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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어트 호텔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여행을 돌아보다
 
석양의 오페라극장
 석양의 오페라극장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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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어트 호텔은 노보시비르스크 시내 중심부 오페라극장 옆에 있다. 3일 동안 관광을 하며 여러 번 지나쳤지만 들어가지는 않았다. 다행히 노보시비르스크 여행을 결산하며 이곳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각자 시내 관광을 마치고 오후 7시에 호텔에서 만나기로 했다. 우리는 시간에 맞춰 레닌대로와 레닌광장을 지나 호텔로 간다. 이번 여행을 함께 한 동료 4명이 이미 와 있다.

우리는 각자 음식을 선택하고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식사를 한다. 그러면서 이번 여행에 대한 추억과 경험 그리고 아쉬움 등을 이야기한다. 여행이라는 것이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도 있게 마련이다. 좋은 점은 네 가지 정도 된다. 첫째 자유여행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곳을 보았다는 점이 좋았다. 이르쿠츠크와 노보시비르스크를 속속들이 보았고, 바이칼 호수도 대표적인 관광지는 살펴보았으니 말이다.
 
러시아의 대표적인 샤슬릭 체인점 샤슬리코프가 들어있는 빌딩
 러시아의 대표적인 샤슬릭 체인점 샤슬리코프가 들어있는 빌딩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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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었다. 이런 걸 요즘 말로 가성비가 높다고 말한다. 그것은 치밀한 계획으로 시행착오가 없었기 때문이다. 계획대로 진행된 것는 이곳 여행이 두 번째인 관광경영 전공의 친구 덕이다. 비행기, 기차, 호텔 예약을 담당했는데, 한 치의 착오도 없었다. 셋째 비를 두 번 정도 만났는데, 그때가 기차, 버스, 배로 이동하는 때여서 관광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여행에서 날씨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날씨도 우리 편이었다.

넷째 음식도 우리 입맛에 맞아 아주 즐겁게 여행할 수 있었다. 호텔 조식은 좋은 편이었고, 점심 저녁때 레스토랑에서 선택한 음식도 괜찮았다. 관광 안내책자에서 추천한 음식점은 가성비가 높았다. 우리가 찾은 레스토랑은 값이 상대적으로 비싸긴 했지만, 러시아 물가가 싸 1인당 최대 2만원을 넘지 않았다. 러시아 사람들이 자주 가는 식당에서 먹은 뷔페식 점심은 값도 싸고 맛도 있었다. 횡단열차에서는 우리가 준비한 컵라면, 컵밥, 준비한 반찬으로 식사를 해결했다.

바이칼 호수 여행의 아쉬움

 
바이칼 호수 주변 펜션에서 내리는 사람들
 바이칼 호수 주변 펜션에서 내리는 사람들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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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돌아보면 아쉬움도 많았다. 가장 아쉬운 곳은 바이칼 지역이었다. 바이칼 호수로 들어갈 때 좁은 버스에 너무나 많은 사람이 타 불편하기 이를 데 없었다. 접이식 의자를 펴 네 명이 앉는 방식으로, 운행 중에는 이동이 불가능했다. 또 커튼이 없어 햇볕을 피할 수도 없었다. 바이칼 호수 인근에서는 손님들을 숙소까지 데려다 주느라 정말 길 같지 않은 길로 들어서기도 했다. 그 덕에 언덕 위의 펜션에서 바이칼 호수를 내려다 볼 수 있기도 했다.

알혼섬에서 나올 때 이용한 12인승차도, 비로 인해 진흙탕이 된 길을 운행하는데 위험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리고 선착장에 이르러 다른 차로 옮겨 탔는데, 그나마 그 차는 훨씬 나았다. 이처럼 바이칼을 오고 갈 때는 어떤 차량을 만나느냐에 따라 여행의 질이 달라질 수 있음을 알았다.

 
우리가 묵은 게스트하우스
 우리가 묵은 게스트하우스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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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알혼섬 후쥐르 마을의 게스트하우스였다. 시설도 열악하고 음식도 수준 이하였다. 후쥐르 마을의 전체적인 여건이 나쁘다고 듣기는 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방마다 욕실과 화장실이 있는 형태가 아니었다. 샤워실과 화장실이 독립적으로 마련되어 공동으로 사용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따뜻하지도 않았다. 그 때문에 제대로 씻을 수가 없었다. 알혼섬 북부투어는 비포장도로를 여행해 먼지를 뒤집어써야 했는데, 시원하게 씻을 수도 없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계획을 잡지 못했지만
 
리스트비얀카 항구
 리스트비얀카 항구
ⓒ 김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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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환바이칼 열차를 타고 슬류디얀카(Slyudyanka)와 리스트비얀카(Listvyanka) 지역을 가보지 못한 것이다. 처음부터 계획에 없어 갈 수도 없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코스다. 이광수의 소설 『무정』에 등장하는 바이칼 호수 지역을 이곳 슬류디얀카와 리스트비얀카로 추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이들 도시가 휴양지이기 때문이다.

『무정』에 보면 주인공 최석이 바이칼 호숫가 통나무집에서 한통의 편지를 친구 N에게 보낸다. 소설에 나오는 '호수 서편 언덕'이라는 표현을 통해서도 그런 추론이 가능하다. 최석은 이 편지를 부치고 누구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방랑길을 떠난다.
 
바이칼호의 푸른 물결
 바이칼호의 푸른 물결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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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벗 N형!
나는 바이칼 호의 가을 물결을 바라보면서 이 글을 쓰오. 나의 조국 조선은 아직도 처서 더위로 땀을 흘리리라고 생각하지마는 고국서 칠천 리 떨어진 이 바이칼 호 서편 언덕에는 벌써 가을이 온 지 오래오. […]

연일 풍랑이 이는 높은 바이칼 호를 바라보면서 고국에 남긴 오직 하나의 벗인 형에게 나의 마지막 편지를 쓰고 있소. 지금은 밤중, 부리야트 족인 주인 노파는 벌써 잠이 들고 가끔 창틈으로 들이치는 바람결에 석유 등잔불이 흔들리고 있소. 우루루탕 하고 달빛을 실은 바이칼의 물결이 바로 이 어촌 앞의 바위를 때리고 있소."


나는 최석이 걸어간 길을 따라 만주횡단철도를 타고 바이칼을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다. 그 길은 봉천(奉天: 심양) 신경(新京: 장춘) 하얼빈을 거쳐 만주리(滿洲里)로 이어진다. 이 철도는 러시아의 자바이칼스크(Zabaikalsk)를 지나 치타(Chita)에서 시베리아횡단철도와 연결된다. 시베리아횡단철도는 치타에서 서쪽으로 울란우데에 이르고, 이곳에서부터 바이칼 호수를 끼고 슬류디얀카를 지나 이르쿠츠크까지 이어진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의 아쉬움

 
6인실 내부 모습
 6인실 내부 모습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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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횡단열차는 2인실, 4인실, 6인실이 있다. 열차는 객차 1량에 9개의 객실이 있는 형태다. 그러므로 2인실과 4인실은 복도와 객실이 구분되어 있고, 객실 안에 2개 또는 4개의 침대가 있다. 그에 비해 6인실은 객실과 복도가 개방되어 있고, 복도쪽에 2개의 침대가 횡으로 배치되어 있다. 쉽게 말해 객실과 복도가 차단되어 있지 않다. 그러므로 6인실은 개인의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6인실을 선택했던 것이다. 이르쿠츠크에서 노보시비르스크까지 30시간 여행하는 동안 옷을 갈아입을 수 없었고, 침대 사이 공간에 놓인 큰 트렁크 때문에 불편을 겪기도 했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러시아 사람들의 성향과 사생활을 살펴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러시아 사람들도 열차에서는 라면이나 인스턴트식품으로 식사를 해결했다. 러시아 젊은이들은 외국인에게 관심을 표했지만, 나이든 사람들은 무관심한 편이었다.
 
일란스카야역에 전시된 기관차
 일란스카야역에 전시된 기관차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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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인실은 단거리 여행하는 러시아 사람들이 즐겨 이용하는 것 같았다. 상대적으로 값이 싸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거리 여행하는 외국인의 경우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2인실과 4인실을 이용할 것을 적극 추천한다. 우리의 경우도 앞자리 승객이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 내리고 새로운 승객이 탔는데, 그때 상당히 부산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밤이 되어서 새로운 승객과 대화를 나눌 시간도 별로 없었고 또 기분도 나지 않았다.

이번에 30시간 시베리아횡단열차를 이용하면서 중간중간 역에 내려 역사(驛舍)를 살펴본 것이 그나마 수확이었다. 역사의 건축양식이 특이하고, 기관차를 전시해 놓은 곳도 있어 볼거리가 많았다. 중간에 가장 규모가 큰 크라스노야르스크역에서는 22분 정차를 했는데, 내리고 타는 승객의 숫자나 기차역의 규모, 주변 도시풍광에 놀라기도 했다. 시베리아횡단철도와 바이칼-아무르간선철도의 분기점인 타이셰트역에는 3분밖에 정차하지 않아 역사를 살펴볼 수 없어 아쉬웠다.

다음으로 가고 싶은 곳, 볼가강 유역

 
노보시비르스크 공항의 탑승객
 노보시비르스크 공항의 탑승객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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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노보시비르스크 공항에서 많은 한국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관광으로 시베리아를 찾은 사람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다른 목적으로 이곳에 온 사람들이 많았다. 여름 음악캠프를 위해 옴스크(Omsk)에 다녀오는 단체 여행객도 있고, 선교목적으로 노보시비르스크에 온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가고 오면서 비행기가 만석이 되는 걸 보고 러시아와 한국의 교류가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르쿠츠크에는 총영사관이 있고, 노보시비르스크대학교에는 한국학 과정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다음 여행지는 우랄 서쪽과 볼가(Volga)강이 좋을 것 같다. 우랄산맥은 유럽과 아시아를 나누고, 볼가강은 러시아의 심장부를 관통해 흐르기 때문이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로 들어가 러시아의 고도(古都) 야로슬라블(Yaroslavl), 수즈달(Suzdal), 블라디미르(Vladimir)를 살펴보고, 강을 따라 하류로 내려가면 좋겠다. 볼가강은 길이가 3,530㎞에 이르는 거대한 강으로, 카스피해로 흘러들어간다.
 
일리야 레핀이 그린 "볼가강의 배 끄는 사람들"
 일리야 레핀이 그린 "볼가강의 배 끄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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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가강 중류에는 니즈니노브고로드(Nizhny Novgorod)와 카잔(Kazan)이 있다. 이들 두 도시도 그 역사가 1,00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고도다. 카잔은 타타르스탄 자치공화국의 수도로, 러시아 이슬람문화의 중심도시다. 니즈니노브고로드는 볼가강과 시베리아횡단철도가 만나는 지점에 있는 교통의 요지다. 그 때문에 인구도 많고 상공업도 발달해 있다. 볼가강 유역은 문화유산과 볼거리가 많아 관광객들이 많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여행지는 우랄 서쪽 볼가강 유역이다. 내년 여름을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여름철 시베리아 그리고 바이칼] 여행을 정리하는 마지막 기사다.


태그:#시베리아 여행, #바이칼 호수, #환바이칼 열차, #시베리아 횡단열차, #볼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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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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