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에 있는 이이 율곡의 유적지, 자운서원을 방문했다. 가을은 깊어 단풍잎은 핏빛 보다 붉고, 은행잎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유적지 이곳 저곳을 가웃거릴 때 일진광풍과 함께 낙엽비가 눈보라처럼 날렸다. 자운산의 고운 단풍을 배경으로 서 있는 자운서원. 그 앞에 단풍나무 은행나무 가지가 사납게 흔들리며 빨강 낙엽비 노랑 낙엽비 주황 낙엽비가 내렸다.
나무 아래 떨어진 천연색 낙엽비들은 스며들지도 흘러가지도 않고 자신의 나무 아래 월동을 위한 이불처럼 쌓였다.
다시 햇빛이 비치고 잔잔한 가을 바람이 불었다. 체로금풍(體露金風), 가을 바람에 잎을 다 떨어뜨리고 나무의 본체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자운서원 앞에 섰을 때 단풍은 절정을 지난 듯 보이고, 비가 내리기 시작해 좀 늦게 왔구나 후회도 했다. 그러나 맑은 단풍도 감상하고 일진광풍 속 천연색 낙엽비을 보는 행운도 잡았다.
자운서원에서 만난 가을 단풍, 천연색 낙엽비, 그리고 체로금풍! 군더더기를 벗은 인생을 생각케하는 가을은 참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