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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 위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광화문우체국에선 운영결과를 발표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 위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광화문우체국에선 운영결과를 발표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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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집배원 연간 노동시간은 2745시간으로 다른 노동자에 비해 연간 87일씩 더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정사업본부 노사는 이같은 장시간 노동을 과로사 원인으로 보고 2020년까지 집배원 2000명을 증원하고 토요일 배달 중단도 추진하기로 했다.

우정사업본부 노사와 민간 전문가 등 10명으로 구성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단장 노광표)은 22일 서울 광화문우체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배원 노동조건 실태조사 결과와 정책권고안을 발표했다.

집배노동자 1년에 2745시간 근무, 일반 노동자보다 87일 더 일해

기획추진단 조사 결과, 2017년 기준 우체국 집배 노동자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2745시간으로, 우리나라 임금노동자 평균(2016년 기준 2052시간)보다 693시간, OECD 회원국 평균(2016년 기준 1763시간)보다는 982시간 더 길었다. 하루 8시간 노동 기준으로 각각 87일, 123일을 더 일한 셈이다. 연간 노동시간이 3000시간을 넘는 우체국도 13곳(1388명 근무)으로 조사 대상 집배원의 8.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10년간 사망한 집배원 166명 가운데 근무 중 교통사고가 25건, 자살 23건, 뇌심혈관계질환 29건, 암이 55건 발생했다. 우정종사원 재해 건강영향특성 역학 조사 결과에서도 집배원 업무특성상 교통사고 등에 따른 외상, 대기오염물질 노출에 따른 호흡기질환, 과로에 따른 뇌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일반 인구집단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교통사고 등 손상으로 인한 골괴사는 4.16배, 척추증 2.53배 등이었고 고혈압질환은 1.75배, 동맥색전증 및 혈전증은 2.95배, 공기오염물질 노출에 따른 만성폐쇄성질환은 2.32배였다.

정규직 2000명 증원 합의... 토요배달 중단은 사회적 합의 추진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 노광표 단장이 22일 오전 서울 광화문우체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배원 노동조건 실태 조사 결과와 권고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 노광표 단장이 22일 오전 서울 광화문우체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배원 노동조건 실태 조사 결과와 권고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 우정사업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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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기획단은 집배원 2000명을 정규직으로 증원해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과중노동에서 탈피하라고 권고했다. 우정사업본부 노사는 우선 2019년에 1000명을 증원하고, 나머지 1000명은 재정 상황을 고려해 2020년 이후에 단계적으로 증원하기로 합의했다.

기획단은 현재 연간 2745시간인 집배원 근무시간을 주 52시간(연 2340시간)에 맞추려면 2017년 기준 2853명 증원이 필요하지만, 올해 경인지역을 중심으로 1101명을 이미 증원한 점을 감안해 2000명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우정사업본부는 집배원 1000명 증원시 월평균 초과근무 시간이 50시간에서 20시간으로 줄 것으로 보고 있다.

2018년 9월 말 현재 집배 노동자 수는 공무원 1만3456명, 상시집배원과 위탁배달원 등 비공무원 6798명 등 2만254명에 이른다. 우편 물량이 계속 감소하는 상황에서 집배원 증원이 합당한가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노광표 기획추진단장(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통상우편 감소에도 1인 가구가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도 같이 봐야 한다"면서 "앞으로 기술 발전이 집배 노동에 미치는 영향은 추후에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우편 물량은 최근 5년간 7억 통(연 4.2%) 줄었으나 소포는 연 4.8% 증가해 집배원의 체감 노동 강도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단 조사에서 소포 배달시 노동강도가 편지보다 40.5배 높게 나왔다.

아울러 노사는 장시간 노동 해소를 위해 토요 배달제 폐지에도 합의했지만 소비자 반발 등을 감안해 사회적 합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동호 전국우정노동조합 위원장은 "애초 집배노조는 6000명, 우정노조는 3800명 증원을 요구했지만 2000명 증원에 동의했다"면서 "내년 1000명을 1분기 내 증원해서 2019년 7월에 토요 배달을 폐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강석주 우정사업본부장은 "몇 년 전에도 1년 정도 토요배달을 중단했는데 (우편물량 감소, 소비자 반발 등) 비판이 나왔다"면서 "기획단에서 토요배달 중단을 권고했지만 집배원이 토요일에 근무하더라도 월요일에 쉬게 돼 있고 국민생활 불편 최소화 차원에서 토요 배달을 계속하면 좋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기획단은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안전보건관리시스템 구축, 집배 부하량산출시스템 개선 등 업무시스템과 조직문화 개선도 권고했다. 여기에는 우편요금 등기수수료 단계적 인상과 정기간행물 할인율 조정 등을 통한 우편 적자 보전이나 우편사업 손실을 우체국 이익금에서 우선 충당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도 포함돼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체국 집배원 근무 조건 개선이 민간 택배 노동자들의 노동실태에 대한 사회적 관심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노광표 단장은 "집배원 과중노동과 과로사 문제는 인원 충원만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 안전을 경시하는 조직 문화 등이 함께 개선돼야 한다"면서 "집배원만의 노동시간 단축이 아니라 미조직된 배달, 택배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으로 확장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태그:#우체국집배원, #집배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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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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