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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후배가 먼 곳까지 찾아왔다.

서로 사는 곳이 멀고 생활 반경이 다른 데다 각자 바쁘기도 하니 못 본 지가 몇 년인데 일 때문에 근처에 온 김에 점심이나 하자고 연락이 왔다.

아무리 일 때문이라지만 더운 날씨에 먼 곳까지 찾아왔기에 몸보신 겸 추어탕이라도 사주려고 했는데, 후배는 날이 더우니 시원한 게 좋다며 콩국수를 제안했다.

개인적으로는 여름 한철에만 장사하는 콩국수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직접 장사하는 사람한테서 들은 얘긴데, 냉면조차도 육수와 기타 부대 식품들을 공장에서 받아서 파는 세상인데 콩국수라고 다를까 싶어서였다.

물론 모든 식당이 그럴리야 없겠지만, 여름만 되면 대부분의 식당에서 '냉면 개시', '콩국수 개시'라는 안내문을 입구에 붙여 놓는데 실상은 직접 만드는 게 아니라 다 공장에서 받아다 판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후배가 먹고 싶다고 했고 또 날씨도 덥다 보니 약간은 께름칙한 마음을 갖고 일단 콩국수를 파는 곳에 들어갔다.
 
콩국수
 콩국수
ⓒ 김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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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국수의 최대 난제는 '설탕 vs. 소금'이다. 웬만한 음식에는 특별한 난제가 없는데 콩국수는 설탕을 넣는 사람과 소금을 넣는 사람이 굉장히 갈리는 분위기다.

그래서 주문한 콩국수가 나오고 나서 후배에게 어떤 것을 넣어 먹는지 물었더니 후배가 답했다. 

"두 가지 다 넣으면 되죠. 단짠단짠 아니겠습니까."

맞다. 어떤 걸 넣어 먹어야 할지 고민이 될 땐 두 가지를 다 넣으면 되는 거였다.

어떤 걸 할지 고민이 될 땐 두 가지를 다 하면 되는 것이고,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고민이 될 땐 두 가지 길을 모두 가보면 된다. 어차피 우리는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와 미련이 남을 수밖에 없으니까.

이 간단하고도 단순한 사실을 왜 이제서야 깨달았을까?

후배의 말은 옳았다. 소금도 넣고 설탕도 넣으니 콩국수가 꽤나 맛있었다.

더운 날 먼 곳까지 찾아와 삶의 지혜를 알려준 후배가 진심으로 고맙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우리가 하는 말: 영화에서 찾은 인문학 키워드>가 있습니다.


태그:#콩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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