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회 대종상' 김규리-신현준, 사회 잘 볼게요! 22일 오후 서울 광화뭉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55회 대종상영화제 레드카펫에서 영화제 사회자인 배우 김규리와 신현준이 입장하고 있다.

▲ '제55회 대종상' 김규리-신현준, 사회 잘 볼게요! 22일 오후 서울 광화뭉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55회 대종상영화제 레드카펫에서 영화제 사회자인 배우 김규리와 신현준이 입장하고 있다. ⓒ 이정민


독립영화가 약진했고, 작품성 있는 영화가 존중받았다. 심사위원들의 치열한 토론이 만들어낸 결과는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울 만큼 특색 있는 수상을 만들어 냈다. 기존의 대종상 시상식을 기준으로 볼 때 눈에 띄는 변화였다.
 
55회 대종상영화제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심사 공정성 논란을 잠재우면서 마무리됐다. 비록 행사 운영상의 문제점과 대리 수상이 많아 맥이 빠지기는 했으나, 수상작에 이의를 제기할 만한 여지가 없을 만큼 안정적인 심사 결과가 돋보였다.
 
<폭력의 씨앗> 이가섭, 신인남우상 수상... 흥행보다 작품성 존중
 
22일 저녁 세종문화회관에서 신현준·김규리 배우의 사회로 진행된 대종상영화제는 이창동 감독의 <버닝>에 최우수 작품상을 안겼다. 감독상에 <1987> 장준환 감독이 선정됐고 남우주연상은 <공작> 황정민, 이성민 배우가 공동 수상했다. 이어 여우주연상에 <아이 캔 스피크> 나문희 배우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전고운 감독의 <소공녀>는 신인감독상과 시나리오상을 수상해 독립영화로서 2관왕을 차지했다. 이해영 감독의 <독전>에 출연한 고 김주혁 배우와 진서연 배우는 남녀조연상을 수상했다. 또한 <1987>은 기획상을, <공작>은 미술상을 추가하며 2관왕이 됐다. 기술상 부문인 촬영상과 조명상, 음악상을 받은 <남한산성>은 3관왕으로 가장 많은 상을 받았다.
  
'제55회 대종상' 김다미, 빛나는 신예 배우 김다미가 22일 오후 서울 광화뭉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55회 대종상영화제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제55회 대종상' 김다미, 빛나는 신예 배우 김다미가 22일 오후 서울 광화뭉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55회 대종상영화제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신인여우상은 <마녀>에서 열연한 김다미 배우가 받았으나, 신인남우상은 1천 명 정도의 관객이 본 독립영화 <폭력의 씨앗> 이가섭 배우가 수상했다. 이는 흥행작에 편중되지 않고 독립영화와 저예산영화까지 후보로 아우른 결과였다. 흥행작 위주로 수상했던 예전 심사와는 확실히 차이를 보인 것이다.

한 본심 심사위원은 "의도하지 않았으나 심사위원들이 깊이 있게 토론하다 보니 상이 편중되지 않고 골고루 나눠진 것 같다"고 말했다.  
 
 55회 대종상 작품상을 수상한 <버닝> 이준동 제작자

55회 대종상 작품상을 수상한 <버닝> 이준동 제작자 ⓒ TV 조선

  
<버닝>의 최우수 작품상 수상은 작품성을 중시한 올해 대종상의 방향성을 상징한다. 지난 5월 칸영화제 상영작으로 국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했던 터라 대종상 수상은 특별하다. 수상자로 나선 제작자 파인하우스필름 이준동 대표는 "생각보다 많은 관객들이 보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으나 "기쁘고 좋다"면서 미뤄진 제작 일정에도 그대로 참여해 준 배우 및 스태프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지난해 개봉했던 영화들이 상대적으로 열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도 보기 좋게 빗나갔다. 지난해부터 여러 영화상에서 수상을 이어갔던 <아이 캔 스피크> 나문희 배우는 대종상까지 차지하며 수상에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해 추석 시즌 개봉작인 <남한산성>도 개봉 1년이 지났지만 소외되지 않았다. 작품의 완성도 외에 다른 고려사항이 없었다는 의미다.

<독전> 고 김주혁, 남우조연상·특별상... "다음 주면 1주기"
 
 55회 대종상영화제에서 <독전>으로 남우조연상과 특별상을 수상한 고 김주혁 배우

55회 대종상영화제에서 <독전>으로 남우조연상과 특별상을 수상한 고 김주혁 배우 ⓒ NEW

  
고 김주혁 배우가 <독전>으로 남우조연상에 이어 특별상을 수상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대신 수상하기 위해 단상에 오른 김석준 나무엑터스 상무는 "다음 주면 1주기"라며 "배려가 많았던 친구라 함께했던 주변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을 것"이라고 고인을 회상했다.
 
안정적인 본심 심사는 다소 불안했던 예심 결과를 잘 보완해 냈다. 일부 후보작 중에는 단역 수준으로 출연한 배우가 주요 수상 후보로 올라, '정작 배우 본인도 의아해 할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들 후보작들은 수상에 이르지 못했다.
 
예심 과정에서 '압력 행사' 주장, 조직위원장은 "간섭 없었다" 부인
  
'제 55회 대종상' 김구회 조직위원장, 정상화에 더욱 힘쓰겠습니다! 22일 오후 서울 광화뭉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55회 대종상영화제 레드카펫에서 김구회 조직위원장이 입장하고 있다.

▲ '제 55회 대종상' 김구회 조직위원장, 정상화에 더욱 힘쓰겠습니다! 22일 오후 서울 광화뭉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55회 대종상영화제 레드카펫에서 김구회 조직위원장이 입장하고 있다. ⓒ 이정민


그러나 무난한 본심 결과에도 불구하고 예심 과정에서 김구회 조직위원장이 특정영화를 후보작에 넣도록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심사위원은 "예심 과정에서 특정영화가 안 들어갔다고 조직위원장이 압력을 행사하려 해 일부 심사위원들의 마음 고생이 많았다"면서 "특정상 수상까지 좌지우지해서 다들 불편해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심사위원 역시 "그런 이야기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인정하면서 "본심은 워낙 명성 있는 분들이 참여해 관여할 수 없고, 잘 걸러질 것이라고 봤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구회 조직위원장은 "예심이든 본심이든 심사과정에 전혀 간섭한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예심에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고 인정했다.
 
대종상 심사에 관여한 관계자 역시 "기술상은 수상자 다수가 참석이 어려운 상황이라 참석 가능한 사람에게 주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결정된 심사결과를 바꿀 수는 없었다"며 심사 결과에 조직위원장이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일절 간섭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예심이든 본심이든 심사위원이 아닌 인사가 관여하려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심 심사위원 구성을 살펴보면 비리 문제로 구속된 전력이 있거나 대표 작품이 없는 인사, 특혜성으로 보이는 인물 등이 엿보인다"며 "내년부터는 예심도 본심 심사위원 수준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영화인총연합회 산하단체들이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나눠먹기' 방식의 심사위원 구성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참자 다수, 대리수상자로 엉뚱한 사람이... '신뢰 얻지 못한 한계'
 
 55회 대종상 음악상을 대리수상하려던 남한산성 관계자가 엉둥한 사람이 대리수상자로 나서자 뒷걸음치고 있다.

55회 대종상 음악상을 대리수상하려던 남한산성 관계자가 엉둥한 사람이 대리수상자로 나서자 뒷걸음치고 있다. ⓒ TV조선

 
55회 대종상은 불안 요소를 잘 걸러낸 본심 심사와는 다르게 행사 운영상에서는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불참자가 많아 대리수상이 많아진 것이다. 이 때문에 사회자인 신현준이 의상상과 편집상을 대신 받으러 무대에 오르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남한산성>이 수상한 촬영상, 조명상, 음악상의 경우 제작사 관계자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와 전혀 관계 없는 엉뚱한 사람이 대리수상자로 나서는 등 어수선한 모습까지 드러냈다.
 
이는 대종상이 아직 영화상으로서의 권위와 위상을 회복하지 못했고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행사의 주최단체인 한국영화인총연합회가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심사 논란은 사라졌지만 오랜 파행으로 인해 배우들이 굳이 참석하지 않고 외면해도 될 만한 행사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체 영화인들이 참여하는 행사로 치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대종상을 독립시켜서 한국영화계의 축제로 만들어야지, 지금처럼 원로영화인 중심의 한국영화인총연합회가 주도해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충무로의 한 영화인은 "지금의 대종상은 영화인총연합회가 발전기금 명목으로 대종상 조직위원회에 일정액을 받고 한시적 운영권을 주는 방식으로 수익을 챙기는 구조"라면서 "이런 문제가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전망이 밝지 않다"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역시 대종상이 그동안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탓에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다. 영진위의 한 관계자는 "대종상이 한국영화계 전체의 축제가 된다면 관심을 둘 수 있겠으나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조금이라도 간섭하거나 관여하는 인상을 주지 않는 게 나을 것 같다"면서 선을 그었다.
 
*55회 대종상 수상작(자) 명단
 
▲ 최우수작품상 / <버닝>
▲ 감독상 / 장준환 <1987>
▲ 남우주연상 / 황정민, 이성민 <공작>
▲ 여우주연상 / 나문희 <아이 캔 스피크>
▲ 남우조연상 / 고(故) 김주혁 <독전>
▲ 여우조연상 / 진서연 <독전>
▲ 신인감독상 / 전고운 <소공녀>
▲ 신인남우상 / 이가섭 <폭력의 씨앗>
▲ 신인여우상 / 김다미 <마녀>
▲ 시나리오상 / 전고운 <소공녀>
▲ 촬영상 / 김지용 <남한산성>
▲ 조명상 / 조규영 <남한산성>
▲ 편집상 / 김형주, 양동엽, 정범식 <곤지암>
▲ 음악상 / 사카모토 류이치 <남한산성>
▲ 미술상 / 박일현 <공작>
▲ 의상상 / 조상경, 손나리 <인랑>
▲ 기술상 / 진종현 <신과함께-인과연>
▲ 기획상 / 이우정 <1987>
▲ 특별상 / 고(故) 김주혁
▲ 우리은행 스타상 / 설현

 
대종상 대리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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