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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1일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됐다. 연장·휴일 노동 포함 1주 최대 52시간 노동, 노동시간 특례업종 축소, 18세 미만 연소노동자 최대 노동시간 단축 등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은 주당 68시간이라는 장시간 노동이 가능하도록 했던 행정해석을 중지시킨 것뿐, 연장근로 주 12시간을 당연시하게 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게다가 아직 30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이 되고 있는데, 정부는 연말까지 단속과 처벌을 6개월 유예하기로 했다. 또 여전히 육상운송업(노선버스 제외),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보건업, 운송 관련 서비스업 5개 업종은 여전히 연장노동 시간 제한이 없는 특례 대상으로 남아있다.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업종이어도 적용시점은 2019년 7월부터다.
 
그런데도 일부 정치권, 경영계, 언론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 부담 증가, 노동자 임금 손실 등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연장노동시간 단축, 특례업종 제한의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연장 노동을 하고도 임금 청구를 못 하게 한다든지, 휴식 시간을 실제보다 길게 써내게 하는 등 회사 측의 '꼼수'가 고발되고 있다. 게다가 선택근로시간제, 탄력적시간근로제 등 자본의 다양한 전략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노동자의 삶에 대한 종합적 드러내기와 분석, 비판은 부족한 상태이다. 앞으로 노동시간 관련 근로기준법 적용이 확대된다면 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전반적 상황을 조망하고, 노동운동의 과제를 제안하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는 실제 노동시간 관련 변화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다양한 업종별 상황을 살펴보려고 한다. 또 향후 개정 근로기준법이 확대 적용되는 과정에서 실질적 노동시간 단축과 삶의 질 향상을 이끌어내기 위한 노동운동의 과제와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10월 17일부터 총 5차례 연속 간담회를 기획했다.

첫 번째 간담회는 '주 52시간 상한제 시행과 제조업에서의 문제 상황'이란 주제로 10월 17일 수요일 저녁 7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진행됐다.

'노동시간 단축' 화두, 던져지긴 했지만...
 
 주 5일 쟁취는 노동자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끊임없는 요구와 투쟁으로 2004년에서야 이뤄졌다
 주 5일 쟁취는 노동자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끊임없는 요구와 투쟁으로 2004년에서야 이뤄졌다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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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를 맡은 박현희 금속노조 법률원 노무사는 "개정 근로기준법은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화두를 던졌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그러나 몇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주 52시간제가 시행된 지 이제 3개월에 접어든 상황에서 300인 이상 사업장을 중심으로 한 전반적 분석에는 한계가 있다. 또 제조업분야를 살펴보면 예상보다 비교적 사회적으로 문제되는 상황은 아직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박 노무사는 2018년 현재 제조업 사업장들이 처한 현실을 감안하여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경기와 그 영향을 받는 국내 경기 상황상 현재는 불황기며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사업장이 많다. 즉 호황기에 비해 생산량이 줄어 노동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지 않은 시기에 주 52시간 상한제가 시행됐다는 얘기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노사간 자발적 노동시간 단축은 이미 2018년 전에 이뤄졌다.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의 경우 생산직은 주간연속 2교대제로 노동시간이 주 40시간(휴일 특근 제외)에 근접했으며, 300인 이상 자동차 부품사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제조업 전체 노동자의 약 17%에 해당하는 68만여 명이 주당 52시간을 이미 초과하여 근무하고 있다.
 
제조업에서 발견된 노동시간 단축 꼼수
 
박현희 노무사는 실제 제조업 현장에서 주 52시간 시행과 관련하여 포착되고 있는 몇 가지 문제 상황에 대해 이야기 했다.
 
첫 번째는 유연근로제의 확산이다. 특히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는 사업장이 매우 많아졌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물량이 많은 시기에 집중 근무를 시키고, 상대적으로 물량이 없을 시기엔 가동률을 낮추는 방법으로 노동자가 최장 64시간(주당 최장근로시간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하다. 이를 활용하는 사업주는 연장근로수당 지급, 신규채용에 대한 부담을 면할 수 있기 때문에 선호하고 있다.
 
또한 교대제 사업장은 주 52시간 상한제 시행과 동시에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합의해 교대조 개편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연장·야간·휴일노동시간이 줄어들지만 임금이 대폭 감소되는 상황도 발생한다. 일은 일대로 하지만 그에 대한 보상은 오히려 줄어드는 것이다. 무엇보다 특정시점에 집중적으로 장시간 노동을 할 경우 건강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단 점에서 우려스럽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도 문제다. 제조업의 사무관리직, 연구직 등에서 선택적 근로시간제가 대폭 확대되고 있다. 전자회사 S기업은 사무실 출입카드를 찍고 들어가서 나오는 시간까지 노동시간으로 체크된다. 반면 전자회사 L기업의 경우 컴퓨터에 접속하는 시간부터 접속을 종료하는 시간까지를 노동시간으로 인정한다. 기업마다 노동시간 기록 기준이 상이할뿐더러 실제 일을 하고도 인정받지 못할 우려가 크다.
 
노동시간 입력방식을 아예 통제하는 기업도 확인됐다. 자동차 부품사 K기업은 사내전산망에 연장·야간·휴일근로시간 등을 입력하는 시스템을 아예 주 52시간 초과 노동시간 입력이 불가하도록 했다.
 
탄력근로 도입으로 인해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노동시장의 현장애로를 해소하겠다'며 현행 최대 3개월인 단위기간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주 52시간제 시행 단속·처벌을 6개월 유예한 상황에서 탄력근로의 확대는 진정한 의미의 노동시간 단축 의지가 없는 것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사업장 밖에서 일한 시간도 인정하지 않는 사례가 확인됐다. 자동차회사 K기업은 출장·외근 시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일한 경우 부서장의 승인 하에 해당시간을 인정한다.

출장·교육 시 이동시간도 유급으로 인정은 해주지만 실노동시간에선 제외하고 있다. 회사는 임금은 보전하되 실제 노동시간 기록으로 남겨두지 않음으로써 정확히 노동시간을 측정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해당 업무가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일임에도 노동시간으로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노동시간을 왜곡하고 있다.

신상품·신기술 연구개발, 연구직 등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재량근로시간제의 경우 제조업에서 많이 확인되고 있지 않지만 실노동시간에 대해 회사측과 합의한 시간이 달라 공식적이고 객관적인 노동시간 기록을 못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점이 있다.
 
두 번째, 휴게시간을 줄여 노동시간을 늘리는 방식이다. 회사는 임금 삭감을 우려하는 노동자들에게 임금 삭감 없이 하겠다고 유인하여 휴게시간을 늘리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형식적으로만 노동시간이 단축된 것처럼 되고, 실제 노동시간은 축소 측정된다.
 
세 번째, 노동시간 제한 없는 감시단속 승인의 적극 활용이다. 근로기준법 제63조 적용의 제외 조항에 의해 감시단속 노동자의 경우 노동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실제 조선업 D사의 내부자료를 확인한 결과 이 조항을 적용할 수 있는 소방대 야간 당직 근무자, 환경보건부 야간당직 근무자 등을 대상으로 무제한 노동을 가능하게 했다. 

그만큼 감시단속 여부는 신중히 결정되어야 하는 사항이지만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적용제외 승인율이 98.5%나 된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쉬운 승인절차에 비해 취소 절차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노동계에서도 계속에서 제도 개선을 제기하고 있다.
 
 조선업 D사의 내부자료
 조선업 D사의 내부자료
ⓒ 박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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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노동시간 여부에 대한 논란과 의도적인 노동시간 줄이기다. 그동안 당연히 사업장 내에서 노동시간으로 판단되었던 시간들이 제외되는 사례가 확대되고 있다. 예를 들면 워크숍, 세미나에서 노동조합이 주관하는 행사의 경우 노동시간으로 인정하지 않거나, 일숙직 근무, 회식에 대해 사용자 측에서 노동시간으로 인정하지 않아 노동조합에서 제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노동강도의 강화다. 제조업 현장에서는 "주 52시간제에 따라 지난달부터 토요일 근무가 없어졌다. 일은 그대로인데 물량은 맞춰야 하고 더 힘들어졌다.", "3명이 하던 일을 2명이 한다" 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저임금의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빠듯해진 업무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아직은 비교적 여력이 있는 300인 이상 사업장만을 대상으로 하고, 단속·처벌을 6개월 유예하면서 문제가 표면에 확실히 드러나지 않는 부분도 있다. 노동조합이 없는 곳에서는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러 제조업 사업장에서 포착된 것처럼 노동시간 단축을 무력화하기 위한 편법이 줄을 잇고 있다.
 
지금의 불안정한 구조 속에서 노동자들은 생활임금 확보를 위해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 노동시간 단축시 임금보전이 강제되지 않는 상황은 노동자들의 이런 불안을 증폭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 임금과 관련한 논의가 필요하지만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노동시간 기록이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에 더해 노동시간 인정 여부에 대한 의도적 논란은 노동자 스스로 '노동'이 무엇인지 혼란스럽게 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오로지 자본이 필요로 하는 행위 외 노동자가 노동력 재생산을 위해 필요로 하는 휴식시간, 교육시간 등은 일절 '노동시간'으로 잡히지 않는 것이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영수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조합원은 기아차의 경우 주야맞교대제에서 2013년 8시간+9시간 주간연속2교대제 전환, 2017년 8시간+8시간 전환의 노동시간 변화 과정을 거치며 여러 변화된 지점이 있다고 했다.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 역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작업 특성상 24시간 365일 가동되는 도장부서(자동차 페인트칠)의 경우 인원 충원을 받았지만 최소한으로 이뤄져 오히려 노동강도가 강화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 외에도 과거 임금계산 방식을 난해하게 하여 임금손실을 감추려고 했던 방식에 이어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내세워 임금이 삭감되기도 했다. 현재 노동조합은 이런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이다.
 
실질적 노동시간 단축을 위하여
 
주 40시간 법제화가 2004년에 이뤄진 우리나라에서 주 52시간제가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컬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주 40시간제는 실종되어 버렸고, 주당 노동시간 기준이 52시간인 것처럼 여겨지는 속에서 노동시간 단축 논의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런 아이러니함을 제거하기 위해 노동시간 단축 논의는 자본의 주도가 아닌 노동자의 몸과 삶에 근거하여 이뤄져야 한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이미 여러 업종에서 문제가 포착되고 있다. 앞으로 예정되어 있는 현장간담회를 통해 문제를 드러내고, 실질적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방향을 논의해 나가야 한다.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노동시간과 현장의 변화 연속간담회 안내]
 
1. 제조업
- 일시: 2018년 10월 17일 수요일 19시
- 발제: 박현희 (금속노조 법률원 노무사)
- 토론: 김영수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노동시간센터 회원) 

2. 우편업
- 일시: 2018년 10월 24일 수요일 19시
- 발제: 허소연 (집배노조 선전국장)
- 토론: 김형렬 (노동시간센터장), 최승묵 (집배노조 위원장) 

3. 노선버스운송업
- 일시: 2018년 11월 14일 수요일 19시
- 발제: 정찬무 (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
- 토론: 엄도영 (협진여객지회 지회장) 

4. 유통업
- 일시: 2018년 11월 21일 수요일 19시
- 발제: 이성종 (서비스연맹 정책실장)
- 토론: 전수찬 (이마트지부 위원장), 하인주 (로레알코리아노조 위원장)  

5. 사무직
- 일시: 2018년 12월 5일 수요일 19시
- 발제: 김경수 (사무금융노조 정책기획국장)
- 토론: 사무금융노조 조합원

* 장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사전신청: laborr@jinbo.net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나래님은 노동시간센터 회원입니다. 이 기사의 주요 내용은 발제문을 참고하여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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