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거성 한국투명성기구 회장이 지난 2013년 12월 3일 서울시 종로구 신문로 한국투명성기구에서 열린 '2013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 2013) 발표'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부패지수가 3년 연속하락한 것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김거성 한국투명성기구 회장이 지난 2013년 12월 3일 서울시 종로구 신문로 한국투명성기구에서 열린 "2013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 2013) 발표"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부패지수가 3년 연속하락한 것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기사수정 : 24일 오전 10시 44분]

김거성 목사는 경기도교육청 개방형 감사관 4년의 공직을 지난 8월에 마쳤다. 감사관으로 지내면서 그동안 '성역'으로 여겨졌던 사립유치원의 비리를 거침없이 파헤쳤고, 그 과정에서 협박과 고발 등 온갖 어려움을 당했다. 한 사립유치원 원장은 아예 뇌물로 그를 매수하려고까지 하였다. 비록 4년의 짧은 공직생활을 했지만 그는 한국사회 교육 분야 부패문제에 큰 경종을 울렸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가 지난 8월 퇴임한 후 경기도교육청은 사립유치원 특정감사를 올해까지만 진행하고 내년부터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 관계자가 "그간 특정감사를 진행하면서 사립유치원 원장들과 의견대립이 컸다"며 그래서 특정감사를 더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참 기가 찰 노릇이다. 그럼 향후 비리를 저지른 범죄 집단과 의견대립이 크면 정부기관은 감사를 중단할 것인가?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은 "사립유치원에 대한 특정감사를 더이상 실시하지 않는다고 한 것은 사실이 아니며 사립유치원에 대한 특정감사를 앞으로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는 '민립대학'에서 '개인왕국'으로 전락한 비리사학의 역사적 뿌리를 파헤친 적이 있다. 교육은 백년대계라는데 사립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이렇게 비리가 차고 넘치는 것을 보면서 '정말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다 썩었구나!'라는 탄식과 우려가 든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투명성기구 이사였고 '반부패 전도사'인 김거성 경기도교육청 전 감사관과 사립유치원 비리문제에 대해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하여 싣는다.

"정치인들이 교육청 찾아와 압박성 청탁" 

- 먼저 독자들을 위해 시민감사관과 일반감사관의 차이를 설명하면?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에는 전문지식이나 실무경험 등이 요구되는 분야를 감사하는 경우 외부 전문기관 또는 외부전문가를 감사에 참여시킬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이에 따라 전문직 종사자들의 참여로 감사의 질을 제고하면서, 동시에 시민단체 활동가 등 시민참여를 통해 감사담당 공무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를 차단하고 감사가 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이루어지도록 부수적인 효과를 도모하는 것이 바로 시민감사관 제도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초기에는 내부규칙에 근거해 운영되다가, 2016년 말 경기도의회에서 조례로 제정하여 지금은 15명 내의 시민감사관들을 임용, 위촉하여 활동하도록 되어 있다. 보통 공무원으로 임용되면 문제없는 경우 정년이 보장되어 있지만 시민감사관들은 자신의 임기동안에만 활동하고 임기 후에는 다시 일반인으로 돌아가게 된다."

- 사립유치원들에 대한 경기도교육청의 특정감사가 시작되면서 사립유치원들이 시민감사관의 '직권남용'이나 '부당감사'라며 반발했다는데?
"사실 감사 시작 전까지 사립유치원은 교육청에서 손댈 수 없는 '성역'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다. 그래서 역시 사립유치원 특정감사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정치인들이 수차례 교육청을 찾아와 압박성 청탁을 했다. 그래도 감사를 멈추지 않으니 집단행동을 통해 '직권남용', '부당감사', '승진에 눈이 먼' 공무원의 일탈이라며 비난했다. 그들은 유아정책포럼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불법감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미 그 시점에 교육부로부터 교육청의 감사가 당연히 근거가 있다는 점을 통보받았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같은 혐의로 교육감, 감사관, 사무관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나중에 혐의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이러한 방식이 별로 소득이 없게 되면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집단휴업으로 학부모들을 협박했다. 그러나 여론에 밀려 이를 철회했다. 나중에는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언론을 통해 감사담당자, 시민감사관 개개인을 공격하기도 했다."

- 특별히 경기도교육청 시민감사관들에 대해 사립유치원들이 '완장찼다', '갑질이다' 하며 비난했던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나?
"그런 말들은 청탁, 압력이 통하지 않는데 대해서 감사를 회피하려고 비리유치원들과 이들을 대변하는 일부정치인들, 그리고 이른바 '찌라시' 등이 만들어낸 말일 뿐이다.

시민감사관이 사립유치원 특정감사에 참여하면서 첫 반응은 정치인들 몇몇이 '우리 지역에 특정감사 나온다는데, 시민감사관들만 좀 빼주면 안 되는가?' 하는 청탁으로 나타났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시민감사관들을 다양한 영역에서 모셨는데, 이들 가운데는 국회의원을 지낸 분도 있고, 지금은 그만두고 차관급 공무원으로 가신 분도 있다. 이들이 시민감사관으로 활동하면서 '완장'을 찼다고 '갑질'할 사람들인가?

사실 제도 도입 후 시민감사관들이 특정감사에 본격적으로 처음 참여한 것은 학교급식 분야였는데, 거기서는 그런 말 나오지 않았다. 변호사, 회계사, 건축사 등 전문직들이 참여하여 감사가 꼼꼼해진 측면도 있겠지만, 그보다도 시민감사관들이 감사활동에 참여하면서 외부로부터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가 힘들어지게 되었다는 것을 반증할 뿐이다."
 
- 지난 4년 동안 사립유치원 감사를 하면서 도의원이나 국회의원 등을 통한 외부의 압박이나 회유도 있었을 것 같은데 구체적인 사례를 든다면?
"내 입으로 구체적 사례를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들 스스로가 알 것이다. 또 의회 홈페이지나 언론 등을 들추어보면 어떤 정치인들이 비리유치원의 대변인이 되어 교육부나 교육청 등을 압박하였는지 일부가 드러난다. 물론 사립유치원의 정당한 요구를 전달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뒤로 결탁하여 아이들이나 학부모, 교직원, 납세자, 국민들을 내치고 일부 탐욕에 젖은 사람들을 대변한 것이라면 이는 자신들을 선출해준 유권자들, 국민에 대한 배반이다."

"문제는 매우 심각한 비리들이 그동안 편만해 있었다는 점"
   
경기도교육청 감사관 시절의 김거성 목사(맨 왼쪽)
 경기도교육청 감사관 시절의 김거성 목사(맨 왼쪽)
ⓒ 김거성

관련사진보기

 
- 사립유치원 비리는 이번에 이름이 외부에 공개된 유치원들에 국한된 것인가?
"사립유치원들 모두를 비리집단이라 해서는 안된다. 수십 년을 유아교육 한길에 매진하면서 헌신 봉사한 많은 선량한 유치원 원장들, 교직원들도 많다. 또 명단 공개된 유치원들 가운데 시정이나 주의 등 가벼운 처분만을 받은 곳들도 상당수 있다. 하지만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비리들이 그동안 편만해 있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비리들은 유아들의 건강, 교육과정, 안전 등에 직결되기 때문에 학부모를 비롯한 국민들의 분노가 거센 것이다.

더욱이 이번 명단 발표는 감사를 받은 유치원들에 국한되어 있고, 감사를 거부해서 검찰에 고발된 곳들, 아직 감사를 받지 않은 곳들도 수두룩하므로 비리규모나 범위, 수법 등은 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또 검찰에서 고발된 유치원들을 최종 어떻게 처분하는지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 사립유치원 부패근절 대안 중의 하나로 사립유치원 지원금을 아예 학부모에게 바우처 같은 형식으로 직접 지급하면 어떤가?
"지원금이 아니라 정부가 직접 보조금 형태로 지원해야 보다 확실한 통제가 가능해진다. 그러면 지금과 같은 비리들을 횡령죄로 처벌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다만 홈스쿨링이나 협동조합 형태의 양육을 선택한 경우 제한적으로 바우처 제도를 활용하도록 하는 것도 연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지난 8월 27일 퇴직했고 개방형 감사관을 4년 했는데, 사립유치원들의 반발로 더 이상 감사관 역할을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
"글쎄, 사립유치원들의 반발로 더 이상 못한 것이라 단정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지금처럼 훨씬 자유롭게 유아교육 공공성을 제고하기 위해 활동할 수 있게 해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많은 감사담당공무원들, 그리고 시민감사관들이 있어서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며 투명성, 책임성을 높이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 오래전에 의정부지검에 사립유치원에서 회유하려고 보낸 골드바 뇌물 관련 사안을 제보했는데 지금에야 검찰에서 조사를 개시한 것을 보면 여론압박에 못 이겨 마지못해 조사개시를 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는데?
"골드바 사안 관련해서는 지금이라도 실체를 드러내고 합당한 처분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그 사안 말고도 교육청으로부터 고발된 사립유치원 비리와 관련된 많은 사안들이 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공급자들, 관련 이익단체들이 있다. 돈이 어디로 나가고 들어왔는지 수사 없이 강제수사권이 없는 교육청의 서류만 들추어보고 면죄부를 주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그들은 이번에 명단이 공개된 유치원들보다 비리 등이 훨씬 심각했기에 고발된 것이다."

- 경기도 지역 사립유치원 비리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울교육청을 비롯한 다른 교육청은 사립유치원 비리와 관련해 왜 이리 조용하다고 보는지?
"경기도가 전체 인구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적으로 다른 교육청들보다 비리 규모가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감사기법과 착안점 등에 따른 감사의 품질이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그냥 영수증 확인이나 금액이 맞는지만 점검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교재비로 송금했다며 1000만 원 영수증을 첨부했어도 감사담당자들은 그 송금의 상대방 계좌를 추적해 본다. 그러면 원장 본인 또는 가족의 통장으로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52만 원을 교사회식에 사용했다면서 신용카드 영수증을 첨부했지만 상호와 주소를 찾아보면 뷰티살롱이다. 홈페이지에 '연예인 피부만들기' 48만 원이라고 선전하고 있음을 확인해냈다.

다른 교육청들도 이런 감사기법을 활용한다고 생각하지만, 기업형 유치원들이 별로 없고 규모가 작은 유치원들이 대부분이어서 경기지역에 비해 덜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또 시민감사관 참여를 통해 각종 압력이나 청탁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공정한 감사도 중요하다."

"원아모집 중단으로 학부모 압박하는 사립유치원, 우선 감사대상 삼아야"

- 사립유치원 비리 관련하여 (시민)감사관의 권한강화 및 타정부 기관과의 협력체제 강화 등 향후 제도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바꾸며,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을 통해 회계 처리하고, 처음학교로 입학관리시스템을 활용하는 것, 그리고 비리유치원의 간판 바꿔달기 금지 등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하려는 논의가 시작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아울러 다음 몇 가지를 포함한 추가적인 과제들이 고민되어야 한다.

첫째, 국무조정실의 정부합동부패예방감시단을 확대 개편하여 일정기간 사립유치원 감사를 전담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감사의 균질화, 처분기준 통일적 적용에도 유용하겠지만, 교육청이나 도청이 계좌추적 등 강제수사권이 있는 검경, 국세청 등과 공조하면 훨씬 효과적으로 감사할 수 있다. 특히 폐원, 원아모집 중단 등으로 또다시 학부모와 국민들을 압박하는 사립유치원들을 우선적으로 감사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둘째, 사립유치원과 정치권 등에 대한 시민감시가 강화되어야 한다. 시민감사관 활동도 그 하나에 속한다. 각종 의회 등의 정보를 꼼꼼히 확인하여 특정 이익집단을 대변하고 국민 대다수의 복리를 외면하는 정치인들은 도태시켜야 한다. 사립유치원 운영위원회를 법적 심의기구로 만들고, 운영위원의 교육과 네트워킹을 통해 내부 감시가 가능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사립유치원의 합리적 제도개선 요구는 수용해야 한다.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에서는 국무조정실에 적립금 제도를 인정해 주도록 제도개선을 제안, 관철시킨 바 있다. 이에 따라 경기도교육청은 통학버스 등 포함 적립재원 세입과목, 즉 공통과정지원금, 교육비, 설치·경영자이전수입(법정부담전입금 제외), 잡수입금, 순세계잉여금 합계액의 10%를 적립하여 시설보강이나 통학버스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인정해 주고 있다. 앞으로도 표준 원비 미만 유치원의 경우 원비 인상률을 차등 적용한다거나 하는 과제들이 있다.

넷째, 공공성 증진을 위한 사립유치원들의 자율적 노력을 독려해야 한다. 지금 대화가 통하지 않는 시기가 지나면 유치원 내부의 자정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지난 2016년부터 경기도교육청에서 투명사회협약유치원으로 참여한 곳들이 대표적으로 자율 노력의 필요성에 대해 긍정하고 그 방향을 추구, 실천할 것을 약속한 실제사례다. 사립유치원의 공공성 제고는 국공립 원아 수용률 40%를 달성하는 목표와 배타적이 아닌 상보적 과제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또 이와 관련하여 중장기 유아교육 발전방안이 사회적 합의로 마련되어야 한다."

- 지난 8월 4년의 임기를 마치고 감사관직을 떠나면서 아쉬움도 많을 것 같은데?
"감사관으로 충분히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고향 부모의 집에 안주하지 않고 다음 지시하는 곳으로 떠나는 데서 발전이 시작된다고 믿는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이야기처럼 지금까지 한 삽, 한 지게를 짊어지고 흙을 옮겼지만, 산이야 국민들이 옮겨주지 않겠는가?"

덧붙이는 글 | * 김거성 목사는 연세대 대학원 신학과 졸/신학박사, 경기도교육청 전 감사관, 한국투명성기구 전 회장, 전 국가청렴위원회 위원, 국제투명성기구 전 이사, 국민훈장 모란장 수훈


태그:#김거성, #김성수, #비리유치원
댓글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