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출석한 전명규 전 빙상연맹 부회장 전명규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체육산업개발, 태권도진흥재단, 대한장애인체육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국감 출석한 전명규 전 빙상연맹 부회장 전명규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체육산업개발, 태권도진흥재단, 대한장애인체육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빙상계의 비선실세'로 지목됐던 전명규 한국체대 교수(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가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폭행을 당한 직후 기자회견에 나서지 못하게 막으려고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지난 23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재범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의 옥중 편지 내용을 공개했다. 조 전 코치는 지난 1월 심석희 선수를 폭행한 죄로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조재범 폭행, 심석희 기자회견 막은 정황 제기돼... 전명규는 부인
 
질의하는 손혜원 의원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체육산업개발, 태권도진흥재단, 대한장애인체육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에게 질의하고 있다.

▲ 질의하는 손혜원 의원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체육산업개발, 태권도진흥재단, 대한장애인체육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에게 질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손혜원, 조재범 편지 공개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체육산업개발, 태권도진흥재단, 대한장애인체육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빙상연맹에 질의하던 중 조재범 전 코치의 옥중편지를 공개하고 있다.

▲ 손혜원, 조재범 편지 공개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체육산업개발, 태권도진흥재단, 대한장애인체육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빙상연맹에 질의하던 중 조재범 전 코치의 옥중편지를 공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공개된 편지 내용에서는, 조 전 코치가 전명규 교수로부터 성적 압박은 물론 폭행까지 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 전 코치는 편지를 통해 "전명규 교수가 연세대로 진학한 최민정보다 자신과 같은 한국체대 소속이었던 심석희의 성적이 좋아야 한다는 이유로 욕을 하면서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또 코치를 그만두겠다고 교수실을 찾아갔을 때 전명규 교수가 두세 시간씩 하염없이 세워 놓고 욕하고 소리 지르셨다. 머리를 주먹으로 3대 정도 맞고 뺨을 때리면서 야구 방망이까지 휘둘렀다"고 폭로했다.
 
사건의 발단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았던 지난 1월 16일이었다. 이날 심석희가 충북 진천선수촌을 무단으로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튿날이었던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선수촌을 찾아 쇼트트랙 대표팀을 격려했을 당시 심 선수가 자리하지 않아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심석희가 독감에 걸려 대통령 격려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며 대한체육회와 청와대 측에 보고했다. 그러나 이는 곧바로 사실이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확인 결과 심 선수가 조 전 코치로부터 폭행을 당해 이탈했기 때문이었다. 조재범 전 코치는 심석희 선수를 어릴 적부터 15년 가까이 가르쳐온 인물로,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에도 장비 담당 코치로 함께할 정도로 사제지간 두터웠다.
 
하지만 심 선수를 3차례나 폭행해 전치 3주의 부상을 입혔다는 문제가 제기됐고 2011~2018년 사이에 4명의 선수에게 폭행한 혐의까지 더해지면서 빙상계에 큰 파문이 일었다. 이 일로 조 전 코치는 빙상연맹으로부터 영구제명 처분을 받은 데 이어, 상습 폭행 혐의로 기소된 후 지난 9월 19일 법원 1심 재판에서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번에 공개된 옥중편지에서는 사건의 중심에 전명규 교수가 있었다는 주장이 나온 셈이다. 편지 내용이 '전 교수로부터 압박을 견디지 못했던 조 전 코치가 결국 심 선수를 폭행했다'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손혜원 의원이 공개한 녹취파일에서 전 교수는 "쟤(폭행당한 선수) 머리 더 아파야 해. 얘는 지금 정신병원에 갈 정도로 힘들어져야 '나 못하겠어. 석희야'라고 할 수 있을 때까지 그 압박은 가야 한다는 거야"라고 말하는 등 전 교수가 폭행사건에 연루된 정황이 담겼다.
 
손 의원이 공개한 또 다른 녹취파일에는 전 교수가 심석희가 기자회견에 참석하려 하는 것을 막으려고 한 정황까지 포착됐다. 녹음에는 "그 전에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었어. 맞아 맞아. 그 다음 날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었어"라며 "내가 그거 막은 거야. 새벽 1시까지 얘기를 하면서"라고 말하는 전 교수의 육성도 담겼다. 이에 관해 손 의원은 "조 전 코치로부터 폭행당한 심석희 선수가 기자회견을 하려고 하자 전명규 교수가 이를 가로막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국정감사 증인 자격으로 출석한 전 교수는 본인의 목소리가 맞는지를 묻는 손 의원의 질문에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나 심석희가 기자회견에 참석하려고 막지는 않았다며 이를 부인했다. 다만 심석희 선수의 기자회견을 막았다는 내용에는 "석희한테 그런 이야기 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에게 한 이야기"라며 "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훈련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설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명규 "감사는 일방적이었다... 빙상직 다시 안맡을 것"
 
국감 출석한 전명규 전 빙상연맹 부회장 전명규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체육산업개발, 태권도진흥재단, 대한장애인체육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국감 출석한 전명규 전 빙상연맹 부회장 전명규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체육산업개발, 태권도진흥재단, 대한장애인체육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편 전 교수는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진행된 빙상연맹 감사와 관련해서도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전 교수는 2014년 3월 소치 동계올림픽 성적 부진을 이유로 연맹 부회장에서 사임한 후 2017년 1월 부회장으로 복귀했고, 그 사이 정당한 권한 없이 업무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같은 감사 결과에 대해 "다른 것은 잘 모르겠다. 나와 관련된 부분은 일방적인 감사였다고 생각한다"라며 "나는 자문을 했고, 뒤에서 조종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나도 깜짝 놀랐다. 요청해서 자문해준 것이다. 내가 일방적으로 먼저 끌고 나간 사실은 없다. 부끄러움 없이 말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2014년 빙상계를 떠났다가 2017년에 다시 돌아온 것과 관련해 "안현수를 러시아로 보냈다고 해 연맹 반대세력이 이를 문제 삼았고, 이후 4대 악 센터 등에서 나를 조사한 바람에 대회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안현수가 본인의 입으로 나 때문에 러시아로 가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얘기해 내 누명이 조금이나마 벗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감에서는 2016년경 터졌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질문도 등장했다. 전 교수는 "최순실과 김종 차관, 장시호와 내 제자가 만나는 것은 알고 있었다"라고 말하며 "내 제자가 나에게 찾아와서, 스케이트영재교육센터(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만든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이런 데 끼지 말라. 사적인 조직에 끼면 문제가 발생한다'고 했고, (제자를) 빼냈다"고 밝혔다.
 
이에 안민석 위원장이 "그 부분이 최순실의 눈 밖에 난 이유가 됐나"고 묻자 "그런 것은 잘 모르겠지만, 여러 상황이 바뀌기는 했다"고 답했다.
 
이날 녹취파일과 조 전 코치의 옥중 편지를 공개한 손 의원은 '전 교수를 재판장에 세워야 한다'며 강하게 주장했다. 손 의원은 "빙상 선수들과 부모들이 두려워하고 있다. 나는 (전명규 전 부회장이) 다시는 얼음판에 나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재판정에 서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심석희 선수 폭행에 관해서도 "조재범 코치는 감옥에 있는데, 지시한 사람은 3개월 감봉 처분만 받았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그와 함께 문체부에 "빙상연맹을 다시 감사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감 출석한 전명규 전 빙상연맹 부회장 전명규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체육산업개발, 태권도진흥재단, 대한장애인체육회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있다.

▲ 국감 출석한 전명규 전 빙상연맹 부회장 전명규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체육산업개발, 태권도진흥재단, 대한장애인체육회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있다. ⓒ 연합뉴스


끝으로 전명규 교수는 앞으로 빙상과 관련한 일을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더 이상 빙상과 관련된 직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사퇴했다. 내가 부족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후임들이 잘 이끌어 갔으면 한다. 그동안 경기 성적을 올리느라 나름의 노력을 했다. 그 상황에서 상처를 받은 분들이 있다면 송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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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전명규 심석희 최순실 국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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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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