 얻지 못한 단 한 가지가 바로 월드 챔피언 반지다. 이 때문에 옵트 아웃을 실행하여 다저스보다 우승 가능성이 높은 팀으로 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커쇼는 일단 다저스 구단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눈 뒤 3일 안에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커쇼는 우승할 수 있는 것은 한 팀 뿐이며 끝까지 가서 2등이 되면 더 아프다는 표현을 통해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이 발언이 다저스와의 우선 협상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어깨 건강한 류현진, 퀄리파잉 오퍼 놓고 고민하는 다저스

류현진은 다저스와의 6년 계약 기간 중 4년 동안 풀 타임을 뛰었다. 다만 부상자 명단 등재 없이 건강하게 한 시즌을 보냈던 것은 첫 시즌인 2013년 뿐이다. 2014년과 2017년은 비교적 경미한 부상으로 짧게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규정 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2015년은 어깨 통증으로 정규 시즌을 맞이하지 못한 상황에서 5월에 어깨 수술을 받아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2016년에는 어깨 재활을 마치고 7월에 복귀했지만 바로 팔꿈치 건염이 발생하면서 괴사 조직 제거 수술을 받고 다시 시즌을 접었다.

2018년에는 어깨가 문제를 일으키진 않았다. 그러나 시즌 초반에 사타구니 근육에 부상이 발생하는 바람에 이를 회복하는 동안 상당한 기간 자리를 비워야 했다.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 FA 시장에서 잭팟을 터뜨리기에는 힘든 상황이 됐다. FA를 앞두고 가장 중요한 시기에 성적 표본이 많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다저스는 류현진에게 지난 6년 동안 포스팅 시스템과 계약을 포함하여 한화 이글스와 류현진에게 도합 6000만 달러 정도를 투자했다. 연 평균 1000만 달러 정도인데, 포스팅 시스템 금액을 제외하면 류현진의 실제 연봉은 연 평균 600만 달러 선이었다.

원 소속 구단은 FA 시장에 나가는 선수에게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할 수 있다. 해당 선수를 붙잡을 의향이 있다는 뜻을 보여주는 방법 중 하나인데, 이 오퍼를 선수가 수락할 경우 2018년 연봉 상위 125명의 평균 금액만큼 1년 재계약해야 한다. 2018년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상위 125명 평균 연봉은 1790만 달러였다.

다저스가 류현진에게 오퍼를 제시한다는 것은 류현진이 그 만큼의 연봉을 받을 가치가 있다는 선수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류현진이 이를 수락할 경우 그의 연봉은 전년 대비하여 무려 1000만 달러 이상이 상승하는 것이다. 물론 다저스가 류현진에게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하지 않고도 다른 여러 가지 형태로 재계약은 가능하다.

사실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받은 선수가 이를 수락한 경우는 많지 않다. 선수의 입장에서는 그보다 더 큰 규모의 다년 계약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오퍼를 선수가 거절하고 다른 팀으로 갈 경우 이전 소속 구단에서는 그 선수를 보내는 대가로 이적한 팀으로부터 드래프트 지명권 보상 카드 1장을 받아올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 붙잡지 못하면서도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하는 경우도 많다.

다만 다저스가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하는 데 있어서 심사숙고할 가능성이 크다. 앤더슨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다저스는 류현진이 시즌을 통째로 날렸던 2015년, 왼손 투수 브렛 앤더슨이 선발로테이션의 빈 자리를 채워줬다. 당시 부상을 당한 선발투수들이 많아서 다저스로서는 선발투수 한 명이 소중했고 그에게 오퍼를 제시했다.

문제는 허리 디스크 수술 이력이 있는 앤더슨이 퀄리파잉 오퍼를 받은 직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1000만 달러를 받았던 2015년에는 풀 타임을 건강하게 소화했지만, 오퍼를 받은 직후 허리 디스크 재수술을 받는 바람에 다저스는 1600만 달러를 허공에 날리고 말았다. 이러한 경험 때문에 류현진에게 쉽게 오퍼를 제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의 계약 상황, 커쇼 옵트 아웃 여부에 따라 흐를 듯

사실 퀄리파잉 오퍼를 받은 선수의 입장에서도 마냥 입장이 편하지는 않다.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한 선수를 영입할 경우 그 새로운 팀은 이전 팀에게 드래프트 지명권 1장을 대가로 주어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선수 자원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하고 FA 시장에 나온 선수들 중 FA 미아가 된 선수들이 더러 있었다. 퀄리파잉 오퍼 이전에는 연봉조정의 신청의 방식이 있었는데, 박찬호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이 오퍼를 거절하고 FA 시장에 나왔다가 뉴욕 메츠와 겨우 계약했던 적이 있었다.

박찬호나 류현진처럼 치명적인 부상으로 FA 시장에 나오기 직전 만족스러운 성적을 보여주지 못한 선수들의 경우에는 구단이 드래프트 지명권을 노리고 퀄리파잉 오퍼를 걸면 그게 오히려 류현진에게는 손해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럴 경우 류현진은 현실적으로 오퍼를 수락하고 내년에 다시 FA 시장에 도전하는 것이 선수 본인에게 안정적인 선택이 된다.

류현진은 스포츠일러스트레이드(이하 SI)에서 책정한 FA 선수 50명 순위 중 20위에 들었다. 1위는 매니 마차도, 2위는 브라이스 하퍼, 3위는 커쇼가 순위에 올랐다. SI에서는 류현진의 부상 이력을 지적하며 20위에 올렸으며, 건강할 경우 류현진은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음도 언급했다.

SI에서는 류현진이 잦은 부상을 겪은 점을 들어 류현진이 자리를 비울 경우 대체 선발투수 자원이 넉넉한 다저스가 류현진을 보유하는 것이 선수 활용에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디비전 시리즈 1차전에 등판할 정도로 다저스에서 '건강한' 류현진을 신뢰하는 점도 SI가 다저스를 적합한 팀으로 꼽은 요인 중 하나다.

다저스는 올 겨울 류현진, 야스마니 그란달(포수), 존 액스포드, 다니엘 허드슨, 라이언 매드슨(이상 구원투수), 매니 마차도(유격수) 그리고 브라이언 도저(2루수)까지 FA 신청 대상자로 분류되고 있다. 마차도와 도저, 액스포드 그리고 매드슨 등의 경우는 올 시즌 도중 이적을 했기 때문에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할 수 없다.

류현진은 다저스에서 6년 동안 정규 시즌 97경기(96선발)에서 40승 28패 1세이브 평균 자책점 3.20을 기록했다. 그란달은 726경기 타율 0.240 113홈런 339타점을 기록하는 등 포수 치고는 좋은 공격력을 선보였다. 그러나 류현진은 부상 기간이 다소 길었고, 그란달은 포스트 시즌 등 큰 경기에서 투수 리드 미숙함이 다소 애매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월드 시리즈가 끝난 다음 날 미국 동부 표준시 기준으로 오전 9시부터 FA 시장이 열리며, 이 때부터 FA 자격을 갖춘 선수들은 원 소속 팀에 얽히지 않고 30팀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다. 다만 공식 계약이 가능한 시점은 월드 시리즈가 종료되고 3일 이후이기 때문에 11월 1일부터 계약을 할 수 있다.

선수들이 FA를 신청할 수 있는 날도 11월 1일부터다. 이 동안 협상은 가능하기 때문에 이 사이에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류현진의 향후 진로가 걸려있는 이번 겨울 메이저리그 FA 시장을 그 어느 때보다 더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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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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