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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낭독봉사자와 함께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쓴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를 읽었다. 책을 어느 정도 읽은 후에 장애인 콜택시 불렀다. 상암 하늘공원에서 열린 억새축제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억새축제는 해마다 있지만 나에게는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억새축제가 있다는 건 알았지만 사람이 많고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조용한 곳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몇 시간씩 사람들 틈에 섞여 돌아다니는 것이 영 쉬운 일은 아니다. 그뿐만이 아니다. 서울에 살긴 하지만 같이 갈 사람을 구하기 어렵고, 보지를 못 하니 무엇을 구경하고 올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야말로 억새축제에 한 번 가보고 말리라는 결심을 했다.  
 
억세축제
 억세축제
ⓒ 조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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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콜택시를 타고 하늘공원 주차장에 도착했다. 걸어 올라가긴 힘들다고 판단해 전기차를 타려 줄을 섰다. 줄을 선 사람이 많아 30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 왕복 전기차 요금은 2000원(장애인 50% 할인)이었다. 하지만 동반한 사람은 할인해주지 않았다. 도합 6000원을 내고 줄을 기다리려니 다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집 나오면 고생'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관리자에게 장애인 우선 탑승이 가능한지 물었지만 그런 제도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에버랜드와 롯데월드의 경우 장애인 우선 탑승제도가 있다. 하지만 이곳은 그런 제도가 없어 주말 같은 경우는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도 기다려야 한다. 이날은 평일이라 사람이 그나마 적어 다행이었지만 주말에 방문한다면 힘들 것 같다.

마침내 내 순서가 되어 낭독봉사자와 함께 맹꽁이 전기차에 올랐다. 가을이 깊어 가는지 바람이 얼굴을 스쳐 갈 때 쌀쌀한 느낌이 들었다. 걸어서 올라가는 사람도 종종 보였다. 전기차에서 내리자 드넓은 억새밭이 펼쳐졌다.

시각장애인인 나는 보질 못하니 소리를 들었다. 억새밭에서 쉬익쉬익 바람이 불 때마다 억새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시원한 공기, 강바람, 수군대는 사람들의 소리, 사진 찍는 소리, 다정한 대화 소리... 내가 느낀 전부다. 봉사자와 함께 억새밭을 둘러보고 전망 좋은 한강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었다.
  
하늘공원에서 바라본 한강
 하늘공원에서 바라본 한강
ⓒ 조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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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장애인은 억새가 어떻게 생겼는지 무슨 색깔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봉사자에게 좀 만져보게 해달라고 부탁했고, 봉사자는 나를 친절하게 억새밭으로 안내했다. 억새를 만져보니 생각보다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봉사자는 노을이 지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말했다. 예쁜 옷을 입은 나무도 있었다. 아마 곧 올 겨울을 대비한 모양이다.

시각장애인은 나들이를 하거나 구경을 할 때 가급적 만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또 사람들 소리, 바람 소리 이런 것들이 유일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생태공원이나 억새축제에 가급적 만져볼 수 있는 장소를 많이 만들면 좋겠다. 점자안내 가이드가 있다면 한층 더 깊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많은 여행지에 점자가이드가 없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이 여행에 대한 즐거움을 느끼기 어렵다. 비장애인처럼 똑같이 느끼고 즐길 수는 없겠지만 이런 부분들이 개선되어 시각장애인 나름대로 그 특성에 맞게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억새축제에 간 기자
 억새축제에 간 기자
ⓒ 조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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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억새축제, #하늘공원, #상암, #시각장애, #조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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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둠 속에서도 색채있는 삶을 살아온 시각장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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