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일자리는 민간 기업이 만들어야 하고, 그러려면 투자를 해야 해요. 투자 하려면 땅 투자보다 설비 투자를 해야 하고요. 지금은 땅 투자를 방조하고 있어요."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후분양제 도입과 분양원가 공개 확대를 홀로 이끌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끝까지 물고 늘어져 정부의 답변을 받아냈다. '부동산 개혁론자'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다음 개혁 과제로 '대기업 땅투자 근절'을 꼽았다.

30대 재벌 대기업들의 토지 보유 규모는 지난 2007년 8억 평(38억2800만㎡)에서 2017년 18억 평(77억5500만㎡)으로 10억 평(약 40억㎡) 증가했다. 대기업들의 돈이 설비 투자 대신 땅 투자에 몰리면서 '일자리 동맥경화'가 일어났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정 대표는 대기업들이 땅 투자에 쓸 돈을 설비투자에 쓰게 한다면 자연스럽게 일자리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마이뉴스>는 올해 국감이 마무리돼 가는 지난 26일,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정 대표를 만났다. 그의 사무실에는 큼지막한 철도 사진이 걸려있었다. 잠시 액자를 바라보던 정 대표는 "대륙으로 가는 길, 기차"라고 했다.

그는 여전히 하고싶은 일이 많아 보였다. 부동산 시장 개혁 과제인 후분양제, 분양원가 공개가 제대로 될 수 있도록 정부 관계자들을 연일 압박하는 한편 '대기업 땅투자 근절'이라는 새로운 과제도 설정했다. 남북 경제협력과 관련해선 "EU에 필적하는 거대 북방 경제권이 생길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아래는 정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집도 안 짓고 파니까 원가 얼마 들었나 공개하라는 것"

- 올해 국정감사가 대부분 마무리됐다. 지난해 성과는 단연 '후분양제 도입'이었다. 올해 국감에서 성과라고 한다면 어떤 걸 들 수 있겠나?
"힘들게 분양원가 공개(확대)를 살려낸 거다. 관료주의가 개혁의 결정적인 장애물이다. 관료들이 '정동영이 낸 (분양원가공개 확대) 법안이 법사위에 있으니 (계류 중) 통과되면 하겠습니다'라고 한 것. 그러나 장관 의지만 있으면 하는 거다. 그걸 뒤집으면 (개혁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이지. '왜 분양원가 공개를 해야 합니까, 잘하고 있는데' 이런 식이다. 그건 개혁 의지 부족이다. 그래서 분양원가공개법안 철회하겠다고 하니까 시행규칙으로 하겠다고 한 것이다."

- 현재 공공택지에 공급하는 아파트의 분양원가는 12개 항목이 공개된다. 정부는 이번 국감에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항목을 60개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많은 사람들이 분양원가 공개 항목이 늘어나서 뭐가 좋으냐고 묻는다. 이에 답변을 한다면?
"땅값이 얼마에 이윤이 얼마 붙었다가 딱 나온다. 지난 2000년~2018년까지 18년간의 흐름을 보자. 지난 2000년부터 2007년까지 7년간 집값이 오른 건 2000년 분양가 상한제를 풀었기 때문이다. 2007년 말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를 했더니 2014년까지 7년 동안 집값 상승세가 멈췄다. 그런데 이명박근혜 시절 2012년말 분양원가 공개 축소부터 부동산 3법 등 부동산 규제를 풀자 (그 여파로 2014년부터) 4년째 집값이 오른다. 답이 나온 거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 정부가 후분양제와 분양원가 공개 확대를 약속했는데 사실 정부가 해야 할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이 점에 대해 정부의 개혁의지 부족을 계속 지적하고 있는데.
"(공공부문 분양가 확대 공개에 이어) 2단계로 민간부문 분양원가 공개를 견인해야 한다. 왜 민간이 (분양원가 공개를) 해야 하냐고? 짓지도 않은 집을 파는 선분양제이기 때문이다. 아파트도 안 짓고 팔기 때문에 원가가 얼마 들었나 소비자한테 공개하라는 거다. 이 정부가 소비자 편에 설 거냐 건설사 편에 설 거냐 (결정해야 한다). 관료는 건설사 편이지만, 정권은 소비자편에 서야 한다.

1가구 다주택자가 갖고 있는 집이 800만 채다. 그것을 계속 늘린다. 부동산 불패 신화, 집은 오르게 돼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불로소득 경제로는 3만 불에서 더 치고 갈 수 없다. 불로소득 경제로는 청년 미래가 없다. 땀 흘려 일한 경제가 우리 경제를 끌고 가야 한다.  해답은 단순하다. 다주택자는 집값 안 오른다고 하면 판다. 부동산 불패 신화를 깨야 한다. 그러면 주택 문제가 해결된다. 그 수단이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 하는 거다.

우리나라 불평등의 핵심은 칠할이 부동산이다. 국내 재산의 칠할이 땅과 집이다. 부동산 불평등은 정책의 실패, 정치의 실패다. 정치와 정책이 부동산 불평등을 방조하는 거다."

- 서울시 국정감사에선 박원순 시장에게 아파트 공사원가 공개 약속을 받아냈다. 이 부분은 사실 SH공사가 그동안 공개를 무척 꺼리는 부분이기도 했다. 서울시도 앞으로 개혁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되는데.
"박원순 시장 때 3대 후퇴가 일어났다. 원가공개, 분양가 상한제, 후분양제가 후퇴했다. 원래 공정률 80%에 지어서 후분양했는데 지금은 60% 골조 공사만 한 상태에서 분양하는 걸로 후퇴했다. 공공주택 공급도 후퇴했다. 진보개혁 철학을 가진 공공성 마인드를 가진 시장이라 자부하는데 보수 시장보다도 후퇴할 수 있는가. 땅과 집을 가진 사람들은 기득권자다. 땅과 집을 가진 기득권자 보호에 봉사하면 다수 국민이 소외되고 불쌍해지는 거다."

"재벌이 가진 비업무용 토지를 매각하게 해야"

- 올해 국정감사에서 대기업의 땅투자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대기업 땅투자를 최근 일자리 부족 문제와 연결한 것이 흥미롭다. 그 이유는?
"정부가 일자리를 늘리는 건 한계가 있다. 일자리를 늘리려면 기업이 나서야 한다. 그러려면 기업이 투자를 해야 한다. 투자를 하려면 땅투자보다 설비 투자를 해야 한다. 지금은 정부가 기업의 땅투자를 방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삼성에 투자해달라면 투자하겠나? 30대 재벌은 토지재벌이다. 10년 전 30대 재벌 대기업이 갖고 있는 땅이 8억 평(38억2800만㎡)이었는데, 2017년 18억 평(77억5500만㎡)이 됐다. 공시지가로 보니까 1000조가 늘었다. 일자리 늘리려면 대기업이 부동산 투자에서 설비투자로 흐름이 바뀌어야 한다."

- 지금까지 대기업들이 땅투자로 돈을 벌어왔다면, 단순히 하지 말라고 해서 될 일은 아니다. 사실상 강제 수단이 필요하다. 대기업의 땅투자를 막기 위한 방안은 어떤 게 있을까?
"대기업 땅투자를 억제한 정부가 노태우 정부다. 비업무용 토지에 대해 중과세하고, 비업무용 토지는 강제 매각 정책을 시행했다. 그런데 지금은 비업무용 토지란 개념 자체가 법에서 사라졌다. 설비 투자를 해야 할 재벌이 땅은 계속 사도 된다? 근본 모순이다. 재벌들한테 투자하라고 사정할 게 아니라 재벌이 가진 비업무용 토지를 매각하게 해야 한다. 그러면 돈 어디로 흘러가느냐. 자연스럽게 설비투자로 흘러갈 것이다. 이거 방조하는 경제팀 관료들은 전면 교체해야 한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남북경협이 우리의 지평 넓혀줘"

참여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 대표는 남북 경제협력에도 관심이 많다. 그의 사무실 벽면에 대륙을 달리는 기차 사진이 걸려 있고, 탁자에 유라시아 철도 노선 지도가 펼쳐져 있다. 최근 평양을 방문하기도 했던 정 대표는 "북한이 기수를 돌렸다"고 표현했다.

- 이번 평양정상회담 때 북한을 방문했다. 북한이 경제 협력에 관심이 크다고 들었는데 실제 북한의 분위기를 전달한다면?
"기수를 돌렸다고 표현했다. 부연하자면 대내외적으로 완전히 비핵화하겠다, 경제 부국을 만들겠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바깥으로 나타난 것은 평양 거리에 붙어있는 선전 간판 구호가 180도 바뀐 것이다. 과거엔 '미제타도 군사강국 건설'이 핵심이었다. 그런데 '과학으로 비약하고, 교육으로 미래를 담보하자'로 바뀌었다. 이는 덩샤오핑 개혁개방 노선의 핵심이다. 중국이 그랬던 것처럼 북한도 확실히 기수를 돌렸다.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우선 남북 경협. 일단 남한 기업과 자본의 참여가 전제가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대북제재 해제. 그래서 세계은행 등 국제자본 투자가 이뤄지는 것이다. 국제자본 투자에 앞서 남한 기업의 북한 투자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다."

- 남한의 북한 투자를 이야기했는데, 남북경협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린다면?
"기본적으로 자유 왕래에서 시작한다. 사람, 자본, 물자, 이 세가지가 자유왕래가 되면 거기서 경제활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개성공단은 제한된 인원과 제한된 물자와 제한된 자본 교류가 이뤄졌다. 개성공단 10년을 돌아보니 개성공단 125개 기업 모두 흑자가 났다. 개성공단이 그 가능성을 보여준 것. '우리도 경제 개혁개방 잘 하면 중국처럼 될 수 있구나, 베트남처럼 될 수 있구나'란 걸 실증 사례로 보여준 것이다."

- 결국 개성공단이 개성에서 남북 전역으로 확대된다는 이야기 같다. 그런데 이를 두고 한쪽에선 '북한 퍼주기'라고 비판한다. 남북 경협이 우리에게 어떤 점이 좋을까.  
"지평이 넓어진다. 물리적인 육지와 해상과 하늘에서의 지평선이 넓어질 뿐 아니라 정신적 지평선이 넓어진다. 그동안 반도의 반쪽에 갇힌 섬 의식, 작은나라 콤플렉스가 있었다. 그걸 떨치게 된다. 자유 왕래가 이뤄져서 북방 경제권이 만들어지면 EU에 필적하는 경제권이 동북아에 탄생한다.

한반도 7500만 명과 동북3성 1억 1000명, 일본 1억 3000만 등 3억 명이 몰리는 북방 경제권이다. 그 중심에 한반도가 있는 거다. 동아시아 경제권에선 우리가 중심이다. 청년들이 기차 타면 블라디보스토크, 장춘으로 간다. 사람과 돈, 물자가 터져나가면서 새로운 에너지가 발생한다고 본다."

댓글1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소속입니다. 주로 땅을 보러 다니고, 세종에도 종종 내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