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준플레이오프가 한창이다. 하지만 야구 팬들은 한 해 농사의 운명이 결정되는 가을야구를 온전히 즐길 틈이 없다. 포스트시즌에서 탈락한 팀들을 중심으로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감독이나 단장 또는 방출 선수들이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단 4일 동안 세 팀의 감독과 두 팀의 단장이 교체됐고 40명이 넘는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올해 창단 후 첫 최하위에 머문 NC 다이노스는 유영준 감독대행 체제를 끝내고 지난 17일 이동욱 잔류군 수비코치를 제2대 감독으로 임명했다. 이동욱 감독은 현역 시절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7년 동안 활약했지만 통산 143경기에서 타율 .221 5홈런 26타점에 그쳤던 무명 선수 출신이다. 야구 팬들은 2년 전 넥센에 장정석 감독이 부임했을 때보다 더 놀라는 반응이다(그래도 장정석 감독은 1998년과 2000년 현대 유니콘스의 우승멤버였다).

롯데 자이언츠와 kt 위즈는 조원우 감독과 김진욱 감독 대신 양상문 전 LG트윈스 단장과 두산 베어스의 이강철 수석코치를 새 감독으로 선임했다. 양상문 감독은 지난 2004년부터 2005년까지 한 차례 롯데 감독을 맡은 적이 있고 이강철 감독은 데뷔 후 처음으로 1군 감독을 맡는다. 야구 팬들의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고 있는 두 스타플레이어 출신의 감독은 2019년 팬들을 열광시키는 성공적인 시즌을 만들 수 있을까.

장원준-강민호-채은성 발굴했던 안목 다시 한 번?
 
 지난 2017년 3월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블루스퀘어 삼성카드 홀에서 열린 2017 KBO 미디어데이에서 LG 트윈스의 양상문 감독이 올 시즌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 2017.3.27

지난 2017년 3월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블루스퀘어 삼성카드 홀에서 열린 2017 KBO 미디어데이에서 LG 트윈스의 양상문 감독이 올 시즌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 2017.3.27 ⓒ 연합뉴스

 
현역 시절 롯데와 태평양 돌핀스에서 9년 동안 활약하며 통산 63승을 올렸던 양상문 감독은 은퇴 후 롯데와 LG에서 투수코치로 활동하다가 2004년 롯데의 11대 감독으로 부임했다. 2001년부터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문 롯데는 양상문 감독 부임과 함께 FA 정수근과 이상목을 영입하며 성적 향상을 꾀했지만 2004년에도 4년 연속 꼴찌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롯데는 2005년 팀의 간판타자로 성장한 이대호와 외국인 선수 킷 펠로우, '전국구 에이스' 손민한을 앞세워 5위에 오르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특히 양상문 감독은 좌완 유망주 장원준(두산)과 포수 강민호(삼성 라이온즈)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선발 투수와 주전 포수로 기용했다. 하지만 양상문 감독은 4년 연속 꼴찌팀을 5위로 끌어 올렸음에도 2005년 마무리 훈련 도중 팀에서 경질됐다.

양상문 감독은 투수코치와 해설위원을 거치다가 2014년 5월 LG의 새 감독으로 부임했다. LG감독 시절에 대한 평가는 조금 엇갈린다. 물론 양상문 감독이 LG를 지도한 4년 동안 2번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던 지도력은 분명 인정 받아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지나친 '좌우놀이'나 불필요한 번트 남발, 이병규 은퇴와 이진영 이적으로 대표되는 베테랑 홀대 등 적지 않은 비판에 시달린 것도 사실이다. 

올해 LG의 단장을 역임하면서 가을야구 실패를 경험했지만 양상문 감독은 지난 19일 롯데의 신임 감독으로 내정됐다. 부산 출신으로 고향팀에 대한 애정은 의심의 여지가 없고 2년의 감독 생활을 포함해 롯데에서 무려 11년 동안 코칭스태프로 활동했을 만큼 롯데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지도자다. 오랜 세월이 지나긴 했지만 지난 2005년 조금은 찜찜하게 감독 자리에서 물러났던 만큼 다시 돌아올 명분도 부족하지 않다.

롯데 팬들은 롯데 감독 시절 장원준과 강민호를, LG감독 시절에는 채은성과 임정우, 김대현 등을 발굴했던 양상문 감독에게 이번에도 비슷한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롯데 마운드에는 김원중, 구승민, 박진형, 박세웅, 윤성빈, 서준원 등 아직 잠재력을 완전히 폭발시키지 못한 유망주들이 즐비하다. 이들 중에서 내년 시즌 롯데 마운드의 중심이 될 선수들이 나와준다면 양상문 감독 역시 부산 야구팬들에게 다시 한 번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KIA, 넥센, 두산 오가며 풍부한 지도자 경험 쌓은 '준비된 초보감독' 
 
 kt 이강철 새 감독(전 두산 수석코치)

kt 이강철 새 감독(전 두산 수석코치) ⓒ 연합뉴스

 
통산 63승을 거둔 롯데의 양상문 감독도 뛰어난 투수였지만 현역 시절 실적만 보면 '역대급 레전드'로 꼽히는 이강철 kt 신임 감독에는 비할 수 없다. 통산 152승으로 역대 다승 3위에 올라 있는 이강철 감독은 10년 연속 10승과 100탈삼진, 5번의 한국시리즈 우승, 1996년 한국시리즈 MVP 같은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슈퍼스타 출신이다.

지도자로서도 이강철 감독은 성공가도를 달려왔다. 친정팀 KIA타이거즈의 투수코치로 활동했던 2009년에는 KIA가 통산 10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넥센의 수석코치를 역임한 4년 동안 넥센은 한 번도 빠짐 없이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두산의 수석코치를 맡고 있는 올 시즌에도 두산은 압도적인 전력으로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시리즈에 선착했다. 특히 2년 차 사이드암 박치국에게 커브와 체인지업을 전수해 박치국을 국가대표 선수로 성장시켰다.

결국 이강철 감독은 2019년부터 조범현 감독, 김진욱 감독에 이어 kt를 이끌 3대 감독으로 선임됐다. 작년 한용덕 감독(한화)의 감독 발표 시기를 늦춘 것이 팀 분위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한 두산 구단은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퍼지기 전에 미리 발표를 하는 쪽을 선택했다. 이로써 두산은 작년의 한용덕 감독에 이어 2년 연속 김태형 감독을 보좌하던 수석 코치를 다른 팀 감독으로 보내게 됐다.  

이강철 감독은 KIA 코치 시절이던 2009년 유동훈을 '언터처블 마무리'로 만들었고 넥센 수석코치 시절에는 한현희를 홀드왕으로 키웠으며 올해는 박치국을 국가대표로 성장시켰다. 물론 코치 시절처럼 특정 선수를 집중지도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kt에는 시속 150km를 상회하는 빠른 공을 던지는 '광속 사이드암' 엄상백이 있다. kt 팬들은 좋은 재능을 갖고 있지만 아직 완벽한 필승조로 성장하지 못한 엄상백이 내년 시즌 '이강철 매직'을 누리게 되길 기대하고 있다.

선동열 감독과 류중일 감독(LG), 그리고 김태형 감독은 모두 감독 부임 첫 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올 시즌 9위에 머문 kt가 당장 내년 시즌 우승을 다툴 만큼 비약적인 순위상승을 이루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이 부임 첫 시즌부터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며 KBO리그에 안착한 감독들처럼 풍부한 코치 경험을 통해 충분한 감독 수업을 받은 지도자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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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KT위즈 양상문 감독 이강철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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