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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이 말하는 내가 아니라, 내 자신 본연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전시‘가 주는 울림은 꽤 컸다.
▲ 파랑새 프로젝트를 찾아 스페이스 오매에 온 관객들.  남이 말하는 내가 아니라, 내 자신 본연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전시‘가 주는 울림은 꽤 컸다.
ⓒ 쿨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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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가들에게 전시는 작가로 치면 출판이고, 영화감독에게는 개봉이다. 활동의 총 결산이면서, 이제 '흥행'이 판가름나는 순간에 서게 된다. 관객은 작가의 목소리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지난 10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성수동 스페이스 오매에서 열린 파랑새 프로젝트엔 스물 다섯의 작가, 열일곱 개의 작품이 놓였다. 설치작업물은 걸리고, 애니메이션과 영화가 내내 상영됐고, 회화와 사진이 구석구석 붙었다. 노래도 악보와 QR코드와 함께 주연의 자리에 섰다. 문이 열린 동안, 관람객은 문밖에 줄 서고, '공연장'엔 관중이 빽빽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진행한 아트크루 '쿨피스(c00lpiece)'를 지난 14일 전시장 루프탑에서 만났다.     


남들이 내게 하는 말 말고, 내가 내게 주는 말 듣고 싶었다
 
왼쪽부터 핫펠트(예은), 기획자 김강민과 발코. 예은이 인스타그램에 적었던 blue bird fly 가삿말로부터 이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이번 파랑새 프로젝트는 아트크루 쿨피스의 첫 작품이다.
 왼쪽부터 핫펠트(예은), 기획자 김강민과 발코. 예은이 인스타그램에 적었던 blue bird fly 가삿말로부터 이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이번 파랑새 프로젝트는 아트크루 쿨피스의 첫 작품이다.
ⓒ 쿨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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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에서 우리가 본 공연이나 전시 말고, 그 이전을 알고 싶다. 처음 파랑새 프로젝트가 기획된 순간이 궁금하다.
발코 : "모든 건, 핫펠트(예은)가 쓴 한 편 노랫말에서 시작했다. 원더걸스 시절, 예은은 자신이 꽃인 줄 알았다고 했다. 남들이 그러니까. 그런데 사실 자신은 날개 달린 새라는 걸 발견했다는 가삿말이었다. 남들 혹은 사회가 내게 하는 이야기 말고, 스스로가 자신에게 하는 목소리에 귀기울여보자는 게 우리 기획이었다."

- 아트 크루 '쿨피스'라고 소개돼 있다. 이것이 첫 프로젝트라고?
강민 : "예은과는 고교 때 만나 친하게 됐다. 가족 같다. 예은이 JYP에서 아메바컬쳐로 이적한 후 핫펠트로 작업하면서 담당 A&R(음반제작)로 함께 일했다. 둘이 무슨 프로젝트를 한다고 했었는데, 진척이 없더라.

난 중간에 붙었다. 예은은 '이런 거 하자!'하고 사라진다(웃음). 내가 자료 모으고 기획해서 던지면, 다시 그녀가 다시 이건 되고, 저건 안 되고 선별을 해준다. 이슈를 던지고 방향을 제시하는 거지. 현장에 가보면 발코가 그 일을 와장창 해나간다. 현장경험이 많으니까. 그렇게 프로젝트가 흘러왔다."


- 프로젝트엔 스물 다섯 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그들을 모은 과정은?
강민 : "기본적으론 핫펠트(예은)이 가진 SNS상의 영향력이 컸다. 우리 쿨피스도 인스타그램을 갖고 있고. 처음엔 '출판'을 생각했다. 우리 관계망엔 영상, 춤, 곡 쓰는 이들과 노래 부르는 이도 있고, 그림 그리거나 스토리를 쓰는 이들도 있다. 그들에게 주제를 던져주고 서로 만나길 원했다.

그들을 엮자니 '출판'으론 한계가 있었다. 게시판에 댓글 달고, 그걸 타고 들어가면 각자의 인스타나 페이스북에서 그들 작품과 만났다. '졸업전시 때, 같이 할래?' 하듯이 일을 나눴고 협력이 생겼다. 그걸 담는 그릇이 이번 프로젝트였다. 훨씬 더 많은 이들이, 다양한 작업으로 참여했다."

발코는 자신이 삼국지이 장비라 했다. '몸빵'이라고. 파랑새 프로젝트의 메니저와 쿨피스 오퍼레이터를 맡고 있는 김강민은 관우. 예은은 자연스럽게 유비다. 셋은 기획자로, 작가로, 연출과 진행자로 역할을 바꾸어가며 프로젝트에도 함께했다.


강민 : "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유기적이고 동시에 확장성을 갖는다. 예를 들면 예은이 가진 영향력의 자장은 보이지 않는 관계망으로 뻗어간다. 주제가 던져지면 이를 통해 제2플랫폼이 형성되고, 각자의 댓글을 타고 들어가 서로 개인적 관계가 맺어지면 제3의 플랫폼이 형성되는 식이다. 나도 SNS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질까 의구심이 있었다. 하고 나서 보니까, 우린 벌써 그 영향을 받는 세대, 그리고 그렇게 연결된 세계에 사는 세대구나 하고 느꼈다."

쿨한 작품들, 쿨한 평화 지으려 했다

 
 <위> 곽예인 작가가 ‘당신과 나의 소녀시절’을 주제로 관객과 이야기 나누고 있다. <아래> 왼편 홍성향씨는 ‘셀프 코칭’으로 질문을 뽑았다. 오른편 이승현 작가는 그걸 설치작품으로 엮었다.
▲ “쿨한 작품, 쿨한 평화.” 이것이 발코가 밝힌 쿨피스의 생각이었다.  <위> 곽예인 작가가 ‘당신과 나의 소녀시절’을 주제로 관객과 이야기 나누고 있다. <아래> 왼편 홍성향씨는 ‘셀프 코칭’으로 질문을 뽑았다. 오른편 이승현 작가는 그걸 설치작품으로 엮었다.
ⓒ 원동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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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쿨피스는 왜 쿨피스인가?
발코 : "기획 이야기를 하면서 매운 떡볶이를 먹다보니까, 따라서 쿨피스가 나왔다. '아! 그래, 쿨피스로 하자.' 이렇게 됐다. 다만 예은과 내가 좀 달랐다. 예은은 쿨(cool)한 작품(piece)들을 생각했다. 나는 쿨한 평화(peace)를 말했다. 생각해보면, 쿨한 작품들, 서로 다양한 이들의 공존이야말로 평화 아닐까?

- 작품들에서 페미니즘, 여성주의적 목소리가 많았다. 7인의 인터뷰가 실린 삽화, 옆에 있던 4개의 옴니버스 영상 <어하ㅇ>도 여성들이 주인공이었다. 애니메이션 웨이큰(자각)의 주인공도 날개가 돋아난 소녀였고… 특별히 그걸 주제로 했었나?
강민 : "우리 모두 이 전시가 어떤 단어나 카테고리로 한정되길 원하지 않았다. 다만 참여 작가 중 한 분을 빼곤 모두 여성이었고, 그들 중엔 그 목소리를 낸 분들도 있었다. 남이 말하는 내가 아니라, 내 자신의 생각과 느낌대로 살자는 주제로 적합했으니까. 하지만 실제 전시엔 다양한 목소리와 시도가 있었다."

발코 : "어떤 주제는 말하면 할수록 편견과 선입견이 더 강화되는지 모른다. '여성주의-남성주의' 이런 대립구도는 공격성과 방어전을 강화한다. 우린 그저 내가 할 이야기를 할 뿐이고, 정확히 그가 그 말의 주인으로서 존중받는 것이 더 핵심이다.

자기 인권에 대해 각자 이야기하는 세상보다, 그저 '나는 이런데, 너는 그렇구나!' 정도로만 서로를 바라봐 주는 세상이 더 아름답지 않나? 우리 그런 공간과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고, 그렇게 마련된 장소에서 17팀 25명의 작가들이 서로의 이야길 한바탕 한 거다."

태그:#핫펠트, #파랑새프로젝트, #쿨피스, #스페이스오매, #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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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읽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사진 찍고, 흙길을 걷는다. 글자 없는 책을 읽고, 모양 없는 형상을 보는 꿈을 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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