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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지난해 9월 최저임금법 제5조(최저임금액)을 개정 고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단순노무업무로 고용노동부장관이 고시한 직종 종사자에게 수습기간을 정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 조항은 각 고용노동청에서 지난 1년간 꾸준히 홍보해 왔고, 올해 3월 20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최저임금법 제5조(최저임금액)

② 1년 이상의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수습 중에 있는 근로자로서 수습을 시작한 날부터 3개월 이내인 자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1항에 따른 최저임금액과 다른 금액으로 최저임금액을 정할 수 있다. 다만, 단순노무업무로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한 직종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제외한다. [개정 2017.9.19] [[시행일 2018.3.20.]]              

 

고용부 장관이 정한 직종은 한국표준직업분류상 단순노무직종을 말한다. 특별한 훈련 또는 교육이 필요하지 않고 간단한 직업 훈련만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직업이다. 농림 또는 어업, 주차관리 종사자나 가스 검침인, 건설 단순 종사원, 배달원, 우편집배원, 택배원, 음식 배달원, 제조업 수동 포장원, 제품 단순 선별원, 청소, 경비, 가사도우미, 육아 도우미, 매장 정리원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동안 단순노무직종 고용주들은 수습기간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 지급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 고용주들은 통상 노동자에 비해 수습 노동자는 생산성이 낮다는 이유를 들어 감액 지급해 왔지만 단순노무직종은 짧은 시간 안에 작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개정은 당연한 조치였다. 

그런데 출입국법 시행령 제23조(외국인의 취업과 체류자격) ①항은 외국인이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국내 취업 요건을 갖춘 사람에게 '비전문취업(E-9)'비자를 발급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서 출입국법은 비전문취업자를 "일정 자격이나 경력 등이 필요한 전문직종에 종사하려는 사람은 제외한다"고 제외규정을 두어,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가 단순노무직종 종사자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출입국법 체류자격 별표-2

21. 비전문취업 (E-9)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국내 취업요건을 갖춘 사람(일정 자격이나 경력 등이 필요한 전문직종에 종사하려는 사람은 제외한다) 

 

문제는 법 개정일로 치면 1년이 넘게 지나고 있지만, 많은 이주노동자 고용업체들이 여전히 관행처럼 수습기간을 두고 감액 지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8월 ▲ 외국인력 도입 쿼터 확대 ▲ 외국인근로자 최저임금 수습기간 별도 적용 ▲ 숙식비 공제 동의서 표준근로계약서 기본 서류화 ▲외국인근로자 사업장 변경 요건 강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건의서를 고용노동부에 서면 전달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건의서에서 외국인고용허가제 개선을 위한 건의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은 개악을 요구한 부분이다. 이 건의서만 놓고 봐도 이주노동자 고용업체들이 여전히 최저임금법을 무시하여 수습기간을 두고 급여 감액을 해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법이 바뀌었는데... 이주노동자들만 차별적 관행
 
최저임금법 위반에 눈 감은 고용노동부 단순노무직에 수습기간을 둘 수 있도록 표준근로계약서 양식을 법 개정 1년이 지나도록 수정하지 않고 있다.
▲ 최저임금법 위반에 눈 감은 고용노동부 단순노무직에 수습기간을 둘 수 있도록 표준근로계약서 양식을 법 개정 1년이 지나도록 수정하지 않고 있다.
ⓒ 고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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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런데도 고용부는 손을 놓고 있다. 지난 5월 말 입국한 인도네시아 출신 이주노동자 하디는 급여일에 자신이 계산한 금액과 40여만 원 이상 차액이 나는 걸 보고도 이유를 몰랐다. 석 달 동안 급여 계산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한 하디는 사장에게 시정을 요구했다.

업체 사장은 "고용부 고용복지센터에서 제시한 근로계약서로 계약했고, 수습기간 동안 감액하지 말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시정을 거부했다. 도리어 "고용부가 제시한 근로계약서로 계약했는데 어떻게 법 위반이 될 수 있느냐"며 역정내기도 했다.

해당 업체는 최저임금법 외에도 대체로 야근과 잔업을 해야 할 형편인데도 경영상 이유라며 무급 휴무를 강제하고 있다. 이럴 경우 급여를 지급해야 하지만 휴무일 급여 공제를 하는 등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다. 이런 형편인데도 고용노동부는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국회의원이 고용부로부터 제출받은 '2018년 외국인노동자 고용사업장 대상 합동점검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504개 사업장 중 445개 사업장, 88.3%가 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경우가 762건에 달했다. 하지만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가 단순노무직종에 종사함에도 여전히 표준근로계약서 양식에 수습기간을 둘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가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저임금법 위반은 점검 결과보다 훨씬 많을 것임을 알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제라도 수습 기간 감액 위반에 따른 최저임금법 위반 사실을 전수 조사하고 시정 조치해야 한다. 이주노동자 피해 사실을 사전 인지하고 피해를 예방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 한정애 의원은 합동점검 결과에 대해 "노동부의 정기 단속과 외국인 고용사업주에 대한 교육 및 홍보 강화를 통해 이들의 기본권이 보호될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합동 점검 결과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 등의 위반 사실이 눈에 띈다.
▲ 고용노동부 합동 점검 결과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 등의 위반 사실이 눈에 띈다.
ⓒ 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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