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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춘 인천광역시장
 박남춘 인천광역시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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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남춘 인천시장 인터뷰① (http://omn.kr/1bden)에서 이어집니다.)

- 인천시의 가장 중요한 현안 가운데 하나가 원도심과 신도심의 격차 해소 문제다. 이를 위해 균형발전정무 부시장도 두고, 원도심의 도시재생 사업에도 주력하고 있다. 원도심과 신도심의 격차 해소는 어떤 원칙과 방향으로 진행할 것인가.
"가장 중요한 건 자원을 얼마나 투자하고, 얼마나 많은 관심과 열정을 쏟느냐는 문제다. 송도나 청라를 본따서 (원도심에) 신도시 흉내를 내면 그럴싸하게 금세 생색낼 수 있다. 그렇게 하지 않기 때문에 원도심을 재생하는 게 쉬운 문제가 아니다. 노하우도 그렇고, 돈을 투자해서 어느 정도 효과가 날 것인지도 그렇고, 고민거리가 많다.

(원도심 재생은) 한 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원도심을 살리려면 총체적이어야 한다. 도시계획부터 교통과 문화관광까지 총체적인 검토를 함께 해야 한다. 그동안 단편적으로 해오던 것을 이제는 하나로 묶으려고 한다. 그래서 균형발전정무 부시장에게 아예 이 문제를 전담하라고 한 거다. 지금까지 원도심 정책이 실패한 건 너무 찔끔찔끔 하다가 끝났기 때문이다. 가시적 성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예산 지원도 충분해야 한다.

그래서 몇 년이 지나면 '이거 될 수 있네'라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게 매우 중요하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인천은 개항장(開港場)이다. 그러면 외국에 빌려주는 땅인 조차지(租借地)가 있다. 그래서 일본식, 중국식 가옥이 다 남아있다. 그걸 말로만 설명하지 말고, (방문객들이) 잠도 자게 하고 게스트하우스처럼 사용하면서 보존하는 활용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인천은 (북한과) 접경지역이다보니까 바다에 철책선이 쳐져 있다. 만석부두나 북성포구의 바다도 공장들에 둘러싸여 있다. 이걸 어떻게 하면 차이나타운 구경하듯이 시민들이 편하게 걸어다닐 수 있는 곳으로 만들 수 있을까, 내항 18부두도 어떻게 하면 시민들의 문화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인천에 군부대가 많은데, 가급적 빨리 이전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 공간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고 싶다.

두고두고 묵힌 골치덩어리가 '월미은하레일'이다. 지금까지 1천억 원 가까이 들였는데도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지금 최선을 다해 안전성도 유지하면서 잘 해나가고 있다. 인천교통공사 사장한테는 이 문제를 푸는 걸 보고 당신의 임기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런 것들이 모두 원도심 개발의 중요한 사업이다. 원도심이 쇠퇴하고 인구가 줄어들면 인천은 발전 지속가능성이 없다. 인천만큼 원도심이라는 좋은 자원을 갖고 있는 곳이 드물다."
 
▲ 박남춘 인천시장 인터뷰 3편 - 인천시 원도심과 신도심의 격차 해소 방안
ⓒ 홍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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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북교류 담당 부서를 남북교류협력담당관실로 격상하고, 중국협력관실은 폐지하는 대신 일자리경제본부 국제협력과에 중국팀을 신설했다. 중국협력관실를 폐지한 건 실효성이 없다고 본 것인가.
"아니다. 투자유치와 외교관광, 두 가지가 모두 중국협력관실에 묶여 있었다. 중국만 이렇게 모아서 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 그래서 원래 그 업무를 하던 부서에 두 개의 기능을 나눠주고, 중국 관련 업무만 맡게 했다.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고 집중할 수 있도록 개편한 것이다."

-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공론화위원회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론화는 주제에 따라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부작용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
"아무 주제나 공론화위원회에 올리는 건 아니다. 너무나 찬반이 팽팽하고, 이미 자원은 많이 투입이 돼 있는 그런 사안들이 논의 대상이다. 그것도 올릴 것인지 말 것인지 심사를 한다. 위원회 구성 방식도 그 문제를 객관화해서 풀 수 있도록 디자인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자의적으로 하면 시비거리가 될 수 있다.

(그런 엄격한 과정을 거쳐) 공론화위원회에 올려져 결론이 나면 자기 생각과 달라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배다리관통도로 같은 경우에도 열심히 소통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지난번 원전 문제를 공론화해서 현명하게 결정을 내리지 않았나. 찬반이 팽팽한 사안을 일방적으로 강행해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공론화는 책임 회피가 아니라 갈등 해결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10월 15일 오전 인천시정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박남춘 시장 취임 100일 기자회견.
 10월 15일 오전 인천시정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박남춘 시장 취임 100일 기자회견.
ⓒ 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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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인천 복지기준선'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소득과 주거, 돌봄, 건강, 교육, 사회적 경제의 6개 영역에서 시민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복지의 최저선과 적정선을 정할 계획이라고 했는데,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인천시민들의 기본생활을 보장한다고,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다 준다? 그건 아니다. 그렇다면 인천의 생활급여 선은 어디까지일까. 이걸 또 지역별로 달리 둘 것인가. 이런 것에 대한 논의를 전문가들과 함께 하려고 한다. 각 지역별로 순회하면서 토론회도 하고, 직능별 복지단체들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고 있다.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인천복지재단에서 연구조사를 하게 하려고 한다. 복지 사각지대가 존재하지 않도록 선을 찾아내고 그걸 조정해주는 일을 하려고 한다. 서울과 경기도는 경험이 있다. 그런데 인천은 미흡했다. 관련된 사람들이 다 모여서 총체적으로 논의하려고 한다. 거기에서 합당한 기준도 마련하고, 그걸 시에서 지키려고 노력하자는 것이다. 다 같이 함께 해야 시간이 걸리더라도 힘도 생기고 지속가능성도 만들어진다."

- 여론조사업체인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 8월 광역단체장 직무수행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17개 시·도 가운데 인천이 꼴찌를 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웃으며) 더 내려갈 데가 없어서 좋다. 물론 제가 부족한 탓이다. 열심히 보완하겠다. 아쉬운 면도 있지만, 여기서 장황하게 이야기 할 건 아니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잘 하자는 생각이다. 인천시는 홈페이지나 SNS의 쌍방향 소통이 뒤떨어져 있다. 통계나 빅데이터를 통한 의사결정 등 지표를 설정하는 것도 약하다. 

빅데이터와 정보화 전략을 개선하려고 한다. 이런 노력을 하고도 꼴찌를 한다면 그건 시장 탓이다. 유능한 과장에게 이 업무를 전담시키고 팀을 만들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길게 보고 진정성을 갖고 열심히 해보겠다." 
 
▲ 박남춘 인천시장 인터뷰 4편 - 기록과 시스템
ⓒ 홍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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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록과 시스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도 항상 강조했던 점인데.
"기록과 시스템의 중요성은 제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행정업무처리 시스템인 이지원을 만들면서 많이 느꼈던 거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하셨던 말씀이 '공개하고, 기록에 남기라'는 것이었다. 그래야 소통이 일어난다. 그리고 부패하지 않는다. 또 의사결정을 굉장히 신중하게 할 수 있다. 아이디어의 발안자인지 쉽게 알 수 있어 평가도 객관적으로 할 수 있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이지원 같은 걸 만들면 처음에는 하기 싫다. 얼마나 귀찮냐. 그런데 실제 (기록 시스템이) 자리를 잡으니까 긴 말이 필요없더라. 본인이 과제를 선정해 진행한 일을, 수석비서관 접근 권한으로 과제 관리카드에 기록된 내용을 들여다보니까 거기에 지금까지 한 일이 쭉 붙어있다. 법안까지 간 것도 있고,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도 알 수 있다. 잘 하고, 잘 못한 일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지원에 올려야 하는데, 비민주적이고 불법적인 일을 할 수 있겠나. 그때 인상깊었던 것은 대통령 본인이 혼자 보기 아깝다고 하는 보고서는 (수석들 전체 공개로) 올려서 다 같이 읽게 했다. 그런 과정에서 지식이 공유된다. 출장 다녀온 자료도 올라온다. 의사결정과 정책결정의 신중함, 부패의 차단, 소통의 문제 등 중요한 행정 원리를 실현할 수 있는 좋은 시스템이었다.

참여정부 청와대의 이지원 시스템까지 따라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방향으로 가고자 한다. 정책의 이력이 명확히 나타나면 그 사람이 유능한지 아닌지가 다 드러난다. 그렇게 체계적으로 일을 하고 싶다. 이지원은 단순한 전산 시스템이 아니라 총체적인 관리 시스템이고, 문화를 바꾼 것이다. 그러려면 활발하게 의견을 달아줘야 한다."

- 매주 수요일은 '내근'하는 날로 정해서 간부들에게도 되도록 공식 일정을 잡지 말고, 긴급하지 않은 보고는 나중에 해달라고 요청했다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제가 그렇게 부탁했다. 일을 해보니 내부 회의도 많고, 행사의 홍수다. 시장이 중요한 의제를 차분하게 살펴보고, 공부를 해야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지 않느냐. 그래서 수요일 오후에는 주제를 정해 공부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예를 들어 수소차와 전기차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럴 경우 인천연구원에 계신 박사님들과 만나 의견을 교환하며 두 차에 대한 식견을 넓힐 수 있다. 또 그 시간에 새로운 일을 구상할 수도 있다."
 
10월 15일 제 54회 인천시민의 날 기념식 행사 전후로 박남춘 시장은 개별 기념촬영에 응하느라 바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학생들과 사진을 찍을 때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구부리고 찍던 포즈가 연상된다.
 10월 15일 제 54회 인천시민의 날 기념식 행사 전후로 박남춘 시장은 개별 기념촬영에 응하느라 바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학생들과 사진을 찍을 때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구부리고 찍던 포즈가 연상된다.
ⓒ 이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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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종 행사 때 축사를 생략하거나 앞자리에 앉지 않는 등 의례적인 격식을 깨고 있다. 지난 15일 인천시민의 날 기념식 때는 스탠딩으로 진행해 이례적인 모습이 더욱 두드러졌는데.
"의자를 놓지 않으니까 행사가 짧아졌다. 국회의원 시절 행사에 가면 거기 참석한 분들 대다수는 끝나고 그런 말씀을 한다. 길고 지루해서 뒷부분 이야기는 듣지 않았다고. 축사하는 분들이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니까 그런 거다. 행사의 주인공은 시장이 아닌데도 항상 앞자리 가운데 앉고, 들어올 때는 입장한다고 박수 치라고 하고, 이거야말로 권위주의적 행태 아닌가. 그래서 한번 바꿔보자고 생각했다. 

애초 시장 취임식 할 때 시청 앞 미래광장에서 취임사를 읽은 뒤 곧바로 시청 안으로 들어가려고 행사 기획을 했다가 태풍 때문에 취소했다. 그래서 이번 10·15 시민의 날 기념식 때는 스탠딩으로 해보려고 했던 거다. 시민상 받는 분들이 구애받지 않고 사진도 자유롭게 찍을 수 있도록 하고. 그리고 내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시청 앞 열린광장의 느낌을 느껴보고. 제대로 바꾸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4년 후 인천시장의 임기를 마칠 때 어떤 시장으로 평가받고 기록되길 원하는가.
"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참 좋았던 게 '우리 (권력의 정점에서) 내려갔을 때 어떻게 살 건지를 생각하면서 지금을 살아갑시다'라는 이야기를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제게 하셨을 때다. 그 순간, 꽂혔다. 시장을 끝마쳤을 때 '참 좋은 시장이었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런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함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장인 내가 뚝딱해서 좋은 작품 하나 만들어서 잘했다는 생각보다, 표는 잘 안 나더라도 주민들이 문 열고 나와서 내 동네가 좋다고 느끼고, 그 안에서 행복을 느끼고, 내게 어려운 문제가 생겼을 때 내 동네 범위를 벗어나지 않고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그런 동네를 만들고 싶다. 그리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인천에 너무 많아' 이렇게 말할 수 있도록 시민들이 강해졌으면 좋겠다. 그게 4년 갖고 되겠느냐만은 그런 방향으로 가고 싶다.

그렇게 인천시민들이 강해졌어, 그리고 공동체 의식이 생겼어, 민주주의가 무엇을 하는 것인지에 대한 생각도 생겼어, 그리고 함께 산다는 것에 대한, 이웃이 소중하다는 것을 일상에서 느끼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렇게 한번 해보고 싶다. 이것은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방향일 수 있다. 그러려면 주민자치의 큰 발전이 있어야 한다."

- '정치인' 박남춘의 정치적인 꿈은 무엇인가.
"저는 제가 꿈꿨던 것을 이뤘다. 시장을 하고 싶었다. 또 다른 하나가 있다면, 제가 꿈꾸는 일이 쉽게 될 일은 아니기 때문에 그것이 가시적인 모습을 보일 때까지 일하고 싶다. 그것 말고는 더 큰 정치적인 꿈은 없다."

태그:#박남춘, #인천시장, #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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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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