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20일 KBS <심야토론>에 나와 발언하는 이덕선 한유총 비대위원장.
 지난 20일 KBS <심야토론>에 나와 발언하는 이덕선 한유총 비대위원장.
ⓒ 방송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유치원 현장에서는 엄마가 원장하고 유치원 선생님을 감금하고 한시 반까지 붙들어놓고 그래서 유치원 원장이 사표 내겠다고 왔었습니다. 이거 저의 문제입니다.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 적어도 집권 여당이라면 팩트를 갖고 이야기를 해야지..."

이덕선 비대위원장 "내 유치원장 감금"... 학부모들 "허위사실 유포"

한국유치원총연합회(아래 한유총)의 이덕선 비대위원장이 지난 20일 오후 10시 30분부터 방송된 KBS <엄경철의 심야토론>에서 한 말이다. 사립유치원에 대한 학부모들의 항의 방식을 비판하기 위해서다. 정권이나 특정 단체가 궁지에 몰릴 때마다 나온 '감금론'이 이번에도 나온 셈이다.

이 비대위원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곳은 경기 화성시 동탄에 있는 리더스유치원. 이 유치원도 경기도교육청 감사에서 '부적절 지출' 등 비위 문제가 지적됐다.

그러자 이 유치원 학부모 100여 명은 지난 19일 오후 6시부터 20일 새벽 2시까지 이사장 직접 해명과 간담회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들이 '원장과 유치원 교사들을 감금했다'는 게 이 비대위원장의 주장인 것이다.

이에 감금 당사자로 지목된 리더스유치원 학부모들은 21일 성명을 내고 "이 이사장이 방송에 나와 '감금'이라 표현한 것은 명백한 명예훼손이자 허위사실 유포"라면서 "유치원 정문과 교무실 문은 누구나 드나들 수 있도록 활짝 열려 있었고, 그 자리에 있던 학부모들은 단 한 차례도 원장을 포함한 교직원 누구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은 적이 없다"라고 반박했다.

학부모들은 또 "이런 무책임한 사람을 비대위원장으로 둔 한유총은 대체 무엇을 위한 집단인가"라고 되물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A학부모는 이날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이사장이 스스로 잡은 간담회 일정이었는데 기자들이 있다는 이유로 이사장이 나타나지 않아 학부모들이 늦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라면서 "당시 현장엔 방송사 기자들이나 경찰도 왔다갔는데 우리가 무슨 감금을 했다는 것이냐"라고 하소연했다.

그렇다면 이 비대위원장으로부터 감금 피해자로 지목된 이 유치원 B원장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리더스유치원 정문.
 리더스유치원 정문.
ⓒ 윤근혁

관련사진보기

 
B원장은 21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감금당했느냐'는 물음에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학부모들이 있어서 밖으로 나올 수 없었다"라면서도 "부모들이 계시다면 관리해야 하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B원장은 "내가 먼저 나가려고 하지 않았다, 경찰한테도 '나가고 싶다'고 말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날 경찰은 잠시 유치원을 방문했다가 돌아갔다.

녹색 풍선 든 학부모 500명 "국가가 못 지켜주면 우리가 지켜줄게"

한편, 이날 동탄지역 학부모와 유치원생 500여 명은 오후 4시부터 1시간여 동안 동탄 센트럴파크 정문 앞 잔디밭에서 집회를 열었다. 동탄유치원비상대책위가 연 이날 시위의 이름은 '사립유치원 개혁과 믿을 수 있는 유아교육을 위한 집회'였다.
 
21일 집회에 참가한 유치원생들이 녹색 풍선을 하늘로 날리며 놀고 있다.
 21일 집회에 참가한 유치원생들이 녹색 풍선을 하늘로 날리며 놀고 있다.
ⓒ 윤근혁

관련사진보기

 
녹색 풍선을 든 참석자들은 '정부 입학시스템인 처음학교로를 통한 입학제 실시' '에듀파인 회계시스템 도입' '국공립 유치원 확충'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다음과 같은 손 팻말도 들고 있었다.

"원장님은 포도 한 박스, 아이들 간식은 포도 한 알"
"교육은 교육기관에서, 사업은 사업체에서, 도둑질은 이제 그만"
"유치원 비리는 가장 비열한 아동학대"


장성훈 비대위원장은 싹이 자란 썩은 감자를 들어 보이며 "우리 아이들이 이런 것을 먹었다"라고 말한 뒤 "원장의 주머니를 채웠던 비리가 없어져 우리 아이들이 뱃속을 채울 수 있길 바란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학부모는 진행팀에 보낸 편지를 통해 "지난해 국공립유치원 떨어지고 문제의 사립유치원에 아이를 보냈더니 '점심을 먹고도 배가 고프다'고 한다"라면서 "당신들은 대체 아이들을 볼모로 잡고 자신들의 배를 채우고 있었느냐, 커다란 '아기상어' 노래 속 상어처럼 그렇게 했느냐"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 학부모는 "애들아, 엄마 아빠가 지켜줄게"라고 약속했다. 이날 집회 주최 쪽도 사전 안내문에 "국가가 지켜줄 수 없다면 엄마, 아빠가 지켜줄게!"라는 구호를 적어놨다.
 
21일 집회에 참석자들이 손 팻말을 들고 있다.
 21일 집회에 참석자들이 손 팻말을 들고 있다.
ⓒ 윤근혁

관련사진보기

 
집회엔 부모 손을 잡고 나온 유치원생들이 많았다. 이들 가운데 몇몇은 집회 주최 쪽에서 나눠 준 녹색 풍선을 하늘 위로 쳐 올리며 놀았다. 이들 얼굴은 가을 하늘처럼 맑았다.

태그:#비리유치원, #감금론, #한유총
댓글1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