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 포스터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 포스터 ⓒ 커넥트픽쳐스


전쟁은 수많은 고아와 이산가족을 만든다. 사방에 떨어지는 포탄과 총소리는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초토화시키고 그곳이 삶의 터전인 사람들도 망가뜨린다. 공포에 질린 그들은 그저 숨가쁘게 도망치다가 가족을 잃고 아이를 잃어버린다. 전쟁은 인류 역사에서 끊이지 않고 계속되어 왔다. 특히, 우리 한국에서 가장 최근 벌어졌던 한국전쟁도 한국 땅을 초토화시켰다. 수많은 이산가족이 발생했고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그 혼돈의 시간 속에 살아남은 아이들은 갈 곳을 잃고 굶주리거나 산에서 이끼나 풀을 뜯으며 살았다. 한국전쟁 중 발생한 수많은 고아들을 감당하지 못한 북한은 많은 고아들을 유럽의 여러 나라에 보냈는데 그중 폴란드에 천 명이 넘는 고아들이 맡겨졌다. 

배우 출신인 추상미 감독은 첫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에서 한국전쟁 중 발생한 고아들에 관심을 기울인다. 출산 후 산후 우울증을 앓던 그는 우연치 않게 폴란드 고아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접하면서 이 고아들의 이야기를 쫒아 가게 되고 결국 관련 내용에 관한 시나리오를 쓰게 된다. 이 영화는 폴란드 고아들의 일상을 추적해 가는 과정을 추상미 감독의 시선에서 보여주고 있다.  고아들이 폴란드에 도착한 순간부터 시작되는 영화는 그들이 폴란드를 떠나는 순간까지의 여정을 하나하나 쫒아간다.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 장면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 장면 ⓒ 커넥트픽쳐스

  
폴란드로 보내진 고아들의 감정을 그대로 전달하는 영화

영화는 도착한 아이들의 감정이 어떠했을지, 그 아이들을 돌보는 폴란드 선생님들의 감정이 어떠했을지를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자신과 생김새가 전혀 다른 파란 눈과 금발 머리의 존재를 처음 보며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영화 곳곳에 제시되는 당시의 사진과 동영상 속 아이들의 눈에는 두려움과 낯선 감정이 담겨있다.

지금은 없어진 기차 플랫폼과 잡초가 무성히 자라 있는 낡은 기찻길은 우리가 그들의 존재를 까맣게 잊은 것처럼 잊히고 있었다. 추상미 감독은 그 낡은 기찻길 옆 마을에서 처음 고아들을 만났던 폴란드 선생님들을 찾는다. 그 선생님들은 이미 60년이 지나간 그때의 아이들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 그들의 이름, 얼굴, 특징, 성격뿐 아니라 그들이 자주 사용한 한국어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고아들의 이야기를 할 때면 모두 눈시울이 붉어진다.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 장면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 장면 ⓒ 커넥트픽쳐스

  
실제 전쟁을 겪은 폴란드 선생님들의 진심

폴란드도 실제로 6년 동안 전쟁을 겪었다. 독일군에 의해 운영되었던 아우슈비츠는 잔인한 수용소로 유명하고 이곳에서도 수많은 고아들이 부모와 생이별을 해야 했다. 실제로 폴란드에서 북한의 고아들을 돌봐주었던 선생님들은 그 아픔을 실제로 겪어 알고 있기에 더욱 그들에게 마음을 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그들이 겪은 아픔을 치유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아이들이 처음 폴란드에 왔을 때 많은 아이들은 영양실조였고 많은 질병을 앓고 있었다. 또한 수많은 기생충에 감염된 상태여서 치료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선생님들은 그들의 건강을 보살피고 그들에게 다양한 기초교육을 시키면서 기꺼이 그들의 두 번째 엄마, 아빠가 되었다. 그들을 진심으로 그 고아들을 사랑했다.

한국 전쟁에서 고아 문제는 사실 북한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북한은 거의 부산까지 전선을 아래로 끌고 내려왔고 다시 패퇴하면서 북으로 전선을 올렸다. 거의 한반도 전체를 훑고 지나갔던 그 전선은 무수한 고아들을 전국에서 양산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때 발생한 고아들은 꼭 북한만의 아이들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들 중 많은 수는 남한의 고아가 섞여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 김일성이 그들을 보냈다는 이유만으로 현재까지 남한에서는 이 고아들에 대해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그들에 대한 통계, 연구도 전무하고 그들은 모두 다시 북한으로 돌려보내졌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공식 기록도 폴란드 보육 시설에 멈춰있다.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 장면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 장면 ⓒ 커넥트픽쳐스

  
지금, 현재도 계속 양산되고 있는 분단 고아들

영화는 한국전쟁의 고아가 북한만의 고아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한반도에 있는 모든 이가 기억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아직까지 그런 고아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남한으로 넘어오는 탈북자 가운데 10대들도 많다. 그들은 자의나 타의에 의해 부모나 가족들과 헤어지고 남한에서 생활한다. 그들은 떨어진 가족들을 그리워 하지만 다시 돌아갈 수 없다. 남한에서 그들은 의지할 누군가를 찾지만 그들의 가족을 대신할 사람을 찾지 못한다. 자유의 땅에서 차갑고 어색한 시선을 받으며 그들은 외로움을 느낀다. 어쩌면 폴란드의 고아들과 다르게 현재의 고아들은 그들의 진심을 털어놓을 수 있는 존재를 찾기가 더 어려울지 모른다. 영화 속 추상미 감독과 함께 동행하는 탈북소녀 송이도 자신의 상처를 모두 털어놓지 못한다. 그저 목놓아 펑펑 울 뿐이다.

결국에는 이 영화는 지금이라도 분단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수많은 고아들에 관심을 기울여야 된다고 이야기한다. 폴란드 선생님들이 북한에서 온 전쟁고아들에게 다가갔던 진심으로 우리 주변의 탈북 청소년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의 아픔을 보듬어 주어야 한다. 추상미 감독은 영화 말미에 펑펑 우는 송이를 꼭 안아준다. 그리고 우리가 그들을 안아줄 차례라고 말한다.

추상미 감독의 첫 연출작은 그녀의 개인적인 경험과 탈북 청소년들의 인터뷰를 활용하여 폴란드의 고아들과 자연스럽게 연결시킨다. 아직 끝나지 않은 분단 상황에서 우리는 여전히 그 고아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진심을 다해 이야기한다. 폴란드로 보내졌던 아이들을 기억하는 선생님이 눈물을 글썽이며 북한으로 돌아가기 싫어하던 아이들을 이야기할 때, 관객들의 눈도 붉게 물들게 될 것이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우리는 추상미 감독의 입을 빌려 그들에게 이야기한다. 

"아이들을 돌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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