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경주 율동 마애여래삼존입상 정면 모습
 경주 율동 마애여래삼존입상 정면 모습
ⓒ 한정환

관련사진보기


요즘은 날씨가 변덕이 심하여 나들이할 때 판단이 잘 서지 않습니다. 갑자기 우박이 쏟아지는가 하면, 강원도 태백지방은 벌써 함박눈도 내렸다고 합니다.

지난 27일 아침 비가 내릴 것 같아 어딜 갈까 고민하다가 경주 시가지에서 조금 떨어진 벽도산으로 향했습니다. 벽도산 바로 앞에 마주 보고 있는 경주 율동 마애여래삼존입상을 만나보기 위해서입니다.
 
마을 어귀에 있는 350년된 회화나무 모습
 마을 어귀에 있는 350년된 회화나무 모습
ⓒ 한정환

관련사진보기


굳이 이렇게 비가 올 것 같은 날씨에 여기 온 이유는, 비가 오면 바위에 새겨진 마애여래삼존입상 주위로 빗물의 흐름도 살펴보기 위해서입니다.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 천년의 세월이 이미 훌쩍 지났지만, 아직까지 풍화작용에 의해 부식되지 않는 신비한 비밀을 알기 위해서입니다.
 
경주 율동 마애여래삼존입상 주차장 부근에 핀 코스모스 모습
 경주 율동 마애여래삼존입상 주차장 부근에 핀 코스모스 모습
ⓒ 한정환

관련사진보기


경주 시외버스터니널 바로 앞 서천교를 건너, 무열왕릉이 있는 대경로를 따라 5km 남짓 가다 보니 두대마을이란 표지석이 보입니다.

두대마을로 들어서서 길을 따라 마을회관을 거쳐 골목길로 접어들면, 맨 마지막 막다른 곳에 조그마한 주차장이 나오는데 여기가 마애여래삼존입상이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았던 날씨가, 도착하자마자 갑자기 맑은 하늘로 변해 햇빛이 비치기 시작합니다.
 
경주 율동 마애여래삼존입상 올라가는 돌 계단  모습
 경주 율동 마애여래삼존입상 올라가는 돌 계단 모습
ⓒ 한정환

관련사진보기


산을 오르는 길은 네모난 돌로 하나하나 정성껏 계단을 만들어 놓아 산에 오르기 편리하게 해 놓았습니다. 두대리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현재 있는 암자에 노승 한 분이 수도하며 계셨는데, 암자를 가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혼자 그 무거운 자연석을 주워 암자를 오르는 계단을 만들었고, 마애여래삼존입상을 오르는 길도 너무 가파르다 보니 손수 자연석으로 계단까지 만들었다고 합니다. 노승의 이런 노력 덕분에 우리는 쉽게 마애여래삼존입상을 알현할 수 있었습니다.
 
경주 율동 마애여래삼존입상 측면 모습
 경주 율동 마애여래삼존입상 측면 모습
ⓒ 한정환

관련사진보기


보물 제122호로 지정된 경주 율동 마애여래삼존입상에 대해 한번 살펴보면, 중앙에는 서방 극락세계를 다스린다는 본존불인 아미타불이, 왼쪽은 협시보살인 자비의 문인 관음보살, 오른쪽은 역시 협시보살인 지혜의 문인 대세지보살이 바위에 양각되어 있습니다.
 
경주 율동 마애여래삼존입상 본존불인 아미타불  모습
 경주 율동 마애여래삼존입상 본존불인 아미타불 모습
ⓒ 한정환

관련사진보기


아미타불은 풍만한 얼굴에 어깨가 넓고 반듯한 건강한 육체를 지닌 모습이며, 머리가 큼직하고 정수리 부근에는 상투 모양의 모자를 쓴 것처럼 보입니다. 오른손은 내리고 왼손은 가슴까지 올려 엄지와 중지가 서로 맞대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런 표현은 중생들과 직접 대화를 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암묵적으로 표시한 것 같습니다.
 
경주 율동 마애여래삼존입상 협시보살인 관음보살과 대세지보살 모습
 경주 율동 마애여래삼존입상 협시보살인 관음보살과 대세지보살 모습
ⓒ 한정환

관련사진보기


대부분 삼존불 왼쪽에는 관음보살이, 오른쪽에는 대세지보살이 모셔져 있습니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두 불상 모두 머리 뒤에 둥근 선으로 머리 광배가 표현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불상과는 다르게 여기있는 마애여래삼존입상은 두 다리를 모으지 않고, 양쪽으로 벌리고 있다는게 조금 특이합니다.
 
경주 율동 마애여래삼존입상 윗부분, 빗물이 본존불 외곽으로 가도록 한 바위 모습
 경주 율동 마애여래삼존입상 윗부분, 빗물이 본존불 외곽으로 가도록 한 바위 모습
ⓒ 한정환

관련사진보기


이제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경주 율동 마애여래삼존입상이 천년이 훌쩍 지난 기간 동안, 풍화작용에 의하여 아직까지 부식이 되지 않고 있는 비밀을 알아야 합니다. 바로 바위 윗부분을 자세히 보면, 바위를 직각으로 계단형으로 만들어 비나 눈이 올 때 마애여래삼존입상으로 직접 흘러 내리지 못하게 한 부분입니다.
 
경주 율동 마애여래삼존입상 측면으로 물이 흐르도록 한 모습
 경주 율동 마애여래삼존입상 측면으로 물이 흐르도록 한 모습
ⓒ 한정환

관련사진보기


여기에다 중간중간 중요 부위에 물길을 내어, 물이 자연스럽게 삼존불 옆으로 흐르도록 하였기 때문에 천년이 넘는 지금까지 보존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게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대부분 문화재 현장을 답사하면서 역사적인 부분만 알고 지나가는데, 이러한 부분도 함께 설명하는 것이 우리 후세들의 문화재 현장 교육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천년고도 경주는 자녀들과 역사유적학습 및 관광을 다니면서,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교육시킬수 있는 최적지이기도 합니다.
 
경주 율동 마애여래삼존입상, 측면으로 빗물이 흐르도록 물길을 파놓은 모습
 경주 율동 마애여래삼존입상, 측면으로 빗물이 흐르도록 물길을 파놓은 모습
ⓒ 한정환

관련사진보기


한편 이 지역은 2016년 9월 경주 지진에 이어, 2017년 포항 지진이 연이어 발생되자, 문화재청이 진원지와 가까운 보물 제122호인 경주 율동 마애여래삼존입상에 대해 문화재 피해 상황을 점검하기도 했던 곳입니다.


태그:#모이, #경주 율동 마애여래삼존입상 , #관음보살, #대세지보살, #돌계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발길 닿은 곳의 풍경과 소소한 일상을 가슴에 담아 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