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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 띠는 무한곡선을 이루고 있어 그 시작점과 끝점을 찾을 수 없습니다. 법성게를 언뜻 보면 마치 뫼비우스 띠를 보는 듯합니다. 시작과 끝이 분명한 여느 글들과는 달리 법성게는 가운데서 시작 돼 54번이나 꺾어지며 그 끝이 가운데서 시작된 시작점과 맞닿으며 뫼비우스 띠처럼 하나의 궤를 이루고 있습니다.

<법성게>, 화엄일승법계도(華嚴一乘法界圖)는 신라시대 고승 의상스님이 <화엄경>을 깊이 공부하고, 210개의 글자로 여러 개의 네모를 이루는 그림으로 <화엄경>에서 밝힌 법계연기(法界緣起) 사상을 담아 낸 그림 시(圖詩)입니다.

<법성게>는 '법성원융무이상'으로 시작하여 '구래부동명위불'로 끝나는 7언 30구의 게송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법성게>는 210개의 글자로 이루어진 그림이기도 하지만, 그 방대하기 그지없는 법계연기 사상을 단 210개의 글자로 담고 있는 초 농축, 초 단편 불경이기도 합니다.

무비스님이 풀어 쓴 김시습의 법성게 선해
 
<무비스님이 풀어 쓴 김시습의 법성게 선해> / 찬 설잠스님 / 강설 무비스님 / 펴낸곳 담앤북스 / 2018년 10월 15일 / 값 15,000원
 <무비스님이 풀어 쓴 김시습의 법성게 선해> / 찬 설잠스님 / 강설 무비스님 / 펴낸곳 담앤북스 / 2018년 10월 15일 / 값 15,000원
ⓒ 담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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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스님이 풀어 쓴 김시습의 법성게 선해>(찬 설잠스님, 강설 무비스님, 펴낸곳 담앤북스)은 신라시대 고승 의상대사가 남긴 <법성게>를 조선시대 '천재시인' '남녀 간의 사랑을 주제로 한 소설 최초소설 <금오신화金鰲新話>를 지은 작가' '매월당'이라는 호, '설잠'이라는 법명으로 널리 알려진 김시습이 풀어 설명한 것을 수많은 불서(佛書)를 펴내고 있는 무비 스님이 작금의 시대에 맞게 다시 풀어 설명하며 쓴 내용입니다.

<법성게>는 7언 30구, 7개의 글자가 하나의 구를 이루고, 30개의 구로 완성돼 있어 전체 글자 수가 210자에 불과하지만 구(句)로 똬리를 틀고, 하나의 글자마다 뜻과 의미를 응축하고 있어 장광설, 39품 81권으로 요약된 <화엄경>의 버금입니다.

<화엄경>은 '궁극의 진리에서 보면, 일체사상이 서로 연기(緣起)되어 존재하면서도 서로 간에 걸림이 없음으로, 이 걸림이 없는 보살도의 실천은 자신 스스로를 위한 깨달음의 길에 이르는 동시에 타인도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길이 된다'는 '자리즉이타(自利卽利他)행'을 말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衆生隨器得利益 중생들이 그릇 따라 이익을 얻는다.
하늘에서 아무리 많은 비가 쏟아지더라도 그릇이 작으면 빗물은 적게 담기고 그릇이 크면 많이 담기듯이 우리들 인생이 본래로 부처님이나 보살들과 같은 지혜와 자비의 근본을 가지고 있어도 각자가 어떤 안목의 그릇을 가졌는가에 따라 삶의 질과 양은 천양지차이다."(본문 159쪽)

아무리 그 뜻이 좋다 해도 읽는 사람이 새길 수 없는 글은 제 가치를 다할 수 없습니다. 글이 담고 있는 뜻이 아무리 좋은 글이라 해도 시대에 맞지 않는 설명 또한 제 가치를 온전히 전하기 어렵습니다.

같은 <법성게>라 할지라도 조선 시대에 그 시대에 맞는 가치와 문화 속에 살던 설잠 스님이 새겨 설명하는 표현과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무비 스님이 풀어 설명하는 표현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법성게>가 담고 있는 원뜻이야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없지만 그 뜻을 풀어내는 설명과 표현은 시대의 흐름을 따르는 것이 순리일 것입니다. 그래야만 이해하기 쉽고, 설득력을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뫼비우스 띠에서 시작과 끝을 찾는 것은 어리석음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뫼비우스 띠를 닮은 <법성게>에서는 가운데서 시작 돼 가운데서 맺는 뜻들을 새기다 보면 꺾어지고 또 꺾어진 굴곡조차 연기(緣起), 인연에 따라 만들어진 또 하나의 연기임을 느끼게 될 거라 기대됩니다.

그림으로 새기는 <법성게>는 뫼비우스 띠처럼 무한궤도를 이루지만 무비스님이 풀어하는 설명으로 새기는 <법성게>는 간추리고 간추려 진하게 농축한 <화엄경>에서 우러나는 심오한 불향입니다.

덧붙이는 글 | <무비스님이 풀어 쓴 김시습의 법성게 선해> / 찬 설잠스님 / 강설 무비스님 / 펴낸곳 담앤북스 / 2018년 10월 15일 / 값 15,000원


무비스님이 풀어 쓴 김시습의 법성게 선해

여천 무비 지음, 담앤북스(2018)


태그:#<무비스님이 풀어 쓴 김시습의 법성게 선해, #설잠스님, #담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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