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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케이크를 만들고 있는 '달팽이학교' 학생.
 꽃 케이크를 만들고 있는 "달팽이학교" 학생.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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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잘 만들었죠!"
"언니, 너무 예뻐요. 잘 만들었어요."


지난 4일, '향림도시농업체험원'(아래, 향림원)이 운영하는 '달팽이학교'에서 꽃 케이크 만들기 수업이 진행됐다. 달팽이학교는 장애인을 위해 운영하는 복지원예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인 50대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솜씨를 뽐내자 복지원예사인 정봉임(44)씨가 언니라고 부르며 칭찬했다. 학생들이 향림원 꽃밭에서 천일홍, 메리골드, 섬계야광 열매 등의 꽃을 꺾어 교실로 가져와 갈대 줄기로 엮은 원형 발에 꽂자 아름다운 꽃 케이크가 만들어졌다.

꽃을 심고 정원을 가꾸는 원예치료가 각광을 받고 있다. 원예치료란 식물을 통해 사회, 교육, 심리, 신체적 적응력을 키우면서 육체적 재활과 정신적 회복을 돕는 치료 기법이다. 특히 정신지체 장애인들에게 꽃을 비롯한 식물과 교감하게 하면 이것이 사람과의 교감으로 연결되면서 정서적 안정과 성취감이 향상되면서 장애인들의 사회생활에 도움을 준다.
 
달팽이학교 학생들이 꽃 케이크 만들기에 사용하기 위해 천일홍을 꺾고 있다.
 달팽이학교 학생들이 꽃 케이크 만들기에 사용하기 위해 천일홍을 꺾고 있다.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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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림원은 달팽이학교를 1년 동안 20회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일 진행한 꽃 케이크 만들기는 16회 수업이었다. 정씨는 지난 27일 인터뷰에서 "숲과 텃밭과 정원 그리고 자격을 갖춘 치료사까지 있는 향림원은 원예치료의 최고 조건을 갖춘 곳"이라면서 "달팽이교실 언니들은 꽃과 식물을 직접 심고, 수확한 식물로 음식을 만드는 등의 활동을 통해 욕구를 표현하면서 즐거워한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그 전에는 조용했던 언니가 암 치료를 마친 올해부터는 복지원예사와 자원봉사 선생님들을 안아주고 큰소리로 인사하면서 수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언니들이 처음엔 말이 없어 서먹했는데 이젠 저희들의 건강과 안부를 물을 정도로 친해졌습니다. 수업을 마무리 할 때마다 소감을 물어보면 '좋아요', '행복해요'라고 표현합니다. 언니들에게 좋다는 말과 행복하다는 말을 들을 때면 복지원예사로서 보람을 느낍니다."

"봉사를 실천하는 복지원예사의 삶이 행복해요"
 
달팽이학교 수업을 하고 있는 복지원예사 정봉임씨.
 달팽이학교 수업을 하고 있는 복지원예사 정봉임씨.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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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부 산하기관 연구원이었던 정씨는 2002년부터 도시농부 활동을 했다. 결혼하고 출산하면서 남편과 아이에게 유기농 음식을 먹이고 싶어 주말농장에 참여했다. 꽃을 키우고 장식하는 일에 재미 들린 정씨는 일반인뿐 아니라 치매 어르신과 장애인들을 원예로 치료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면서 대학원에 진학해 환경원예학을 공부했다. 그것만으론 부족해서 심리학까지 공부했다.

"제2의 직업을 갖는다면 봉사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었습니다. 그런 고민을 하다 도시농업과 복지원예를 융합한 복지원예사가 됐습니다. 저의 꿈은 사람과 자연을 살리는 복지원예사가 되는 것이었는데 이런 꿈을 이루기에 최고의 조건을 갖춘 향림원에서 활동하게 되어서 행복합니다."

정씨는 여러 기관과 학교에서 500여 회에 걸쳐 강의한 프로 강사다. 언니들과의 수업을 즐겁고 능숙하게 진행한 강의 능력이 하루아침에 쌓인 게 아니었다. 정씨는 "치매 어르신과 달팽이교실 언니 등 어려운 분들을 도와 드리는 복지원예사가 되고 싶다"면서 "이런 즐거움을 나누면서 오래 활동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허브향기 맡으며 봄·여름·가을을 즐기는 어르신들
 
향림도시농업체험원 정자에서 허브향기 맡으며 봄?여름?가을을 즐기는 어르신들.
 향림도시농업체험원 정자에서 허브향기 맡으며 봄?여름?가을을 즐기는 어르신들.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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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의 느티나무와 정자, 그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정겹다. 그런데 고향 어르신들이 시골 정자에서 더위를 식히며 담소를 나눌 때마다 나타나 분위기를 해치는 놈이 있다. 바로 성가신 모기다.

향림원 언덕바지 숲속엔 정자가 있다. 동네 어르신들은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이곳에서 담소를 나누며 더위를 달랜다. 하지만 어르신들은 모기를 쫓기 위해 부채를 부칠 필요도, 손사래 칠 필요도, 쑥불을 피울 필요도 없다. 정자 주변에 심어진 허브가 모기 등의 해충을 퇴치하기 때문이다. 정자 주변 20여 평의 텃밭엔 제라늄, 로즈마리, 라벤더 등 30여종의 허브가 심겨 있다.

도시농업관리사인 김화정(55)씨는 지난 27일 인터뷰에서 약용 식물인 허브를 심은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갈 곳이 마땅치 않은 동네 어르신들이 향림원 정자에서 하루 종일 앉아 계셨습니다. 어르신 중에는 건강 문제와 우울증으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어르신들이 허브 향기를 맡으면 우울증이 해소되고 모기 같은 해충을 퇴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 향림원에 제안해 3년 전부터 허브를 심었습니다. 저희들의 작은 노력으로 어르신들이 봄부터 가을까지 편안하게 지내시게 되어 도시농부로서 기쁩니다."

경력 단절 여성을 허브 전문가로 양성... 다문화․탈북가정 자녀 치료 하고 싶어
 
향림도시농업체험원 언덕바지 아래 텃밭에 30여종의 허브를 심고 가꾸는 허벌리스트 김화정씨.
 향림도시농업체험원 언덕바지 아래 텃밭에 30여종의 허브를 심고 가꾸는 허벌리스트 김화정씨.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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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사단법인 한국허브협회 소속 '허벌리스트'(허브전문가)다. 김씨는 경력단절 여성 또는 노후를 준비하는 시민들에게 허브 재배를 통한 건강 증진과 직업 창출을 돕기 위해 서울시여성재단 주도로 서울시농업기술센터와 (사)한국허브협회와 함께 '허브활용 도시농업 전문가' 과정 커리큘럼을 만들고 교재를 만들었다.

김씨는 지난 2년 동안 허브 전문가 과정 직업교육을 통해 40명의 허브 전문가를 양성했고 올해는 김포시 농업기술센터에서 30명을 교육 시켰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경력 단절 여성들이 허브 전문가 교육에 참여할 때, 주부로 살면서 경력이 단절된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신 없어 합니다. 그런데 교육이 끝나면 얼굴이 밝아지고 새로운 일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 것을 봅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내가 배운 것을 제대로 나눴다는 보람 때문에 강사 활동이 즐겁습니다. 경력 단절 여성들이 도시농부 활동을 통해 가정과 사회에 중요한 존재로 인정받았으면 좋겠습니다."
 
허브 텃밭의 잡초를 뽑고 있는 김화정씨.
 허브 텃밭의 잡초를 뽑고 있는 김화정씨.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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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경력의 도시농부인 김씨는 하루의 상당 시간을 식물관리에 할애한다. 그는 "이전에는 가족 중심의 삶을 살면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살았는데 지금은 도시농부로 살면서 삶이 느긋해졌다"면서 "저는 식물을 키우고 식물은 저를 위로합니다. 그러다보면 행복해집니다. 이 행복을 이웃과 공유하고 싶어 허벌리스트의 길을 가고 있다"며 진정한 도시농부란 농사의 즐거움을 이웃과 나누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대학원에서 휴양의학을 공부하고 있는 그녀에게 향후 계획을 물었더니 "허브 전문가들을 양성하면서 우리 사회에 허브 향기가 널리 퍼지게 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면서 "부모들이 생계에 쫓기면서 방치된 다문화가정과 탈북가정 자녀들 상당수가 학업 부적응과 정서적 불안에 시달리는데 식물을 통해 정서 치료를 해주고 싶다"며 이를 위한 나눔 공동체를 꿈꾸고 있다고 밝혔다.

태그:#향림도시농업체험원, #도시농부, #허벌리스트, #복지원예사, #달팽이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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