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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세월호가 침몰된 직후, 오세연(58) 교사는 교직과 양심을 걸고 박근혜 정부에 저항했다. 밥 그릇 싸움이 아니라 자칫 '밥 그릇' 자체를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오 교사는 지난 2014년 청와대 게시판에 세월호 관련 게시글을 올리고, <경향신문>에 세월호 관련 광고를 냈던 충남도내 교사 6인 중 한명이다. 충남교육청 징계위원회는 지난해 8월 오세연 교사의 징계 건에 대해 모두 불문 처리했다.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의 싸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세월호 진상규명이 끝나지 않았고, 그가 몸담고 있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지금도 노조로 인정받지 못하고 법외노조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재임 시절 대법원의 숙원사업인 '상고법원'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동의를 얻기 위해 전교조 법외노조 집행정지 사건을 맞바꾸려 했다는 문건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하지만 변한 것은 없다.

오 교사가 최근 틈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요즘 천안의 새말 사거리와 홈플러스 앞 지하도 등에서 전교조 법외 노조 철회를 촉구하며 수시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23일 충남 천안시 새샘 초등학교에서 '전교조 교사' 오세연을 만났다.

 
지난 23일, 천안 새샘 초등학교에서 오세연 교사를 만났다.
 지난 23일, 천안 새샘 초등학교에서 오세연 교사를 만났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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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에서 가르친대로, 배운 대로 살수 있는 세상 만들고 싶다" 

-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세월호와 관련된 기고문을 준비 중이다. 진보언론에 기고할 생각이다. 지난 7~8월에는 청와대 앞에서 세월호희생자 가족들과 연대해 1인 시위도 벌였다. 틈틈이 전교조 관련 1인 시위와 세월호와 관련된 일들을 하고 있다. 아직도 박근혜 정권의 포로로 살고 있는 것 같다."

- 전교조 법외노조 투쟁 건과 세월호 건 등으로 지난해 충남교육청 징계 위원회에 회부되었었는데, 그 이후 별다른 일은 없었나.
"세월호 및 전교조와 관련 되어 4건의 징계 건이 있었다. 하지만 모두 병합되어 불문처리 되었다. 그 이후로는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다. 하지만 세월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아직도 진실은 인양되지 않았다. 진실 인양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고민하고 있다."

- 전교조 법외노조 투쟁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는 것 같다. 당사자로서 소회를 말해 달라.
"야속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 정권을 자임했다. 요즘 전교조에게는 노조를 인정하는 문제가 가장 중요한 화두이다. 적폐 세력들이 싸 놓은 'x'을 아직도 치우지 않고 있는 이유가 궁금하다.

문재인 정부는 전교조 법외 노조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으로는 문재인 정부가 전교조 문제를 누구도 건드릴 수 없도록 완벽하게 풀려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도 있다. 하지만 복잡한 법적 절차가 아니더라도 고용노동부에서 전교조가 노조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공문 한 장만 보내면 지금 당장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 일부 전교조 교사들은 문재인 정부가 전교조를 진보교육의 파트너로 여기지 않고 있는 것 같다는 지적도 한다.
"당연히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법외노조를 해소하지 않고는 전교조 교사들이 정부와 대등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통로가 없다. 교육을 어떤식으로 개혁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진보교육감들이 각 지역에서 교육개혁을 한다고 하고는 있다. 하지만 교육 정책이나 제도는 국가 차원 즉, 교육부에서 교통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그런 문제들은 전교조와 파트너십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전교조는 지금까지 봉급 올려달라고 투쟁한 적이 없다"
 

- 전교조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도 많다. 전교조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없나.
"우선, 그분들이 어떤 근거로 우리(전교조)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인지 부터 알아 봐야 할 것 같다. 보수 언론의 보도가 이 같은 비판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소위 진보세력들은 이념적 잣대로 인해 빨갱이로 색칠 당해 왔다. 하지만 그런 분들일수록 전교조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 지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전교조는 인생철학 없이 활동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내가 교단에서 가르치는 대로, 배운 대로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전교조 활동을 하는 것이다. 전교조는 지금까지 봉급을 올려달라고 투쟁한 적이 없다. 오히려 성과급을 없애달라고 투쟁했다(웃음). 노동조합은 이익집단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싸운다. 하지만 전교조는 사회적인 이익을 위해 싸웠다. 미래사회와 참된 세상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활동한 것이다. 전교조 교사들은 자신의 인생을 걸고 해직까지 각오하며 싸운다.

우리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사회에 나가서 참되게 살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참되게 살면 언제나 손해를 보고 뒤쳐지는 세상이라면 우리 교사들은 사기꾼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가르친 것이 실천될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 물론 오랫동안 싸우다 보면 지치기도 한다. 하지만 함께하는 동지들에게서 힘을 얻는다. 물론 나도 그들에게 힘이 되어 주기도 한다.  요즘 전교조 관련 1인 시위를 진행하는 것도 해직된 동료들을 위해서다. 그들에게 이렇게 지지하고 있으니 힘을 내라는 뜻이다. 나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많은 교사들이 점심단식과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1인 시위 중인 오세연 교사.
 1인 시위 중인 오세연 교사.
ⓒ 오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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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전교조 법외노조가 철회된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글쎄, 해직교사들부터 우선 복직되어야 할 것 같다. 해직교사 복직이 없는 법외노조 철회는 의미가 없다. 교사들의 노동 3권도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

- 지난해 인터뷰에서 교사 생활을 접고 쉬고 싶다는 말을 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지금도 여전히 쉬고 싶다. 쉬면서 힘을 충전하고 싶다. 천안이나 아산 지역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볼 생각이다. 재능을 살릴 수 있는 봉사활동이나, 다양한 사회 활동을 하고 싶다."

태그:#오세연 교사 , #전교조 오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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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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