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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웹툰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연재한 김양수 (필명 해츨링) 작가가 헌법재판소 앞에서 촬영을 하고 있다.
 법률 웹툰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연재한 김양수 (필명 해츨링) 작가가 헌법재판소 앞에서 촬영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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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양씨와 고현정씨요? 좋다는 말은 너무 뻔한 것 같고, 엄청 기대되죠!"

2016년 방영된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시즌2로 돌아온다. 내부고발 검사 조들호의 변호사 인생을 담은 드라마는 시즌1 시청률이 17.3%를 기록할 만큼 시청자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시즌1에 조들호 역할로 출연한 박신양씨와 새로 합류한 고현정씨가 시즌2에 출연한다.

이 드라마의 원작은 2013년 탄생한 동명의 웹툰이다. 만화계에선 드문 '법'이란 소재로 지난해 12월까지 연재를 마친 김양수 작가(37·필명 해츨링)는 두 배우의 출연 소식에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만난 그는 "최초 조들호라는 캐릭터를 구상할 때 변호사답지 않은 변호사, 그냥 동네 아저씨 같은 사람을 떠올렸다"라며 "시즌1에 출연했던 박신양씨가 조들호 특유의 껄렁거림을 너무 잘 표현해줬다"라고 떠올렸다.

이어 "박신양씨가 캐릭터를 철저히 연구하는 사람으로 유명하지 않나"라며 "법정에서 크게 소리치며 눈물을 자아내는 부분도 좋았지만 일상생활의 소소한 모습들을 너무 잘 살려줬다"라고 덧붙였다. 시즌2에 새롭게 출연하는 고현정씨를 두고는 "아직 어떤 역할인지 잘 모르지만 이번 드라마에서 자신이 해보고 싶은 역할을 원 없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소 고현정씨가 사회의 불합리한 것에 목소리를 내온, 특히 본인이 속한 '미디어 판'이 좀 더 공정하길 바라는 배우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 분이 이 드라마에 출연한다는 건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블랙리스트? 박근혜보다보다 더 두려웠던 건..."
  
웹툰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연재한 필명 '해츨링' 김양수 작가.
 웹툰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연재한 필명 "해츨링" 김양수 작가.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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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작가는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선거에서 당시 야당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돌이켜보면 한 정부부처의 외주 제작 요청이 끊긴 것도 정확히 박근혜 정부 때였다. 블랙리스트 명단이 공개됐을 때 "그저 기가 막혔다"던 그는 "사실 더 두려웠던 게 있다"고 떠올렸다.

"몇몇 분들께서 '정부가 그런 걸 만들어 관리할 수도 있지'라고 말씀하시더라. 작가들 입장에선 유태인 수용소 목록을 만든 거나 다름없는데... 그런 인식들이 박근혜란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또 다른 박근혜를 만들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안타까움을 넘어 두려운 마음이었다."

그가 법을 주제로 만화를 그린 이후 사법부에선 두 가지 큰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 다른 하나는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이다.

김 작가는 "TV로 탄핵 결정 상황을 보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히 떠오른다"며 "사법부의 권한으로 권력자를 교체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민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였다"라며 "헌법재판소가 국민이 바라던 바를 잘 읽어줘서 감사했다"라고 설명했다. 사법농단과 관련해서는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사법농단? 재판거래? 이전에도 사법부를 향한 불신은 있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사법부가 마지막 보루다', '최소한 기계적으로라도 중립을 지킬 것이다'라고 생각하지 않았나.

그런데 이러한 생각이 모두 무너져버린 것 같다. 궁금한 건 이미 여러 차례 증거가 훼손된 것으로 밝혀졌는데 아무도 구속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요 압수수색 영장도 매번 법원에 의해 기각되고 있다. 이해되지 않는 것이 너무도 많다. '우리 모두가 사법부 불신을 선언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


"사람이 아무리 노력해도 구멍 생겨... 그걸 메우는 게 법"
 
웹툰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연재한 필명 '해츨링' 김양수 작가.
 웹툰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연재한 필명 "해츨링" 김양수 작가.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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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작가는 "사람이 아무리 완벽해도 구멍은 생길 수밖에 없고 그걸 메워주는 게 법"이란 생각을 하고 있다. 최근 퓨마 사살 사건을 두고도 자신이 그렸던 '동물보호법' 편이 떠올랐다. 2013년 한 동물원의 사육사가 호랑이에게 물려 사망한 사건을 다룬 해당 편은 동물보호법의 문제점을 다루고 있다.

"25년 동안 곤충 사육사였던 분이 갑자기 맹수 사육동으로 보내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취재를 위해 여러 동물원을 찾아갔는데, 세 번을 찾아간 끝에 한 사육사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작은 규모의 동물원도 아니었는데 호랑이, 사자, 곰 등 여러 마리의 맹수가 있는 사육동을 두 명이서 교대로 관리한다더라.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사육사들은 철창 하나에 의지한 채 호랑이와 1m도 안 되는 거리에서 일하고 있었다. 법이 개선되지 않는 한 똑같은 일이 또 벌어질 것 같았다. 그땐 사람이 희생된 거고, 이번엔 퓨마가 희생된 것 아닌가. 퓨마 사건을 두고 사육사를 향한 비난이 많이 쏟아졌는데 사람이 아무리 노력해도 구멍은 생길 수밖에 없다. 결국 그 구멍을 메우는 건 법이다."


5년 가까이 법정물을 그린 김 작가는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묻는 질문에 "법이 참 다양하더라"라고 답했다. 그는 "작품을 감수해주는 변호사가 있었지만 한 분으로는 모든 법을 커버할 수 없었다"라며 "선원법을 다룰 땐 실제 마도로스 출신 변호사를 만나 자문을 구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품 속 조들호는 만능 느낌이었지만 법의 종류가 참 다양하니 많은 분들께서 변호사를 알아보실 때 이 점을 잘 고려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김 작가는 의학계를 다룬 다음 작품을 준비 중이다. 그는 "의학계라는 배경은 비교적 익숙하겠지만, 그동안 거의 볼 수 없었던 소재를 다뤘다"라고 설명했다.

태그:#동네변호사, #조들호, #김양수, #해츨링, #사법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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