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UFC 미들급 챔피언간 격돌로 관심을 모았던 '올 아메리칸(All-American)' 크리스 와이드먼(34·미국)과 '스카일러(Skyler)' 루크 락홀드(34·미국)의 재대결이 또다시 무산됐다. 둘은 다음 달 4일 미국 뉴욕 메디슨 스퀘어 가든서 열릴 UFC 230 대회에서 한판 승부를 예약한 상태였다.

하지만 락홀드가 4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기를 치르지 못하게 돼버렸다. 이에 따라 호나우두 '자카레' 소우자가 락홀드의 대체선수로 와이드먼과 경기를 펼칠 예정이다.

와이드먼과 락홀드는 2015년 12월 UFC 194에서 맞대결을 펼쳤으며 당시에는 락홀드가 4라운드에 TKO승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후 둘은 2016년 6월에 있었던 UFC 199에서 2차전을 약속했으나 그때는 와이드먼의 부상으로 인해 리매치가 무산된 바있다.

와이드먼 입장에서 락홀드는 꼭 이기고 싶은 상대 가운데 한 명이다. 맞대결 당시 와이드먼은 미들급의 '새로운 제왕' 후보로 불리고 있었다. 두 차례에 걸친 경기 끝에 '스파이더' 앤더슨 실바의 시대를 종식시키고 료토 마치다, 비토 벨포트의 도전을 막아내며 미들급 내 브라질 세력을 초토화시켰다. 이에 당시 장기집권도 가능하다는 평가가 흘러나왔다.

아쉽게도 와이드먼은 같은 미국인인 락홀드에게 브레이크가 걸렸다. 경기 내내 팽팽한 승부가 이어지는 가운데 와이드먼이 조금씩 흐름을 잡아가는 듯했다. 그런 상황에서 와이드먼은 큰 실수를 저질렀다. 3라운드 종료를 1분가량 남기고 어설픈 돌려차기를 시도하다 락홀드에게 테이크다운을 허용하고 말았다. 상위 포지션에 특히 강한 락홀드임을 감안했을 때 와이드먼으로서는 뼈아픈 실책이 아닐 수 없었다.

자신의 주 전장인 상위 포지션에서 락홀드는 무시무시한 파운딩을 계속해서 퍼부었다. 와이드먼은 큰 충격을 입었고 이는 4라운드까지 흐름이 이어졌다. 결국 와이드먼은 계속된 락홀드의 파상공세를 당해내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이른바 '미들급 전국시대'의 서막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락홀드와 와이드먼의 재대결은 아쉽게도 다음으로 미뤄지고 말았다.

락홀드와 와이드먼의 재대결은 아쉽게도 다음으로 미뤄지고 말았다. ⓒ UFC

 
와이드먼 패배의 나비효과, 미들급 전국시대
 
와이드먼을 격파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락홀드는 장점이 많은 파이터다. 장신(190cm)의 킥커이면서 레슬링까지 잘한다. 스탠딩에서의 아웃파이팅, 그래플링 공방전 등 여러가지 상황에서 상대를 종료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좋은 신체조건을 바탕으로 묵직한 압박을 즐기는 와이드먼이 락홀드에게 고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락홀드는 킥 거리만 잡혔다 싶으면 긴 발을 휘둘러 거침없이 킥을 찬다. 로우, 미들, 하이킥은 물론 브라질리언킥, 돌려차기 등 허를 찌르는 발차기도 잘 구사한다. 단발, 연타에 모두 능한지라 락홀드의 킥이 꽂히기 시작하면 상대 입장에서는 대응하기가 매우 어렵다. 가뜩이나 신장이 좋은 선수가 킥을 자유롭게 구사하는지라 까다롭기 그지없다.

락홀드의 킥을 의식해 어설픈 레슬링 싸움을 벌이기도 어렵다. 락홀드는 체급 내 최고 레슬러 중 한명이다. 케인 벨라스케즈, 다니엘 코미어, 하빕 누르마고메도프 등 UFC를 대표하는 최고 레슬러들과 함께 AKA(아메리칸 킥복싱 아카데미)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지라 어지간한 상대는 테이크다운 한번 뺏기 힘들다.

앞서 언급했듯이 자칫 상위포지션이라도 빼앗기게 되면 그야말로 지옥을 맛볼 수 있다. 락홀드의 상위 압박은 체급 최고 수준이다. 맷집과 힘 좋은 레슬러 와이드먼마저 견디지 못했을 정도다.

하지만 그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락홀드는 미들급의 지배자가 되지 못했다. 방심과 부상이 겹치며 마이클 비스핑(39·영국)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챔피언벨트를 빼앗긴 것은 그야말로 희대의 촌극이었다. 기량만 놓고 봤을 때 진다는 그림이 쉽게 그려지지 않았으나 너무도 편하게(?) 경기를 펼친 탓인지 어이없는 결과를 뱉어내고 말았다.

행운의 승리로 챔피언에 올랐던 비스핑은 체급내 도전자들을 필사적으로 피한 채 은퇴를 코앞에 둔 노장, 아랫체급 파이터와의 슈퍼파이트 등으로 일관하며 체급 내 랭킹구도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렸다. 결국 웰터급 출신인 데다 은퇴 후 오랫만에 복귀한 조르주 생 피에르에게 참패를 당하며 길었던 억지 왕좌에 종지부를 찍고 말았으나 그로인한 후폭풍은 체급 내 많은 파이터들에게 민폐를 끼친 것이 사실이다.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이게 다 락홀드 때문이다"며 락홀드를 원망하는 목소리까지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마이클 비스핑의 찌질한 행보로 인해 애꿎은 락홀드에 대한 원성(?)의 목소리도 적지않았다.

마이클 비스핑의 찌질한 행보로 인해 애꿎은 락홀드에 대한 원성(?)의 목소리도 적지않았다. ⓒ 카툰공작소 케이비리포트 제공 (그림 최감자)

 
장점 덮는 락홀드의 약점, 정상 경쟁시 불리한 요소로 작용
 
스탠딩 싸움에서의 킥, 무시무시한 상위압박능력 등에도 불구하고 락홀드가 체급내 최강자가 되지 못한 이유로 가장 크게 지적받는 것은 이른바 기술의 연계성이다. 락홀드는 킥은 좋지만 상대적으로 펀치 테크닉이 떨어진다. 상대가 킥 거리를 뚫고 들어오면 앞손 펀치로 대응하고 다시 거리를 벌리는 정도가 고작이다.

레슬링이 좋다고는 하지만 테이크다운 능력치가 이를 받쳐주지 못해 제대로 못 써먹는 경우도 많다. 주무기가 먹힐 만한 상황에서는 극강의 모습을 보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곤란한 상황에 봉착하기도 한다. 비스핑과의 경기에서도 지나치게 방심하다가 펀치거리를 허용한 이유가 크다.

'신의 병사' 요엘 로메로(41·쿠바) 같은 경우는 락홀드의 약점을 제대로 공략한 케이스다. 흑인 특유의 탄력과 운동신경이 돋보이는 그는 락홀드에게 어설픈 킥거리를 허용하지 않았고 펀치 패턴을 읽은 후 무시무시한 카운터로 경기를 끝내버렸다. 로메로에게 거리를 잡아먹힌 락홀드로서는 할 게 없었다.

팀 동료들인 벨라스케즈, 코미어, 누르마고메도프는 타격이 안 통한다 싶으면 억지로라도 상대를 그라운드로 끌고 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나 락홀드는 그 정도 테이크다운 능력이 없다. 근거리에서 펀치를 주고받으면 늘 불안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락홀드의 그런 약점을 공략할 수 있는 선수는 극소수다. 대부분은 스탠딩에서 거리를 잡지 못하고 킥 세례에 흐름을 넘겨주거나 같이 엉키다가 포지션을 빼앗기고 무너지기 일쑤다. 하지만 정상권에서 경쟁해야 하는 락홀드 입장에서는 그러한 부분이 치명적인 약점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락홀드와 와이드먼의 매치업 발표가 났을 때 팬과 관계자 사이에서는 '와이드먼이 락홀드의 이 같은 드러난 약점을 제대로 공략할 수 있을까?'라는 부분에서 관심을 모았다. 락홀드를 공략하려면 순간적으로 거리를 좁혀서 빠르게 펀치를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락홀드에게 패배를 안겨준 벨포트, 비스핑, 로메로 모두 그러한 움직임에 능하다.

반면 와이드먼은 탄탄한 레슬링 실력에 맷집과 타격파워를 두루 갖췄지만 순간적인 움직임에서 앞선 선수들만큼 민첩하지는 못하다. 어지간한 타격은 내구력으로 견뎌내며 받아치거나 그라운드로 끌고 가 승부를 보는 스타일이다. 충분히 강하기는 하지만 상성 부분에서 락홀드를 공략하기에 아쉬움이 살짝 있다.

물론 와이드먼 같은 정상급 파이터들은 짧은 시간 내에 파이팅스타일에 변화를 주기도하고 전략적 움직임을 통해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도 한다. 단순히 상성적인 부분에서 양 선수의 경기를 예상하기 어려운 이유다. 어쨌거나 재대결이 무산된 만큼 이같은 그림은 다음으로 넘길 수밖에 없게 됐다. 격투 팬들 입장에서는 아쉽기 그지없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락홀드 와이드먼 호나우두소우자 UFC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