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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 태도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손으로 입을 만지고 있다.
▲ 국감서 답변 태도 지적 받은 박경서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 태도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손으로 입을 만지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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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마이크 꺼지면 발언을 잘 안 하는 사람인데..."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윤소하 정의당 의원(초선, 비례대표)이 꺼진 마이크를 앞에 두고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박 회장이 자신이 저지른 성희롱에 제대로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박 회장은 지난 6월 8일 팀장급 남녀 직원 34명과 가진 회식 자리에서 여성의 가슴 부위를 비유한 성적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박 회장은 당시 해명 보도자료에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고자 했던 내 발언에 대해 직원 한 사람이라도 거북하고 불편했다면 분명히 잘못 된 것"이라며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명백한 성희롱 발언을 농담으로 규정해 비판이 뒤따랐다.

이날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선 박 회장의 인식은 사건 발생 당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야를 막론하고 박 회장의 이 같은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진 것도 이 때문이었다. 여성가족부가 2013년 발표한 '성희롱 피해 시 일반적 대처요령'을 보면 "자신의 의도와 관계없이" 상대방이 불쾌감을 표현할 경우 즉각 사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통을 위해서 한 언어" 박 회장의 '절반의 사과'

윤 의원은 특히 "우리 사회가 성희롱성 발언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는데, 분위기를 푼다는 식의 농담도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그런 의도가 없었지만 상대방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진정으로 사과를 드렸다"고 말했다.  

'그런 의도가 없었다'라는 변명 자체를 달지 말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박 회장은 앞선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초선, 비례대표) 질의에서도 "내가 소통을 위해서 한 언어가 성차별일 수 있겠구나 생각해서 즉각 사죄드렸다. 진정성 있는 사죄를 드렸다"라며 재차 자신의 행위에 전제를 덧붙였다.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을 지낸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재선, 서울 송파병)은 박 회장의 답변이 사건 발생 이후 특별 교육 등을 받은 것에 비해 부실하다는 비판을 덧붙였다. 남 의원은 "인권대사를 지내지 않으셨나. 인권이라는 것은 가해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피해자 관점에서 다루는 것"이라며 "오늘 사과 내용은 진정성이 부족하다. 이러한 질책들에 대해 엄중하게 생각하라"고 지적했다.

김순례 의원은 같은 기관 직원들의 성희롱 사건에 대한 징계 사실을 언급하며 불공평한 처벌 기준을 문제삼았다. 김 의원은 "직급이 낮으면 규정대로 처벌받고 높으면 사과하면 되는 것이 규율인가"라면서 "그릇된 성인식을 가진 분이 이 자리에 있는 것이 놀랍다.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회장은 그러자 "제 자신이 직접 참석해 기관장 50여 명과 8시간에 걸쳐 성차별, 성희롱 특별교육을 받고 그 교육 이후 서약서를 썼다. 성평등 태스크포스를 만들고 있고, 교육은 정기적으로 진행할 것이다. 무조건 유감을 표한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박 회장의 해명은 사전 예방을 강조한 정부 부처의 권고와 달리, '소 잃고 외양간 고친' 사후 대응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6월 발간한 '공공기관 장 등에 의한 성희롱 사건 처리 매뉴얼'을 보면, 기관장 임용 후 성희롱 및 성폭력 예방 조치로 '금지 의무 준수 서약서'를 제출토록 하고 있다. 사건 발생 후에야 박 회장이 제출한 '앞으로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서약서가 아닌 것이다.

부처는 또한 이 매뉴얼에서 "조직 내 성희롱, 성폭력 방지를 위한 계획서 제출, 체크리스트를 통한 기관장 및 임원 임용 예정자의 성희롱 판단력 및 성인지 감수성 등을 점검"을 강조하며 임용 전에도 기관장에 대한 성희롱 판단력을 점검하도록 했다.

한편,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박 회장을 둘러싼 '황제 의전' 의혹도 함께 불거졌다. 비상근 직급으로 연 2900만 원의 업무추진비와 차량을 지원받고도 지난해 9월부터는 월 720만 원씩 현금을 지급받았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

김순례 의원은 관련 보도자료에서 "박 회장이 받은 현금은 총액 1억 3천만 원에 달한다"며 "내부 고발자에 따르면 박 회장은 활동비 액수가 적다며 인상해줄 것을 사무총장에 요구했다"라고 주장했다. 임차료 120여만 원의 차량을 200여만 원 수준으로 바꿔 의전을 격상시켰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적십자사는 이에 남북 교류사업으로 인한 업무 증가를 이유로 들며 "업무지원과 차량 모두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라고 해명했다.

태그:#박경서, #대한적십자사, #적십자, #성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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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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