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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3일 오후 4시부터 울산 남구 삼산동 롯데백화점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정권 퇴진 4차 울산시민대회'. 1만5천명이 모여 최다 참가자를 기록했다
 2016년 12월 3일 오후 4시부터 울산 남구 삼산동 롯데백화점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정권 퇴진 4차 울산시민대회". 1만5천명이 모여 최다 참가자를 기록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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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2주년을 맞은 29일, 울산지역 시민사회노동단체가 완전한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을 이룩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동자의 도시 혹은 진보정치일번지로 불리던 울산은 촛불로 인해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결코 변하지 않을 것 같던 보수우위의 정치풍토를 바꿨고, 상대적 불만이 팽배했던 시민의 복지규모를 바꾼 것은 촛불의 힘이었다.

촛불 2년, 울산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왔을까?

촛불이 바꾼 보편적 복지 확대

촛불이 바꾼 대표적 예가 '무상급식'이다. 무상급식률 최하위였던 울산이 고교 무상급식까지 시행하면서 '무상급식 선도도시'로 자리매김 한 것이다. 그동안 상대적 불만을 가졌던 학부모들의 교육비 부담을 덜어주던 것은 덤이다.

촛불은 철옹성 같이 여겨지던 정치풍토도 바꿔 놓았다. 20년간 한번도 보수정당(보수 후보) 외에는 내준 적이 없던 광역시장과 교육감이 민주당과 진보인사로 대체됐다. 보수정당이 석권하던 기초지자체장과 지방의원도 민주당이 싹쓸이 하는 대변혁을 이뤘다.

촛불 이전 재정자립도 최상위 등 부자도시 울산을 오랜동안 전국 무상급식률 최하위도시로 만든건 아이러니하게도 시민들의 정치적 선택이었다. 20여년 간 월등한 표차로 보수정당을 선호했던 시민들은 반대급부로 무상급식 등 보편적 복지에서 타도시에 비해 월등히 낮은 예산 편성을 감수해야만 했다.

높은 지지도로 3선에 성공하며 '무상급식=포퓰리즘'이라는 공식을 확립시킨 보수정당 지자체장은 3선 후 국회의원이 되어서는 당 지도부 회의에서 울산의 무상급식 최하위를 전국모범사례로 소개하기까지 했다. 당시 당 지도부가 이 사례를 칭송한 일화는 유명하다. (관련기사 : 새누리 인사, 무상급식 꼴찌 울산에 "최상의 성공 모델")

그 당시인 2014년도 울산지역 무상급식 실시율은 36.5%로, 전국 평균 무상급식률(69.1%)의 절반 수준인 것은 물론 보수성향이 강한 대구(45.5%), 경북(49.5%), 경남(51.1%), 부산(55.4%) 보다도 월등히 낮았다.

그 무렵 시민사회나 학부모단체가 무상급식 등 보편적 복지 예산 확대를 요구해왔지만 보수정당 지자체장이 시민들로부터 받는 높은 지지도는 이같은 요구를 한낱 응석으로 치부하기에 충분한 사회분위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2016년 가을 시작된 촛불은 2년이 지난후 울산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도저히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던 무상급식 확대는 오히려 서울을 앞질렀다. 지방선거가 끝난 후 곧바로 고교무상급식까지 전격 시행하며 '무상급식 선도 도시'가 됐다.

그 배경은 보수정당 또는 보수교육감 외에는 도저히 당선되지 않을 것 같던 정치풍토가 완전히 바뀐 데 기인한다. 민주화 활동을 해온 인사가 교육감과 시장이 되면서 무상급식 뿐 아니라 여러방면에서 전광석화처럼 울산을 보편적 복지 우수 도시로 탈바꿈 시키고 있는 것이다.

촛불이 많은 것 바꾸고 있지만 우려도 나와
 
울산지역 시민사회노동단체가 29일 오후 2시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촛불 2주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울산지역 시민사회노동단체가 29일 오후 2시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촛불 2주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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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2주년, 산업수도 울산이 여러곳에서 개혁을 이루고 있지만 아쉬운 점도 속속 발생하고 있다. 촛불로 시작된 민주당의 거센 열풍은 보수정당이 장악해온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을 교체했지만 그동안 보편적 복지 확대를 위해 보수정당과 싸워온 진보정당마저 몰락시킨 것이 그 예다.

진보정당은 그동안 울산에서 보수정당 외 제1야당으로서, 30% 가까이 차지하던 지방의원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지방의원을 단 한 명밖에 배출하지 못했을 정도로 참패를 맛봐야 했다. 충격을 받은 진보정당이 수개월 채 두문불출 하면서 진보정치일번지로 불린 울산에서 '행여 진보정치가 사라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나오뿜고 있다.

민주당의 거센 바람으로 대부분 민주당 소속 신인들로 채워진 지자체장, 지방의원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거기간 '과거 낡은 정치와의 청산'을 내걸었던 민주당 소속 울산 남구청장이 오히려 금품제공이라는 구태혐의로 선관위로부터 고발당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이 그 예다. 당사자는 "빌려준 돈이다"고 혐의를 부인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길은 곱지 않다.

울산시청 공무원노조가 "시의원이 서류를 던지며 고함을 치는 등 갑질을 했다"고 항의한 것이나, 구의원이 가정폭력으로 벌금까지 문 사건을 보자. 이들이 촛불의 힘에 영향을 받아 당선된 정치 신인이라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시의원 갑질' 의혹의 경우, 시의원 본인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하지만 공무원노조가 계속해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촛불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뀌고 있지만 1년 6개월 뒤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어떤 정치풍토가 형성될지는 아직 알 수가 없다는 말도 이 때문에 나온다.

한편 울산지역 시민사회노동단체는 이날 오후 2시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촛불 2주년 기자회견에 노조할 권리 보장과 비정규직 철폐, 재벌 개혁과 경제민주화, 정치개혁을 통한 국민 주권시대,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을 촉구했다.

태그:#무상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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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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