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랩터스는 캐나다에 연고를 두고 있는 유일한 NBA팀으로 현지팬들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토론토와 함께 창단한 밴쿠버 그리즐리스는 지난 2001년 연고지를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로 옮겼다). 빈스 카터(애틀랜타 호크스), 크리스 보쉬 같은 걸출한 스타들을 거느리고도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하던 토론토는 최근 5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 세 시즌 연속 50승 이상을 기록하며 동부 컨퍼런스의 강호로 군림하고 있다. 

하지만 토론토는 아직 우승은커녕 파이널 무대조차 밟아보지도 못했다. 플레이오프에서 번번이 토론토의 발목을 잡는 '철천지원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토론토는 2015-2016시즌부터 3년 연속 플레이오프에서 클리블랜드의 벽을 넘지 못하고 탈락했다. 특히 2016년 컨퍼런스 파이널4차전 승리 이후 플레이오프에서 클리블랜드에게만 무려 10연패를 당하고 있다.

동부 컨퍼런스의 대표적인 천적관계가 된 토론토와 클리블랜드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많은 변화를 단행했다. 일단 클리블랜드는 팀을 4시즌 연속 파이널로 이끌었던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LA레이커스)가 팀을 떠났다. 토론토 역시 드웨인 케이시 감독(디트로이트 피스톤즈)과 프랜차이즈 스타 더마 드로잔(샌안토니오 스퍼스)과 결별하며 새 출발을 알렸다. 그리고 양 팀이 단행한 변화는 시즌 초반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팀을 잘 아는 신임 감독과 새로 영입한 레너드의 맹활약으로 5연승 질주
  
 2018년 10월 24일(현지시간), 토론토에서 열린 NBA 경기 중 토론토 랩터스의 카와이 레너드(왼쪽)가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가드의 조쉬 오코기(오른쪽)를 상대로 공을 드리블하고 있다.

2018년 10월 24일(현지시간), 토론토에서 열린 NBA 경기 중 토론토 랩터스의 카와이 레너드(왼쪽)가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가드의 조쉬 오코기(오른쪽)를 상대로 공을 드리블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보쉬가 마이애미 히트로 이적한 후 그야말로 '꿈도 희망도 없는' 나날들을 보내던 토론토에 케이시 감독은 그야말로 구세주였다. 2011년 토론토 감독 부임 후 카일 라우리와 드로잔을 중심으로 팀을 빠르게 정비한 케이시 감독은 매 시즌 승수를 끌어 올리다가 2013-2014시즌부터 토론토를 플레이오프에 복귀시켰다. 2017-2018시즌에는 정규 시즌 59승을 올리며 토론토를 창단 후 첫 동부 컨퍼런스 1위로 이끌었다..

하지만 토론토는 번번이 플레이오프에서 클리블랜드의 벽을 넘지 못했고 케이시 감독은 2017-2018 시즌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하고도 팀에서 경질됐다. 토론토는 이에 그치지 않고 2009년 데뷔 후 9시즌 동안 토론토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하며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온 드로잔과도 이별을 선택했다. 샌안토니오에서 문제아로 전락한 카와이 레너드를 데려오기 위한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한 것이다.

새롭게 팀을 정비한 토론토에 대한 전망은 대체로 비관적이었다. 토론토의 신임 감독 닉 널스는 케이시 감독 밑에서 5년 동안 어시스턴트 코치로 활약했지만 NBA에서는 '초보감독'에 불과했고 레너드가 과거의 기량을 회복할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팀 스타일에 완벽하게 녹아든 드로잔 대신 동부 컨퍼런스가 낯선 레너드를 선택한 것은 아무래도 큰 모험이었다.

하지만 토론토는 우려와 달리 시즌 초반 5전 전승으로 최고의 출발을 보내고 있다. 개막전에서 '앙숙' 클리블랜드를 잡고 기세를 올린 토론토는 동부 컨퍼런스 최강으로 꼽히는 보스턴 셀틱스와 플레이오프 유력 후보 워싱턴 위저즈, 미네소타 팀버울브스를 차례로 꺾었다. 토론토는 레너드가 연속경기 일정으로 휴식을 취했던 워싱턴전을 제외한 나머지 4경기에서 두 자리 수 점수 차로 승리했다.

걱정했던 레너드는 4경기에서 28득점 7.8리바운드 3점슛 성공률 47.4%로 농구팬들이 알던 리그 정상급 포워드로 돌아왔고 함께 토론토로 건너온 슈터 대니 그린도 뛰어난 외곽슛 감각을 발휘하고 있다. 새로 영입한 선수들이 카일 라우리와 서지 이바카 등 기존 선수들과 좋은 호흡을 과시하고 있고 탄탄한 벤치 전력도 여전하다. 주전들의 연쇄부상 같은 변수만 없다면 토론토는 이번 시즌에도 변함없이 동부 컨퍼런스의 맹주로 군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킹' 제임스 잃은 클리블랜드, 고장 난 기계처럼 오작동
 
지난 2010년 르브론이 요란한 생방송을 통해 마이애미로 이적했을 때 클리블랜드 팬들은 우승을 위해 고향을 버린 스타에게 배신감을 느끼며 크게 분노했다. 하지만 8년 후 르브론이 레이커스와 계약했을 때 팬들은 아쉬운 마음을 겉으로 크게 표현하지 않았다. 2014년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르브론은 클리블랜드를 4년 연속 파이널로 이끌었고 2015-2016 시즌에는 클리블랜드에 창단 후 첫 우승을 안겼기 때문이다. 

2017년 카이리 어빙(보스턴)에 이어 르브론까지 떠나 보낸 클리블랜드는 졸지에 핵심 전력을 둘이나 잃었다. 말그대로 차와 포가 빠진 상태에서 장기를 두게 된 것이다. 하지만 타이런 루 감독은 팀에 큰 변화를 주기 보다는 미네소타 시절 리그를 대표하는 빅맨이었던 케빈 러브에게 에이스 역할을 맡기고 르브론과 함께 4년 연속 파이널 진출을 이끌었던 선수들의 '경험'을 믿기로 했다.

하지만 현실은 루 감독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잔인했다. 클리블랜드는 시즌 개막 후 5경기를 치른 26일까지 아직 시즌 첫 승조차 신고하지 못했다. 개막전에서는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4연승을 거뒀던 토론토에게 설욕을 당했고 미네소타와의 점수쟁탈전에서도 8점 차의 패배를 당했다. 특히 이번 시즌 하위권으로 분류되던 애틀랜타 호크스, 브루클린 네츠에 당한 연패는 클리블랜드에는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클리블랜드는 5년 만에 에이스의 중책을 맡은 러브가 19득점13.5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지만 아직 새 옷이 익숙치 않은 듯 기대했던 폭발력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다. 루 감독이 슈퍼스타로 성장할 자질을 갖췄다고 극찬한 루키 콜린 섹스턴도 아직은 적응기간을 보내는 중이다. 클리블랜드는 지난 시즌 경기당 11분을 소화했던 '가비지 멤버' 세디 오스만이 이번 시즌 평균 30분 이상을 뛰며 르브론의 자리인 주전 스몰 포워드로 활약하고 있다.

클리블랜드에는 러브,조지 힐, 카일 코버, J.R.스미스 등 경험 많은 베테랑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지난 시즌까지 클리블랜드의 좋은 톱니바퀴였던 노장들은 르브론이라는 '본체'가 사라진 후 갈 곳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클리블랜드는 하루 빨리 시즌 첫 승을 올려 분위기를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시즌 클리블랜드에는 첫 승의 제물이 될 만한 만만한 상대가 딱히 보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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