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에브리원 새 퀴즈 예능 프로그램 <대한 외국인>의 한 장면

MBC 에브리원 새 퀴즈 예능 프로그램 <대한 외국인>의 한 장면 ⓒ MBC에브리원


퀴즈 프로그램이 다시 부흥기를 맞은 걸까? 최근 방송가에 각종 퀴즈 프로그램이 속속 신설되면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퀴즈 프로그램은 안방극장의 인기 콘텐츠 중 하나였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EBS <장학퀴즈>를 비롯해서 KBS 1TV <우리말 겨루기> <도전! 골든벨>, KBS 2TV < 1대100 > 등은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지상파 및 케이블 채널, 라디오까지 다양한 형식의 퀴즈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새롭게 기지개를 켜고 있다.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KBS 2TV <꿀잼 퀴즈방>과 <옥탑방의 문제아들>, MBC에브리원 <대한 외국인>, xtvN <헐퀴> 등이 현재 방송 중이거나 11월 방영을 앞두고 있다. 라디오도 이 흐름에 가세했다. MBC 표준FM은 10월 가을 개편을 맞아 <모두의 퀴즈생활, 서유리입니다>를 새롭게 편성하면서 시사 혹은 음악 중심의 오전 시간대에 변화를 가져왔다.

'스테디셀러' 퀴즈 프로그램이 2018년에도 여전히 각광 받는 것일까?

토크쇼-버라이어티 접목... 변형된 퀴즈 예능으로 재탄생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CJ ENM

 
최근 퀴즈 형식을 차용한 신규 프로그램들은 예전 퀴즈쇼들과는 다소 차이점을 드러낸다. 앞서 언급한 <우리말 겨루기> <장학퀴즈> 등에는 여러 명의 출연자가 나와 1인자를 결정짓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는 데 반해, 요즘엔 변형된 형식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길거리에서 만난 시민 1인이 문제를 푸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누가 문제를 다 맞혀 상금을 타느냐'보단 MC 유재석과 조세호가 진행하는 '일반인 대상 토크쇼'에 더 초점을 맞춘다. 지난 추석 연휴 파일럿 방영 당시 좋은 반응을 얻어 정규 편성의 기회를 잡은 <옥탑방 문제아들>은 고정 출연자 5인이 내놓는 기상 천외한 오답 대향연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코믹 버라이어티에 가까워 보인다.

MC 김용만을 비롯한 과거 MBC <브레인 서바이벌> 제작진이 참여한 <대한 외국인>은 한국 예능인 5인과 10명의 주한 외국인들의 우리말 퀴즈 대결이 기본 뼈대다. 그러나 문제 푸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출연진들의 옥신각신하는 모습이 재미를 더하고 있다.

퀴즈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tvN <놀라온 토요일>이나 <신서유기> 시리즈에서도 노래 가사 맞히기, 인물 맞히기 등 기존 퀴즈 형식에서 차용한 코너를 배치해 흥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복고 유행의 도래? 모바일 인기 힘입어 TV 진출하기도
 
 KBS <꿀잼 퀴즈방>의 한 장면. 인기 모바일 퀴즈앱의 지상파 TV진출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KBS <꿀잼 퀴즈방>의 한 장면. 인기 모바일 퀴즈앱의 지상파 TV진출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 KBS

 
퀴즈 형식의 도입이 최근 부쩍 급증한 데는 돌고 도는 방송가의 흐름이 영향을 끼쳤다는 견해가 많다. 1980년대 말 방영됐던 MBC <퀴즈 아카데미>, 2000년대 초반 <일요일 일요일 밤에: 브레인 서버이벌>은 형식은 달랐지만 다채로운 문제풀이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프로그램들이다.

한동안 각종 리얼 버라이어티, 관찰 예능, 서바이벌 오디션 붐이 일면서 퀴즈 프로그램도 정체기를 보였다. 그러나 방송가가 새로운 소재를 찾는 과정에서 일종의 '복고 현상'으로 퀴즈 프로그램이 부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퀴즈의 특성상 안방에서 TV를 시청하는 이들도 마치 내가 참가자가 된 것 마냥 문제를 푸는 등 일체감을 형성하고 지적 욕구를 채워주는 데 적합한 형식을 지녔다는 것도 한 몫 하고 있다. 갈수록 시청률 확보가 쉽지 않은 방송 환경에선 충성도 높은 시청자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충분히 활용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페이큐> <더 퀴즈 라이브> 등 각종 모바일, SNS상에서 진행되는 생방송 형식 퀴즈 콘텐츠들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게 되면서 역으로 TV 시장으로 진출하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모바일 라이브 퀴즈 앱 '잼라이브'와의 협업으로 제작되는 KBS <꿀잼 퀴즈방>은 그 대표적인 예 중 하나다.

가성비 극대화 목적도 한 몫... 화제성 측면에선 아직 물음표
 
 MBC <뜻밖의 Q >의 한 장면.  정통 음악 퀴즈쇼를 표방했지만 화제몰이에 실패하면서 종영을 맞게 되었다.

MBC <뜻밖의 Q >의 한 장면. 정통 음악 퀴즈쇼를 표방했지만 화제몰이에 실패하면서 종영을 맞게 되었다. ⓒ MBC

 
방송사가 이른바 '가성비' 측면에서도 퀴즈 프로를 채택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예능 프로그램의 덩치가 이젠 드라마 못잖게 커지면서 해외 촬영, 초대형 세트 제작도 흔해진 지 오래다. 그런 만큼 제작비 역시 날이 갈수록 치솟고 있다. 외부 기업체 협찬 등이 있다곤 하지만 방송사 입장에선 이러한 비용 증가는 아무래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반면 퀴즈 프로그램은 일정 규모의 스튜디오만 확보한다면 각종 장소 섭외의 번거로움 없이 간편하게 제작이 가능한 데다 기본 포맷을 오랜 시간 유지할 수 있다는 나름의 장점을 지녔다. 5~9% 이내의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 중인 <도전! 골든벨> < 1대 100 >에서도 알 수 있듯, 폭발적이진 않지만 안정적인 시청률 확보를 노릴 수 있다는 점 역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퀴즈 프로그램이 꼭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완성도를 보유한다면 안정적으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을 수 있지만, 반면 <나 혼자 산다> 등 대세 예능에 견줄 정도의 화제몰이를 하기는 어렵다. 장수 퀴즈프로그램만 하더라도 일정 수준 시청률을 기록하지만 누가 퀴즈왕, 1등이 되고 달인에 등극했는지는 대다수 시청자들의 관심 밖에 놓여 있다.

또한 '정통 음악 퀴즈쇼'를 표방했지만 저조한 시청률, 낮은 화제성 속에 6개월 만에 종영을 맞게된 MBC <뜻밖의 Q >처럼 안이한 기획의 제작은 자칫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맞을 수도 있다. 퀴즈 형식을 빌어오더라도 이것을 어떤 방식으로 녹여내느냐에 따라 프로그램의 성패가 좌우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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