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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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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2주년을 앞둔 27일 한낮의 덕수궁 대한문 앞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도로를 점거한 대한애국당의 집회 차량 옆으로 중장년층이 꽉 들어찼고, 중장년층으로 가득 찬 인도는 앞으로 나아가기 버거울 정도였다.
 
스피커를 통해 "문재인 탄핵", "박근혜 석방"이란 구호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그 인도를 아이를 동반 가족 단위 시민들과 젊은 층이 꾸역꾸역 통과해내고 있었다. 한편으론 장년층 여성들이 <변희재의 옥중투쟁>이란 책을 높이 쳐 든 채 "진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고 목 놓아 외쳤다.
 
그렇게 촛불 2주년에 만난 태극기 부대는 여전히 기세등등했다. 아니, 오히려 2년 전에 버금갈 만큼 동원력이나 규모 면에 있어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이날 서울역에서 87차 태극기 집회를 마치고 광화문으로 이동한 대한애국당과 태극기부대의 위세는 놀라움을 던져 주기에 충분했다.
 
또 미비한 숫자지만 젊은 층까지 가세한 참가자 분포 역시 한 가지 질문을 남겨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과연 저들은 최고급 관광버스를, 한 눈에 보기에도 새것이나 다름없는 태극기와 깃발들을, 방송 차량을 비롯해 대규모 시위 물품을 어떻게, 어떤 자금으로 동원하는가. 실제 두 눈으로 확인한 집회 광경은 정말 그랬다. 2년 전과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일종의 '진화'랄까.
 
'태극기' 세력의 현직 대통령, 여전히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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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에서도 못 누릴 호사가 아닐까. 차량 위에서 마이크를 들고 광화문광장 양측 대로를 누비는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의 얼굴은 의기양양했다. 그 앞은 '거짓, 불법, 촛불 반역, 태극기가 심판한다'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서석구 변호사 등 보수인사들이 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 뒤로 '대통령을 구출하자'는 구호도 눈에 띄었다. 태극기부대에게 있어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여전히 구속수감 중인 전직 대통령 박근혜라는 뜻일 것이다. 그 뒤로 박근혜와 박정희, 두 부녀 전직 대통령의 대형 걸개 사진이 휘날렸다. 마침 지난 26일은, '10.26'으로 유명한 '박정희 추도식' 날이었다. 그 뒤로 성조기와 태극기가 나란히 휘날렸다.
 
"대한애국당에서 저와 태극기를 든 사람을 능멸했다가는 그 대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것이다. 기자가 기자 다와야지 기자님 소리를 듣는다. 그러지 못하면 무슨 소리를 듣는가, 기레기 소리를 듣는다, 기자 쓰레기! 오늘 여기 오신 분들, 사진 다 찍어 놨습니다. 그 분들이 기자님 소리를 듣게 될지, 쓰레기 소리를 듣게 될지 기사를 쓸 때 부디 진지하게 생각해 보시라."
 
그리고, 한 여성 '청년인사'는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2차 집회 무대에 올라 '기자들'을 '겁박'하고 있었다. 한 언론사 기자의 실명을 언급하며 대한애국당 관련 기사를 엉터리로 썼다고 주장했고, 그 기자를 포함해 "이제 기자 한 명 한 명에게 이메일로, 댓글로 대응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인사를 포함해 눈에 띄는 광경이 바로 '청년' 층의 '참여'랄까. 대한애국당은 남녀 사회자 역시 2030 세대를 내세웠고, "김정은 개XX" 등 자극적인 가사로 점철된 랩 음악을 상영, 집회 참가자들의 흥(?)을 돋우기도 했다.
 
흥미로운 광경은 또 있었다. 집회가 끝난 후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문재인 퇴진"을 외치던 젊은이들의 모습이었다. '자유로정렬'이란 이름을 내건 예닐곱 명의 청년들은 스마트폰 카메라 앞에서 1시간 넘게 구호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들의 유투브 생방송 시청자는 불과 3~4명.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싸잡아 비난하던 이들은 언노련, 민노총, 전교조 등의 해체를 주장하고 있었다.
 
"자유로정렬은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대한민국 사회에 널리 전파하고자 2017년 12월 17일 창립한 청년 시민 단체다. 사유 재산권 보장과 정부의 경제 개입 축소를 주장한다. 북한의 인권 탄압과 중국의 팽창주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에 우호적인 성향을 띤다. 48년 건국설을 지지한다."
 
인터넷에 올라온 이 단체의 설명 문구다. 실제 집회 참가자 중에서 청년층은 그리 많이 눈에 띄진 않았다. 하지만 자신을 "29살 청년"이라고 소개한 뒤 집회 연단에 오른 한 남성과 같이 마이크를 잡은 이들 중에서 유독 2030세대가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자유로정렬과 같은 단체처럼 태극기부대, 태극기집회에도 '청년층'이 참가하고 있다는 어떤 전시이자 과시로 느껴졌다고나 할까.
 
눈에 띄는 2030과 정체 모를 자금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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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뭐라 하든 별 관심 없다. 그런데 좋은 명사를 자꾸 가져가니 짜증난다. '태극기, 어버이, 엄마' 등의 명사를 가져가서 사용(私用)하니 진짜 짜증이다. 특히 '엄마'를 가져가서 '부대'를 붙였을 때는 정말 화가 났다. 이제 '지식인'도 가져가려 한다. 이러다간 진짜로 영어로만 얘기하는 시대가 올지도…."
 
지난 26일 '문재인 퇴진과 국가수호를 위한 320 지식인 선언' 준비위원회의 기자회견 소식을 접한 한 영화감독이 SNS에 남긴 단상이다.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 기자회견은 여러모로 눈길을 잡아끌었다. 보도된 기사에 등장하는 청중들이 죄다 남성 노인들이었던 것은 예사로운 일이었다.
 
준비위원회가 준비위원으로 이름을 공개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심재철 전 국회부의장 등 중에서 김 전 지사가 26일 JTBC <뉴스룸>과 한 통화 내용이 특히 그랬다.
 
<뉴스룸>에 따르면, 김 전 지사는 "오늘 선언문 행사에 참석하지 못해서 자신은 선언은 내용을 알지 못한다. 그러니까 찬성 여부도 답할 수 없다"며 "자신이 준비위원인 것도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시 말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준비위원으로 이름이 올라갔고, 그런 명단이 버젓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는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문재인 퇴진과 국가수호를 위한 320 지식인 선언'에 참여한 명단도, 준비위원회의 성격도 자세히 공개된 바는 아직 없다.
 
징후는 이렇다. 27일 집회를 가진 태극기부대와 '문재인 퇴진과 국가수호를 위한 320 지식인 선언' 모두 '문재인 퇴진'을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중이다. 이날 태극기부대의 집회 규모는 촛불 2주년 집회의 외양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었다. 320 지식인 선언 역시 기존의 진보 인사들의 '선언' 형식을 빼다 박았다고 볼 수 있다. 태극기집회는 물론 유투브 방송에도 '보수 청년'이 등장한지 오래다.
 
보수는, 아니 극우와 태극기 세력은 그렇게 2년 전 '촛불'의 역사를 '복사'하고 '재현'하는 중이다. 촛불만 빠졌을 뿐,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가운데 지식인 선언도 하고, 인터넷과 유투브를 적극 활용하며, 청년층의 참여도 흉내 내고 있다. 정체모를 자금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마치, 총동원령에 가깝다고 할까. 보수경제지가 사설과 기사를 통해 현 정권 비토에 전력을 쏟아 붓고, 보수/극우 유투브 방송이 가짜뉴스를 토해내고, 오프라인 집회 역시 촛불과 달리 끊이질 않고 있다. 그렇게, 촛불 2주년에 만난 '태극기'의 기세는 (그 진위와 상관없이) 분명 위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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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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