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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긍심은 내 것을 아는 것에서부터

가을 체험학습. 어떻게 할 것인가. 부산의 한 고등학교 우리 반 아이들은 한 달 전부터 학급회의를 통해 의견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가끔 궁금하여 장소가 정해졌느냐고 물어보면 "아직"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반장으로부터 통보를 받았다. 시티버스투어를 하기로 했단다. 시티버스투어 코스는 태종대 코스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우리 반 아이들이 자랑스러웠다. 영화도, 놀이시설도, 박물관도 좋지만 부산을 아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

우리 아이들은 부산에 살지만 부산에 대해 잘 모른다. 어릴 때 아빠, 엄마와 함께 부산의 명소를 갔겠지만 그 후 학업에 얽매여 부산에 대해 경험할 시간적 여유를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자신의 꿈을 찾아, 더 많이 배우기 위해 언젠가 부산을 떠날 것이다. 그리고 또 언젠가 부산을 찾아 올 날도 있을 것이다. 그때 부산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고, 함께 온 사람들에게 부산을 자랑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나는 늘 가지고 있었다.

부산에서 나고 자라 부산에 대해 자긍심이 있는 나로서는 우리 아이들이 부산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하는 것이 내내 아쉬웠다. 나는 자부심은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 자부심의 첫걸음은 내 것을 아는 데서 출발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덧붙여 아이들은 중간에 흰여울문화마을과 태종대에 내릴 것이라 알려주었다. 나는 오륙도를 더 추가하고자 의견을 내었고 아이들은 이를 존중해 주었다.

"이기 진짜 공부입니더"

부산역에 오전 8시 40분까지 모여 9시에 첫 버스를 타고 오후 1시 30분에 오륙도에서 해산하기로 했다. 부산시티투어점보버스 코스는 다음과 같다.

부산역(출발)→영도대교→흰여울문화마을→하늘전망대→75광장→태종대→국립해양 박물관→부산항대교(경유)→오륙도→용호만 유람선 터미널→평화공원→송도해수욕장→남포동 BIFF/국제시장→자갈치→부산역.

흰여울문화마을. '흰여울'은 예전에 봉래산 기슭에서 여러 갈래의 물줄기가 바다로 굽이쳐 내림으로써 마치 흰눈이 내리는 듯 빠른 물살의 모습과 같다하여 '흰여울'이라 하였다고 한다.

지금은 산기슭에서 내려오는 흰 물살은 없지만 마을에서 바라본 바다의 모습은 햇살을 받아 마을 이름처럼 맑고 깨끗하다. 한참을 바라보아도 지겹지가 않다. 아니 바라볼수록 힐링이 된다.
 
흰여울문화마을에서 바라본 영도 바다가 마을 이름처럼 맑고 깨끗하다.
▲ 흰여울문화마을에서 바라본 영도 바다 흰여울문화마을에서 바라본 영도 바다가 마을 이름처럼 맑고 깨끗하다.
ⓒ 정호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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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에 마을 어른들이 골목길을 청소하고 있다. 청소하시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묻는다. "너거 공부 안 하고 우찌 왔노?" 우리 아이들 대답이 멋지다. "이기 진짜 공부입니더."
 
골목길을 흰여울문화마을과 어울리게 꾸며 놓았다.
▲ 흰여물문화마을 골목길 골목길을 흰여울문화마을과 어울리게 꾸며 놓았다.
ⓒ 정호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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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어르신들은 우리 아이들에게 구경 잘 하고 가라며 인정스럽게 인사를 건넨다. 그 말 속에 사람의 정이 묻어나 있다. 골목 골목을 거닐면서 우리 아이들이 사람 사는 모습을 느껴 보길 속으로 바란다.

태종대 등대까지는 입구에서 다누비 열차를 타고 가는 아이도 있고, 조금 힘들지만 산책삼아 걸어가는 아이도 있다. 가는 길이 힘들 때면 아이들끼리 노래도 부르고 재잘거리면서 걷는 모습이 예쁘다.
  
걷는 힘듦마저 재밌게 보내고 있다
▲ 등대까지 걸어 가는 우리 아이들 걷는 힘듦마저 재밌게 보내고 있다
ⓒ 정호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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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도착한 등대는 우리에게 부산 최고의 풍광을 선사한다. 신선바위와 망부석 그리고 등대와 어우러진 바다의 모습은 최고이다. 오늘 날씨 또한 맑고 깨끗하여 아이들 입에서 절로 탄성이 나온다. 틈틈이 이곳을 찾아오는 나도 오늘의 풍광이 너무 아름답다.
  
부산에서 가장 멋진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다.
▲ 태종대 등대 부산에서 가장 멋진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다.
ⓒ 정호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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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서 바라본 신선바위와 망부석
▲ 신선바위와 망부석 등대서 바라본 신선바위와 망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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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가장 광활하게 볼 수 있는 곳, 태종대 등대
▲ 수평선이 둥글다 바다를 가장 광활하게 볼 수 있는 곳, 태종대 등대
ⓒ 정호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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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이 개방된 2층 버스를 타고 부산항대교를 지나면서 다시 한 번 부산의 멋진 풍광을 만끽한다. 버스 뒷좌석에서 들려오는 속삭임은 나를 기쁘게 했다.

"진짜 좋다. 다음에 다시 한 번 더 오자."
 
점보버스를 타고 부산을 만끽하고 있다
▲ 점보버스를 타고 점보버스를 타고 부산을 만끽하고 있다
ⓒ 정호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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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륙도의 이야기를 만들었으면

오륙도는 부산의 상징이다. 오륙도라는 이름은 보는 위치와 조수의 차이에 따라 섬이 다섯 개로 보이기도 하고 여섯 개로 보이기도 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덴마크에 가면 꼭 보아야 할 관광지 중 하나가 인어공주 동상이다. 안데르센의 '인어공주'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동화가 이곳을 세계의 관광지로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 남원의 광한루도 그런 곳이다. 하지만 오륙도에는 이야기가 없다. 오륙도는 이야기 소재가 충분히 되는데 부산광역시에서 오륙도 이야기 만들기 공모전이라도 해봤으면 한다. 그래서 그 이야기로 오륙도가 세계적인 명소로 거듭나길 바란다.

그리고 오륙에는 남해와 동해를 가르는 기준점이 있다. 같은 부산에 있는 해수욕장이지만 해운대, 광안리, 송정은 동해이고, 송도, 다대포는 남해이다. 그 기준이 바로 오륙도에서 시작된다. 이를 알고 보면 같은 바다이지만 또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오륙도에 있는 동해와 남해의 기준점
▲ 동해와 남해의 기준점 오륙도에 있는 동해와 남해의 기준점
ⓒ 정호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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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꼰대 짓을 하지 않으려고 오늘 말을 많이 아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흰여울문화마을에서 사람의 정을, 태종대에서 부산의 아름다움을, 그리고 오륙도에서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들었으면 하는 마음에 "정겹제!", "잘 왔제!", "이야기 한 번 만들어 보지", "동해 남해 분기점 찾아 봤나?"를 몇 번이나 내뱉었다.

태그:#흰여울문화마을, #태종대, #오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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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행복에서 물러나 시골 살이하면서 자연에서 느끼고 배우며 그리고 깨닫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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