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처음인 것 같습니다. 말미에 별도로 '이 책은 믿을 만한가'라는 제목으로 적지 않은 분량의 내용을 한 장으로 서술하면서까지 자신이 쓴 책이 신뢰할 수 있는 내용임을 확신하며 강조하고 있는 책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두 가지 중 하나일 거라 생각됩니다.

먼저 너무나 허황된 내용이라 자기 자신도 믿기지 않으니 어떻게라도 믿게 하려는 미끼, '이건 믿어도 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을 겁니다. 이게 아니라면 예견되는 서툰 반론쯤 아예 봉쇄해 버리려는 자신감일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독자들은 내가 쓴 내용이 거의 정확하다는 것을 잠정적 가설, 실용적 토대로써 일단 받아들인 후, 논거가 되는 빨리어 정전의 테스트를 직접 강독하여 그것을 기준으로 나의 주장을 점점하길 바란다. 그리고 만약 경전적 근거가 나의 주장에 반대된다고 생각하면 공식적으로 반박해야 할 것이고, 그 결과 우리는 모두 더욱 지혜로워질 것이다. -<곰브리치의 불교 강의>, 385쪽, '제13장 이 책은 믿을 만한가' 중-
  
제가 보기에는 후자, '예견되는 서툰 반론을 아예 봉쇄해 버리려는 자기 확신'이라 생각됩니다. <곰브리치의 불교 강의>의 저자 리처드 곰브리치는 책을 쓴 방법 또한 별도의 한 장으로 설명(제시)하고 있으니 반론을 제기하려면 이 정도쯤은 검토하고 하라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확신이라 생각됩니다.
 
이 장에서는 붓다에 대한 나의 연구 방식을 논의하였으며, 마무리를 짓기 위해 처음의 주제로 돌아가고자 한다. 즉, 추측과 반박 그리고 지식의 가설적 본성이다. 칼 포퍼는 그의 지식론에서 이렇게 말한다. "지식의 임시적 본성이 우리의 오류 가능성을 강조할지라도 그 자체는 회의론에 빠지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가 실수로부터 배울 수 있다는 바로 그 점 때문에 지식이 발전할 수 있고 과학이 진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곰브리치의 불교 강의>, 219쪽, '제7장 증거문헌의 검토' 중-
 
<곰브리치의 불교 강의>
 
<곰브리치의 불교 강의> / 지은이 리처드 곰브리치 / 옮긴이 송남주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8년 10월 22일 / 값 25,000원
 <곰브리치의 불교 강의> / 지은이 리처드 곰브리치 / 옮긴이 송남주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8년 10월 22일 / 값 25,000원
ⓒ 불광출판사

관련사진보기

  <곰브리치의 불교 강의>(지은이 리처드 곰브리치, 옮긴이 송남주, 펴낸곳 불광출판사)는 옥스퍼드대학에서 정년퇴임을 할 때까지 28년 동안 산스끄리뜨 강좌 주임교수로 재직하고, 초기불교의 권위자로 '영국불교학협회' 회장인 저자가 붓다의 사상과 시대적 배경, 사유의 기원 등을 주제로 강연한 내용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저자는 자신 스스로를 불교도라고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붓다의 사상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생긴 존경심은 적어도 자신을 불교도라고 여기는 많은 사람과 견줄 만하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불교뿐 아니라 모든 종교에서 신자들에게 요구하는 첫째 덕목은 '의심 없는 믿음'입니다.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믿을 것을 요구합니다.

그래서인지 불교와 밀접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쓴 책들 중에는 논리적 설명이나 입증이 결여돼 있는 내용들이 적지 않습니다. 문헌적 근거가 생략된 경우도 허다합니다. 경전에 이렇게 나와 있고, 그 옛날 고승이 이렇게 얘기했으니 그냥 믿으라는 식의 전개입니다.

책은 제1장, '붓다는 왜 위대한 사상가인가'로 시작해 제13장, '이 책은 믿을 만한가'까지 전제 13장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책에서는 붓다가 불교 교조로서 뿐만 아니라 사상가로서 또한 합리적이고 탁월하다는 주장을 점증적으로 논의하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붓다의 사상적 배경으로서의 브라만교와 자이나교에 대해서는 물론 붓다가 주창한 핵심사상이라 할 수 있는 자비와 연민, 업 등에 대해서도 역사적 배경과 문헌적 근거로 설명하고 있어 불교를 좀 더 논리적으로 조명해 볼 수 있는 지식적 배경을 제공해 줍니다.
 
붓다가 조롱한 것은 결코 브라만뿐이 아니다. 자이나교를 비판할 때도 붓다는 익살맞을 줄 알았다. 브라만들이 무엇보다도 여러 도덕적 결함을 은폐하는 위선과 허세로 비판받은 반면 자이나교인은 무의미한 고행으로 비판받는다. -<곰브리치의 불교 강의>, 366쪽-

종교가 불교인 불자라면 의심 없이 믿는 마음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알지 못하면서 의심 없이 믿는 것보다는 알고 이해함으로 의심 없이 믿을 수 있는 믿음이 믿음의 폭은 넓어지고, 믿음의 강도는 더해질 거라 생각됩니다.

<곰브리치의 불교 강의>를 통해 붓다가 왜 위대한 사상가인가를 이해하게 되면 불교 교조로서의 붓다뿐만이 아니라 사상가 붓다로서도 존경할 수밖에 없는 대상으로 지식의 틀에 새겨질 거라 기대됩니다.

학술적 논문으로 새겨야 하는 내용들은 진진하기 그지없고, 불서로 대하게 되는 줄거리들은 마음을 추스르게 하니 틀림없는 법문이고 논서입니다.

덧붙이는 글 | <곰브리치의 불교 강의> / 지은이 리처드 곰브리치 / 옮긴이 송남주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8년 10월 22일 / 값 25,000원


곰브리치의 불교 강의 - 붓다 사유의 기원과 위대한 독창성

리처드 곰브리치 지음, 송남주 옮김, 불광출판사(2018)


태그:#곰브리치의 불교 강의, #송남주, #불광출판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