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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학자가 바라본 '4대강 이야기'

공주대 정민걸 교수가 말하는 4대강이란?
18.10.22 16:47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지난 2010년 4대강 사업 당시 충남 부여군 부소산성 앞에서 4대강 반대 기자회견을 하던 모습. ⓒ 김종술
  유치원 지원금 비리에서 보듯 세금으로 지원되는 사업 중 상당수가 사업의 목적에서 벗어나 개인적 이익을 위해 사업비를 지출하는 일종의 횡령이 저질러져왔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국가정책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사업이 개인적 이익을 위해 세금으로 마련된 사업비를 횡령하는 데 이용되는 것이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은이는 그렇게 그릇된 사업의 대표적인 예로 추정되는 4대강사업의 본질과 추진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을 살펴보고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정민걸 공주대학교 환경교육과 교수가 '4대강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지난 2009년부터 4대강 사업을 반대해온 학자이자 자타가 인정하는 보수다. 그런 그는 서슬 퍼런 이명박 정권에서 거침없는 행동으로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그의 일화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2010년 10월 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영산강·금강유역·전주지방환경청에 대한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한 정민걸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퇴장을 명령 받았다.

"(4대강 사업을 지적하며) 식수로 사용하지 않는 영산강의 수질개선을 위해 천문학적인 세금을 투입하는 사업은 문제가 있다. 시장의 약장수가 약을 파는 것처럼 사업을 추진해서는 안 되고 대통령을 잘못 보좌한 공무원들과 숫자놀음 하듯 사업을 밀어붙이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사퇴해야 한다."

고성이 오가며 국감장은 한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은 "발언을 막지 않았다"고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정 교수의 사과를 요구했다. 국감장에서 막말하는 것이 교수로서 적절한 행동이냐. 정교수를 증인으로 출석시켜 엄중히 따져 물어야 한다는 의원의 질타까지 터져 나왔다.

그러나 정 교수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특정정당을 언급한 것은 죄송하지만 교수가 국회의원들 밑이나 닦으라고 있는 자리가 아니다"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가 펴낸 책 '진보의 짜수 4대강 이야기'는 간디서원에서 출간했다. 다음은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금모레 빛 4대강 회복의 길

책에서는 사업 초기부터 꼬집었다. 잘못으로 빚어진 문제를 되돌리는 과정은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므로 현 상태를 면밀하게 조사·평가한 후 대형보를 철거하여 수서생물이나 강변 모래톱과 식생이 자연스럽게 스스로 회복되게 하면 4대강사업이 잉태한 생태와 사회의 재앙은 사라질 것이다.

그런데 생태복원사업이 필요하다고 목청을 높이며 서두르는 일부 생태조경업자들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자연의 과정을 거스르는 그러한 인위의 공간을 조성하는 생태복원 사업은 4대강사업처럼 국민의 혈세만 낭비할 뿐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수문개방 중인 보의 향후 문제까지 지적했다. 섣부른 판단이 화를 불러 올수 있다는 내용이다.
 
필자는 4대강 사업을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농락했다고 표현했다. 무슨 이유로 농락이라는 표현을 썼을까? 그의 표현대로라면 4대강사업의 진행과정에서 보여준 홍보와 선전은, 불행한 일을 강조하여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국민의 바람이 커지게 한 것이라고 적시했다.
 
사람은 긍정의 사고로 희망을 지녀야 이 세상을 살아갈 맛이 난다고 한다. 그런 희망을 줄 것 같은 후보자에게 국민들이 표를 주어 그를 대통령으로 뽑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정치권이 지키지도 못할 공적인 약속인 공약(公約)을 남발한다. 그러니 사람들은 공약을 헛약속이라는 뜻으로 공약(空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헛약속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너무 환상적인 경우가 많다. 영어 표현의 'too good to be true'도 일종의 헛약속에 대한 경고의 표현이다. 이런 포장을 잘 하는 사람은 사기꾼이다. 그래서 그런지 전 세계 모두 정치가를 사기꾼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다.

4대강사업 추진 방식은 불행이 곧 닥칠 것처럼 혼을 빼놓은 후에, 불행 방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굿판을 벌이며 마치 그런 불행이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착각하게 함으로써 돈을 갈취하는 선무당의 전형적인 사기 수법과 닮았다.

4대강사업, 자연을 앗아가다
 
지난 2014년 태형동물인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했을 때 정 교수는 금강을 찾아 사진을 찍고 기록했다. ⓒ 김종술
  4대강 준공과 동시에 금강에서는 물고기 때죽음이 발생했다. 10여 일간 진행된 물고기 떼죽음이 벌어진 당시에 필자는 현장을 자주 찾았다. 당시 기자는 죽음의 현장을 기록하는 정민걸 교수를 자주 볼 수 있었다. 물고기 사체 앞에 선 그의 얼굴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학자는 당시 기억을 이렇게 옮겼다.
 
금강 물고기 대량 집단폐사는 이명박 정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물고기 폐사 초기에 사체를 수거하며 사건을 감추기에만 급급하여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그 결과 물고기 150만 마리 이상이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역사적인 물고기 집단폐사로 확대된 듯하다.

어쩌면 백제보의 4대강사업 홍보관 초청 행사를 계속하기 위해 밤에 수문을 열자 직상류에 갇혀 있던 물고기 사체와 문제가 있는 고인 물이, 갑작스럽게 하류로 내려오는 바람에 제2차 물고기 집단폐사가 백제보 하류에서 발생한 것이 아닌지 의문스럽다.

4대강의 계단 늪은 이제 이런 위험보다 더 직접적인 위험이 상존하게 되었다. 녹조가 번성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계절을 타지 않고 연중 녹조가 번성하게 되었다. 단순하게 녹조가 번성하는 것이 아니라, 이 녹조 속에 남조류(남세균)라고 하는 수온이 높은 곳에서 잘 자라는 독소물질을 분비하는 조류가 함께 번성하게 된 것이다.

이들 남조류가 동물은 물론 사람에게 치명적인 독소물질을 만든다는 것이다. 아열대지역에서는 남조류의 독소물질 때문에 물가의 동물들이 폐사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한다. 브라질에서는 심지어 남조류가 번성한 물이 정수되어 신장투석에 이용된 환자 131명 중 52명이 간독성 때문에 사망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남조류 독소는 간암 등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된 바도 있으며, 최소한 암 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주대학교 환경교육과 정민걸 교수가 쓴 '4대강 이야기' ⓒ 김종술
  '대다수 국민은 청렴과 선비 정신 같은 진짜 보수의 가치가 보전되기를 바란다'란 그가 있기에 존중받을 것이다. 보수 학자가 바라본 4대강 사업을 과연 정당했을까 하는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 그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4대강사업을 반대한 사람들 상당수는 실질적으로는 보수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비리로 물든 부패 권력을 비판하고 몰아내는 것이다. 사회의 올바름(윤리, 도덕)이 지켜지기를 바라고 부패한 권력을 비판하고, 사익을 탐하기 위해 이용되기 때문에 4대강사업을 반대한 것이다. 그들은 전통문화와 윤리가 지켜지기를 바란 것이다.

4대강 회복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4대강사업이 초래한 폐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제안들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은 4대강사업의 예들과 다름없이 강의 역동성이나 자연성을 무시하고 토목과 조경공사로 눈먼 돈을 챙기던 버릇에 의존할지 모른다. 4대강사업을 되돌려 우리의 4대강을 되찾는 일이 다시 탐욕을 채우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

대형보가 철거되면 자연은 스스로 강을 회복할 것이다. 원래 우리나라처럼 하상의 기울기가 커 물의 흐름이 빠르고 계절별 우량의 변동이 큰 강은 매년 변하는 물의 역동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는 생물과 같다, 따라서 현 상태를 면밀하게 조사하고 평가한 후 세심하게 계획을 세워 대형보를 철거하면 수서생물이나 강변 모래톱과 식생은 자연스럽게 회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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