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과 강원FC가 0-0의 팽팽함을 이어가던 후반 12분, 서울이 선수교체를 알렸다. 선발로 출전한 윤주태가 빠지고 반가운 얼굴이 들어왔다. 바로 박주영이다. FC서울은 27일 오후 4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강원FC를 상대로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34라운드'를 치렀다. 지난 7월 22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를 끝으로 1군에서 자취를 감췄던 박주영은 이날 3개월여 만에 복귀를 신고했다.

박주영은 0-0으로 맞선 후반 38분 강원 수비의 볼 트래핑 미스를 놓치지 않고 오른발로 낮게 깔아찬 슛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지난 3월 11일 강원과의 홈 개막전에서 골을 터뜨린 이후 무려 7개월여 만에 맛본 득점이다. 그대로 끝났다면 서울의 기나긴 무승행진에도 마침표가 찍히고, 복귀한 박주영도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을 것이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 가지 못했다. 서울이 득점 후 곧바로 이어진 위기상황에서 정승용에게 동점골을 허용해 경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결국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고 서울은 무승행진을 끊지 못했다.

박주영, 서울 잔류 이끌수 있을까?
 
'독수리' 최용수 감독, FC 서울 감독 복귀 프로축구 FC서울이 지난 2016년 팀을 떠났던 최용수 감독을 제12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11일 전했다. 계약 기간은 오는 2021년까지다. 사진은 지난 2016년 4월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안산 무궁화와의 FA컵 16강전에서 최 감독 모습.

▲ '독수리' 최용수 감독, FC 서울 감독 복귀 프로축구 FC서울이 지난 2016년 팀을 떠났던 최용수 감독을 제12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11일 전했다. 계약 기간은 오는 2021년까지다. 사진은 지난 2016년 4월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안산 무궁화와의 FA컵 16강전에서 최 감독 모습. ⓒ 연합뉴스


이날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지만, 서울에게 박주영의 복귀는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황선홍 감독과 이을용 감독대행 시절을 거치면서 SNS로 논란을 일으킨 데다 폼이 정상이 아니었던 탓에 지난 3개월여 동안 2군에서 머물던 시간이 길었던 박주영이 절체절명의 위기순간에서 다시 등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마침 최용수 감독이 복귀하는 등 박주영의 활용은 서서히 시간 문제로 다가왔다. 최용수 감독은 강원과의 경기를 앞두고 박주영 활용 의사를 나타냈고 박주영은 강원과의 경기에서 교체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출전에 대한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그렇게 찾아온 기회에서 박주영은 골을 터뜨리며 존재감을 알렸다. 사실 박주영의 활약은 위기에 처한 서울의 현 상황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데얀, 윤일록이라는 서울의 공격 틀을 이끌었던 선수들이 한번에 이탈하면서 공격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서울은 이들을 대체하기 위해 에반드로와 안델손을 영입했지만, 그들은 기대만큼의 활약을 해주지 못했다. 여기에 지난 여름 새로 영입된 마티치 역시 제주와의 데뷔전에서 골을 터뜨린 것 외엔 전체적으로 영양가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고 국내 공격수들의 활약이 아주 좋은 것도 아니다. 박희성은 지난달 상주 상무와의 경기에서 골을 터뜨렸지만 한 시즌에 5골 이상 기록한 적이 없는 선수다. 윤주태 역시 상주에서 지난 2시즌동안 득점을 터뜨린 적이 없는 데다 서울로 복귀해서도 활약이 미비하다.

오죽하면 팀 내 최다득점자가 7골을 기록한 고요한일 정도다. 그런 고요한마저 최근 전남 드래곤즈와의 경기에서 퇴장을 당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격진의 활약이 감소한 서울은 이번 강원전까지 이어진 11경기 무승행진 동안 무득점 경기가 절반 이상인 6경기나 될 정도였다.

당연히 서울의 순위는 곤두박질쳤고 자칫하면 강등까지 이어질 수 있는 절박한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박주영이 복귀해서 골까지 터뜨렸으니, 강등권에서 탈출해야하는 서울에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가 없다.

실제로 박주영은 강원과의 경기에서 후반 12분 교체투입돼 35분여 동안 그라운드를 누비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선제골 과정에선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득점으로 연결시킨 데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왼쪽 측면에서 윤석영이 올려준 크로스를 점프 헤딩슛으로 연결하기도 했다. 비록 헤딩슛은 크로스바를 맞고 나왔지만, 박주영의 몸상태나 경기감각 측면에 문제가 없음을 보여줬다.

무승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서울의 현 상황에서 패하는 경기가 나온다면, 그 패배는 1패 이상의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만큼 서울을 절박한 상황에 놓였고, 박주영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박주영은 과거 대표팀 시절에도 위기상황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한 적이 있다. 지금도 회자되는 2005년 U-20 월드컵 나이지리아전,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나이지리아전, 2012년 런던 올림픽 한일전이 대표적인 예다. 소속팀 서울에서도 지난 2016년 전북 현대와의 리그 최종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서울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지난해 7월 폭우 속에 열린 전북과의 경기에서도 종료 직전 결승골을 터뜨려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박주영의 가장 큰 장점으로 이런 승부사 기질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서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수비 안정화와 더불어 박주영의 이런 승부사 기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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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FC서울 강원FC 박주영 최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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