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8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열렸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5차전 경기에서 밀워키 브루어스의 선발투수는 왼손 투수 웨이드 마일리였다. 마일리는 2차전에 선발로 등판하여 류현진과의 선발 맞대결에서 우위를 보였으나 8회 다저스의 역전으로 승리가 날아간 적이 있었다.

클레이튼 커쇼가 주자 견제 성공까지 포함하여 1회초를 무실점으로 막고 내려간 뒤, 1회말 수비를 위해 마일리가 마운드에 올랐다. 그런데 마일리는 다저스의 첫 타자인 코디 벨린저만 상대하고 갑자기 교체됐다. 단 5구밖에 던지지 않았던 마일리는 크레이그 카운셀 감독의 결정에 다소 불만이 있는 듯한 표정으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후 브루어스는 1차전에서 2번째 투수로 등판하여 커쇼를 상대로 홈런을 날린 적이 있었던 브랜든 우드러프를 투입하여 경기를 진행했다. 우드러프의 호투로 인해 다저스 타선은 4회까지 점수를 내지 못하다가 5회말이 되어서야 1-1 동점을 이루고 역전승을 거뒀다.

참신했던 '시작투수' 운영, 포스트 시즌에서 응용한 브루어스

올 시즌 '시작투수'의 개념은 탬파베이 레이스의 투수 운영으로 인해 관심을 끌었다. 블레이크 스넬 등 일부 투수들로 선발 로테이션을 꾸렸지만, 5명을 완벽하게 채우지 못한 레이스는 로테이션의 절반은 정상적인 선발투수 루틴으로 경기를 운영하고 나머지 경기는 불펜 이어 던지기로 시즌을 운영했다.

보통 불펜 데이라고 하면 선발 로테이션에 없는 선수라도 선발 등판 이력이 있거나 긴 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롱 릴리프 요원들이 선발로 등판하여 2~3이닝을 책임진다. 그러나 레이스는 필승조 수준의 요원들을 시작 투수로 투입하여 1~2이닝을 던지게 한 뒤, 중간 투수들로 긴 이닝을 던지는 투수들을 투입하는 전략을 썼다.

이러했던 레이스의 투수 운영은 열악한 선발 로테이션의 사정을 극복하고 효율적으로 시즌을 운영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레이스의 케빈 캐시 감독은 시즌이 끝나자마자 레이스와 6년 장기 계약으로 감독직을 연장했다.

효과적인 불펜 운영으로 레이스는 정규 시즌 90승 72패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이는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챔피언을 차지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동률이었지만,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3위 및 리그 와일드 카드 3위에 그치면서 90승을 거두고도 포스트 시즌에 나가지 못한 팀이 됐다.

다만 이런 시작투수 전략은 162경기나 되는 정규 시즌보다는 단기전인 포스트 시즌에 더 유용한 전략이 될 수도 있다. 레이스의 경우는 구단이 예산 문제로 선수를 영입하지 못했고 크리스 아처(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등도 시즌 중 트레이드로 처분해야 했을 정도로 열악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이너리그에서 선수들을 끌어올려 선수단 25명을 채운 뒤 운영한 불펜 이어 던지기였다.

브루어스는 올 시즌 타이 브레이커까지 치르면서 내셔널리그 승률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시즌 막판 기적의 상승세를 타면서 이뤄진 성과인데, 문제는 줄리스 차신을 제외하고 확실하게 한 경기를 맡길 만한 선발투수가 없어서 웨이버 시장에서 지오 곤잘레스를 영입했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 곤잘레스도 4차전에서 치명적인 부상을 입는 바람에 더 이상 포스트 시즌에서 뛸 수 없게 됐다.

이에 브루어스는 디비전 시리즈에서도 1차전에 우드러프를 시작투수로 올려 3이닝을 던지게 한 뒤 이어 던지기를 했고, 2차전은 차신이 5이닝 무실점으로 버텨줬다. 3차전에서는 마일리가 4.2이닝을 던진 뒤 퀵후크 전략으로 또 이어 던지기를 했다.

카운셀 감독의 오프너 퀵후크, 더 이상 속지 않는 로버츠 감독

선수 층이 두터웠던 다저스는 1루수와 외야 포지션에 걸친 플래툰 시스템으로 정규 시즌을 운영해왔다. 트레이드 시장에서 베테랑 데이비드 프리즈를 영입했던 다저스는 주전 1루수 맥스 먼시가 왼손 타자인 점을 감안하여 이후 왼손 투수를 상대하기 위한 1루수로 프리즈를 종종 출전시키기도 했다.

포스트 시즌에서도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상대 팀의 선발투수가 왼손 투수일 경우 선발 1루수로 먼시가 아닌 프리즈를 출전시켰다. 그리고 상대 팀이 오른손 투수로 교체하면 그 즉시 프리즈를 먼시로 교체하는 작전을 펼쳤다. 프리즈가 2011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MVP와 월드 시리즈 MVP를 차지한 이력이 있지만, 지금은 그 때처럼 풀 타임으로 활용이 가능한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브루어스는 1차전에서 곤잘레스(좌)를 2이닝만 던지게 한 뒤 우드러프(우투좌타)에게 2이닝을 그리고 조쉬 헤이더에게 3이닝을 맡겼다. 2차전에서는 마일리(좌)가 5.2이닝을 던지면서 선발투수로서의 정상적인 루틴을 소화했다. 3차전에서도 차신(우)이 5.1이닝을 던졌다.

그런데 4차전과 5차전에서 브루어스는 2경기 연속 오프너 퀵후크를 단행했다. 4차전에서 첫 투수로 나왔던 곤잘레스는 1이닝만 던지고 프레디 페랄타(우)로 교체됐다. 물론 곤잘레스의 교체가 1이닝 만에 이뤄진 것에 대해서는 곤잘레스의 부상 사유가 있었고, 로스터 교체 규정에 의해 곤잘레스는 월드 시리즈에서도 출전할 수 없게 됐다.

4차전 곤잘레스의 교체는 부상 때문이었다고 쳐도, 5차전에서는 다저스의 선수단이나 중계진뿐만 아니라 이 날 마운드에서 교체된 마일리조차도 불만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선발 로테이션이 빈약하여 3일만 휴식을 취한 뒤 올라온 마일리였는데, 공 5개만 던지고(볼넷) 하루 쉰 뒤 6차전에 또 선발로 예고됐다. 마일리의 뒤를 이어 올라온 우드러프는 5.1이닝 2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됐다(70구).

그리고 로버츠 감독은 1차전과 4차전에서 선발 1루수로 프리즈(우)를 출전시켰다가 브루어스가 투수를 바꾼 시점에 바로 먼시(좌)로 교체했다. 이로 인해 경기 후반 중요한 대타 찬스가 있을 때 투입할 수 있는 중요한 선수 자원 한 명을 쓸 수 없는 상황들이 발생했고, 결국 4차전은 연장 13회까지 지루한 승부가 이어졌다.

그러나 5차전에서 로버츠 감독은 평소 마일리를 상대할 때와는 다른 타선을 짰다. 2차전에서 마일리를 상대로 고전한 적도 있었고, 브루어스의 투수진 운영에 의해 교체 자원들을 일찍 꺼내는 소모 전략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이 날 다저스는 프리즈를 1루수로, 먼시를 2루수로 선발 출전시키면서 두 선수가 서로 교체되는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았다. 경기 후반 브라이언 도저를 투입하면서 프리즈를 교체한 뒤 먼시의 수비 위치만 2루에서 1루로 옮겼을 뿐이다.

두 팀은 전날 연장 13회까지 이어지는 승부 때문에 불펜에 있는 자원을 모두 소모했다. 6차전 선발투수로 예고된 류현진이 만일을 대비해서 불펜에서 몸을 풀었을 정도였다. 다행히 다저스는 커쇼가 5차전에서 7이닝 1실점 승리를 거두면서 중간계투 소모는 아꼈지만, 9회에 투수 3명을 썼던 점이 아쉬웠다.

이제 시리즈는 다시 위스콘신 주 밀워키의 밀러 파크로 옮겨간다. 3승 2패로 앞서있는 다저스는 6차전에서 류현진을 내세워 시리즈를 끝낼 기회를 얻었고, 브루어스는 5구만 던졌던 마일리가 다시 선발로 나서 반격을 노린다. 첫 번째 투수를 5구 만에 교체할 정도로 기상천외한 전략을 쓰는 카운셀 감독과 이에 대응하는 로버츠 감독의 전략 대결이 6차전에서 어떠한 결과를 만들어낼지 지켜보자.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MLB 메이저리그야구 LA다저스 밀워키브루어스 내셔널리그챔피언십시리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